둘리는 육식공룡, 둘리의 엄마는 초식공룡, 작가의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
지난 칼럼에서 아기공룡 둘리가 어떤 공룡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했습니다. <아기공룡 둘리>를 그린 작가 김수정 선생님은 둘리의 모델이 육식공룡 '케라토사우루스'임을 매체를 통해 분명하게 밝힌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둘리는 확실히 케라토사우루스인게 맞는 셈이죠. 하지만 둘리의 모델이 된 케라토사우루스는 코와 눈가에 뿔이 나 있고 두 다리로 걸었던 육식공룡이었습니다. 반면 <아기공룡 둘리>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둘리의 엄마는 케라토사우루스와 전혀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다는데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TV판 <아기공룡 둘리>에서 보면 둘리가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만나는 장면에서 엄마 공룡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때 등장하는 엄마 공룡은 기다란 목에다 네 다리로 걷는 용각류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 공룡의 모습만 본다면 둘리는 케라토사우루스와 같은 육식공룡이 아니라, 초식공룡 용각류 종류 중 하나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이런 작중 설정 오류는 작가의 실수라고 합니다.
'둘리'의 작가 김수정 선생님은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다보니 둘리 엄마의 등장씬에서 그만 둘리가 어떤 공룡이었는지 깜빡하고 목이 긴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브론토사우루스'를 모델로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둘리는 케라토사우루스, 둘리의 엄마는 브라키오사우루스, 혹은 브론토사우루스인 것이죠.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쥐라기 때 나타난 용각류의 일종으로 몸길이 23m, 몸무게 30~40톤 정도의 거대 초식공룡이었고, 브론토사우루스 역시 쥐라기 시대 서식했던 용각류 공룡이었죠. 브론토사우루스는 한 때 아파토사우루스와 같은 공룡으로 분류되었으나 최근에 서로 골격 구조가 다르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100여년만에 다시 자기 이름을 찾은 공룡이기도 하죠. 어쨌든 이 두 공룡은 둘리의 모델이 된 케라토사우루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공룡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김수정 작가는 이 오류를 인지하고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에서 둘리의 엄마를 케라토사우루스를 모델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룡 캐릭터 '둘리'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마치 공룡 연구와 비슷한 데자뷰를 느끼게 합니다. 공룡 연구 역시 오래 전 사라진 공룡에 대한 조사를 하다보면 기존에 존재했던 공룡의 복원도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운 공룡이라 여겼던 공룡이 기존의 공룡과 같은 종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나, 브론토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처럼 같은 공룡이라 여겼는데 다시 다른 공룡이 되어버리는 결과가 발생하니까요. 멸종된 공룡의 수수께끼는 아마 인류가 공룡을 되살리지 않는 한, 계속해서 변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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