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미칼럼] 글쓰기는 혁명이다!
[이창미칼럼] 글쓰기는 혁명이다!
  • 이창미기자
  • 승인 2019.12.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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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에 맞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쓰기를 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우리는 연필을 잡는 순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부터 모든 과정의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의무적인 글쓰기를 한다.

나는 학창시절에 보여주기 위해 적었던 글쓰기가 떠오른다. ‘형식을 갖춰써야지’, ‘문장은 왜 이래’, ‘어떻게 써야 하는지 분석해서 다시 써’ 검사받고 지적받고 다시 써오라는 그 순간, 연필은 종이 위에서 그대로 멈춰 공중부양을 하고 만다.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나만 생각하고 글을 쓰면 된다. 우리는 남을 의식하며 살았다. 지금부터는 남의 시선을 잊고, 나를 중심으로 쓰면 된다. 남을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챙기고 보살핀 적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만을 위해 노력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글쓰기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며, 내면의 거울을 보며, 글쓰기의 혁명을 다져야 한다.

당신은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외출하기까지 무엇을 하는가? 나는 거울을 본다. 외출할 때도 어김없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를 점검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외모를 다듬는다. 거울을 보지 않으면 나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내면도 다듬어야 한다. 내면을 다듬기 위해선 글쓰기가 으뜸 필요한 이유다. 나의 마음이 글로 표현되어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혁명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징검다리가 되어, 내 안의 나를 끌어내야 한다. 글쓰기와 만나야 한다. 내면의 글쓰기로 믿기지 않게도 자신이 변하게 된다. 우리는 글쓰기로 성장해 있는 자기 혁명을 만나야 한다.

어릴 적 나만의 소중한 비밀을 적었던 적이 있다. 난 문방구 귀신처럼 문방구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그곳에서 한 권의 비밀 노트를 발견했다. 열쇠가 없으면 열지 못하는 비밀 노트가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 노트를 구매했다.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 비밀 노트를 은밀한 곳에 숨겼다. 자고일어나면 그 자리에 있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 노트 한 권 간직하는 것에 온 집중을 쏟아부었었다.

 형식이 없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나만의 비밀 노트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소중했다. 자유로운 글쓰기야말로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하는 노트가 되어 있었다. 열쇠 달린 비밀 노트는 최고의 혁명 같은 것이었다. 

6살 어린 여자아이가 큰엄마의 손을 잡고 기차에 올라탔다. 시골에서만 살다가 기차를 타니 마냥 기뻤다. 좌석에 앉아 창문 유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직선으로 줄을 그으며 관찰했다. 창밖으로 펼쳐진 세상에 눈을 뗄 수가없었다. 생전 먹어보지도 못한 삶은 달걀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구경한 뒤 여자아이는 물었다. 

“큰엄마 우리 어디 가?” “응. 엄마한테 가. 엄마 만나러 가는 거야.” “엄마…….”
“엄마 보고 싶었지? 이제 엄마 볼 수 있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만나러 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8대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고 면사무소 공무원이셨지만 알코올중독으로 인생을 허비하며 사셨다. 끝내 일도 그만두시고 전 재산을 탕진하셨다. 술로 인해 폭행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살기 위해 차비만 큰어머니께 빌려, 홀로 부산행을 선택하셨다. 내가 3살 때였다. 

부유한 가까운 친척들은 시골에 살지 않았다. 엄마 없는 시골에선 오빠, 언니들과 매일 술에 찌든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이웃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 남매 중 이웃집 어느 한 곳에서 아버지한테 발견되면 그날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야 했다. 어린 시절 모두 한 번씩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술 취한 아버지가 갓난아기가 울면 마당으로 내동댕이쳤지만 살아났고, 시골 재래식 똥통에 빠져 이웃 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아버지의 손에 거꾸로 매달린 채 저수지에 머리가 담겼다 빠졌다하며 목숨을 잃을 뻔도 했다. 

그 후 3년이 지나 어머니는 막내인 나를 먼저 불렀고, 기차를 탄 여자아이는 내 모습이다. 이렇게 나는 6살 때 부산에 왔다. 부산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한참을 온 곳은 버스 마지막 정류장 회동동이란 동네의 큰 엿 공장 앞이었다. 공장 입구에서 어느 아줌마가 다가왔다.

