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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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병원을 가는 길이었다. 택시 밖 창문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들이 멋스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그때 대뜸 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나무가 아플 것 같아” 나는 바로 물어보았다. “나무가 아플 것 같아? 왜? 왜 나무가 아플 것 같아?” 그랬더니 딸이 하는 말이 “나뭇잎이 떨어지잖아”

이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이의 감성의 하늘과 생각의 깊이는 어디까지 일까? 이후로도 아이가 낙엽이 떨어질 때마다 나무가 아플 것 같다고 슬퍼하는 것을 보니, 어느정도는 말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나무가 나뭇잎을 보내주는 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함 이야” 라고 알려주었다.

최대한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게, 아이의 상상에 선을 긋지 않게,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한 대답이었는데, 아직 3살 아이에게는 이별의 아픔을 맞이하기가 힘든 듯 하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고, 육아의 참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아이의 시선으로, 아이가 표현하는 신기하고 요상한 세상의 맛이 기가 막히게 맛이 있다. 아이의 이런 마음을 지켜주고 싶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감성과 생각에 선을 긋고 싶지 않다. 택시 안에서 보았던 그 노란 단풍나무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는 또 어떤 세상을 나에게 알려줄까? 하루하루가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가득가득 하다.

벌써 차디찬 겨울이 오고, 벌써 2019년을 마무리 해야 하는 날이 다가 오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택시 안에서, 전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집에서, 어디서든 나무를 보며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언어로 세상을 표현해보자. 어쩌면 우리도 지난날의 아이였던 내가 튀어나와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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