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지구 행성 택시 드라이버 43일째 날 : 은혜
[자유기고]지구 행성 택시 드라이버 43일째 날 : 은혜
  • 이두용 동기부여 전문기자
  • 승인 2019.11.18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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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아버지가 의사인 한 여자 고객이 아버지에 대해서 남자 친구와 오순도순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는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수술해주고 치료해줬다. 최고 전문가니까 환자들은 아버지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한다. 수술이 끝나고 치료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말도 잘 듣고 친하다. 그런데 모든 치료가 끝나고 퇴원을 하면, 그 이후부터 연락도 없고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런 부분이 섭섭하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매우 딱딱하다/출처:픽사베이

환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니까 퇴원 후에는 더 이상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의사도 의술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가 아프지도 않은데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환자의 이름도 잊고, 얼굴도 기억하지 못 한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병원과 고객의 관계처럼 매우 딱딱하다.

나는 이 관계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병원을 자주 들락날락 거렸지만 나를 치료해준 의사에게 가서 인사를 하거나 가끔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큰 수술을 하고 몇 개월씩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다. 만약 내가 큰 수술을 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완치가 됐다면, 감사의 표시 정도는 했을 것이다. 이렇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무미건조하고 목적에 초점이 맞혀있다.

지구 행성 택시에 탄 고객의 대화에서 은혜에 대해 생각해봤다. 은혜란 ‘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은혜를 입는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은혜를 입을 수도 있고, 엄청 큰일에서 은혜를 입을 수도 있다. 

지난 세월 동안 은혜를 입은 사건이 있다. 청년 시절 술을 많이 먹고 다녔다. 그날도 새벽까지 술을 먹고 오전에 학원에 가는 길에 전철에서 쓰러질 뻔 했다. 그때 이름도 모르는 아주머니가 나를 잡고 도와줬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한 살이 되기 전에는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어머니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내 친구 아버지가 나를 들고 서울 큰 병원으로 데려가서 3일 만에 살아났다. 

은혜는 모르는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에게도 입는다. 은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나 계획된 상황에서 발생한다. 모든 사람이 은혜를 입고, 모든 사람이 은혜를 베푼다. 은혜는 호의라고 표현되기도 하고, 도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은혜란 ‘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이다/출처:픽사베이

은혜를 주는 사람은 감사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다. 하지만 은혜를 받는 사람은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인생에 영향을 받는다. 내 친구 아버지가 그날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전철에서 그 아주머니가 나를 잡아주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 이 글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표현은 못하지만 항상 그분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은혜는 감사와 연결되어야 한다. 의사 아버지의 환자들이 퇴원하고 비록 연락도 없지만, 그들 스스로 항상 감사하고 있을지 모른다. 비록 그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지만 매일 살면서 고마워할 것 같다. 그들이 감사하지 않고 잘 산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은혜에 대한 감사를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은혜에 감사하며 살면 좋겠다. 가장 가까운 은혜부터 감사하자.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