“네가 창미니? 내가 엄마야” 
“우리 엄마 아니야!”
“아줌마는 우리 엄마 아니야!” 

낯설었다. 무서웠다. 난 등을 돌리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뛰어갔다. 작은 놀이터가 보였다. 모래 장난을 하고 있는데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너 누구니?”
“어디 살아?”
“......” 

난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계속 말을 걸어왔고 계속 말을 시키는 그 아이와 같이 놀았다. 밤이 되어 어둠이 내렸다. 그 남자 아인 집에 가야 한다며 일어서며 나를 보더니 자기 집에 가서 더 놀자고 했다. 난 갈 곳이 없었기에 따라갔다. 그 아이의 집은 식당이었다. 식당 다락방에서 놀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엄마가 걱정할 텐데 집은 어디냐고 물었다. 그 아이 엄마인 듯했다. 

오늘 처음 왔는데 엄마 집이 어딘지 모른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더니 무언가 안다는 눈치로 이리 와보라며 나한테 가리킨 곳이 그 공장이었다. 엄마가 입구에 서 계셨다. 마지못해 엄마라고 외치며 품에 안겼다. 난 엄마라는 이름을 그때 처음 불러보았다.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공장 안에 있는 직원식당을 위탁받아 혼자 몇 백 명의 삼시 세 끼를 해주고 있었다. 

저녁 식사시간이 끝난 후 엄마가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따끈한 밥과 반찬을 먹으라고 차려주었다. 엄마가 해준 첫 밥상인데 난 먹을 것이 없었다. 신기한 반찬들이 많았다. 그런데 난 김치밖에 먹지 않았다. 큰엄마와 엄마는 여러 가지 반찬을 먹으라고 주셨지만 내가 먹을 수 있고 아는 건 김치뿐이었다. 배가 엄청 고팠는지 허겁지겁 김치로만 밥을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엄청 우셨다. 엄마랑 처음 만난 그날의 나의 기억이다. 

그때 아이였을 때 생각을 떠올리며, 막힘없이 지금 써내기는 분명 어렵다. 글로 적었던 비밀 노트가 있었기에,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당신도 나 혼자 보기 위해 적었던 글쓰기를 해 보았는가? 이런 경험들이 한 번 씩 있을 것이다. 형식 따위, 문장 따위 생각하지 않고 모두 내려놓고 썼던 글쓰기가, 마법처럼 술술 잘 써지지 않았는가?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일단 그냥 쓰는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의 혁명을 가져온다. 

글쓰기를 두려워할 필요 없이 무작정 쓰면 된다. 형식 따위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자! 문장 따위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자! 내가 쓰고 싶고 마음 가는 대로 쓰자! 제약 없이 쓰는 글쓰기가, 나를 변화시키고 나의 글쓰기를 발전시킨다. 글쓰기는 필수이며 글을 쓴다는 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글과의 소통은 강력한 힘을 가진 에너지가 되어 나를 만나게 해준다. 내가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해, 글로써 채워가는 종이 한 장이, 때론 나를 치유하는 처방전이 된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약이 필요 없는 처방전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은 시간을 내어서 자신을 위한 글을 써야 한다. 글 쓰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탐색하게 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으로, 똑똑한 세상에서 자신을 돋보이는 자신감을 충전하게 된다. 나의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자신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 것이다. 

난 앞에서 언급했듯이 태어나면서부터 시련을 겪었다. 성장하면서도 많은 시련이 온다. 실패하고 좌절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오히려 수많은 실패와 좌절로 인해, 그 경험들이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엄마 품에 들어오면서 난 글을 배웠고 연필을 접해 보았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글을 적으면서 나와 이야기를 했다. 들키지 않으려 감추었던 비밀 노트엔 나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담았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잠들면 다락방에 스탠드 불빛과 한 몸이 되어 적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글을 사랑하게 하였다. 시련을 받아들이고 이겨낸 것이다. 

내 경험을 나누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도록 해라. 자신을 열어 자신의 스토리를 글로 풀어내면 누군가에겐 힘이 될 것이다. 당신은 위대하다. 표현하지 않고 살았을 뿐이다. 글쓰기로 표현을 시작해보면, 당신은 두려움으로 해보지 않은 것까지도 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 혁명은 글쓰기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