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실행대책을 포함한 혁신방안 발표

지난 2일,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이 故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故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 만의 일이다.

서울의료원은 원장의 사임 표명과 함께 서울의료원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각계 13명으로 구성된 서울의료원 혁신위원회가 지난 두 달간 집중적인 논의와 검토를 거쳐 도출한 혁신방안에는 간호사의 업무분담을 줄이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5가지 실행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그 내용 중에는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표준매뉴얼의 개발과 ‘감정노동 보호위원회’ 신설로 직장 내 괴롭힘의 상담, 조사, 구제, 재발방지 등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들이 있다. 또한, 故서지윤 간호사에게는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추진 중이다.

서울의료원은 이러한 혁신과제들의 장기적인 목표로 지속적인 공공의료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교육들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과 협력해서 이러한 시스템을 전 시립병원으로 확대할 것을 계획 중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 Pixabay)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 Pixabay)

진작에 이런 제도들이 뒷받침 되었더라면 우리는 어쩌면 서지윤 간호사를 지금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던 마땅히 있어야 하고, 있었어야 되는 이 제도들을 우리는 故박선욱 간호사, 그리고 故서지윤 간호사 이 두 청춘을 잃고 나서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지금에라도 그러한 제도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 병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겠다. 예전 같았으면 쉬쉬하고 묻혔을 일들이 이제는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켜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만으로도 간호사에 대한 인식은 조금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병원 종사자들에게 대한 처우는 이제 조금 나아진 것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 하나로 이제 만들어진 이 제도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정말로 간호사의 태움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동안 간호사 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생겼다. 각 병원마다 자체 내에서, 그리고 대한간호협회 차원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들이 그 기능을 잘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물음표뿐이다. 유명무실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는 정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도를 너무 성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도가 만드는 보호망이 촘촘할수록 그 제도의 기능을 온전히 당사자들이 누릴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제도에 틈이 있다면 그 틈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버린다. 지금까지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한 제도들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이번에 서울의료원에서 내놓은 혁신방안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안건의 내용으로만 봤을 때에는 이미 다른 단체에서 시도했거나, 시행중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즉, 그 방안이 정말 혁신적이려면 시행하면서 꾸준히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 멀고,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도 아직 너무 많이 남아있다.

소중한, 꽃 같은 청춘들이 스러져가면서 만든 혁신방안이고 제도이다.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죽음에 같이 울고 분노했던 만큼 이 제도들의 방향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으면 한다. 이제는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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