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김용재의 디자인공급소 이야기, 나는 디자인 기능사가 아니다.
[기자칼럼]김용재의 디자인공급소 이야기, 나는 디자인 기능사가 아니다.
  • 김용재
  • 승인 2019.10.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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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시대가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계승하는 식은 더 이상의 혁신을 만들 수 없기에, 창업을 장려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부각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디자인의 정의도 변하기 시작한다.

어떤 것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저 겉보기를 예쁘게 한다는 말이 아니게 된다. 그동안 디자인은 기술과 개발을 포장한다는 개념으로 쓰이곤 했다. 유행을 하고 있는 타사의 디자인 느낌을 따라서 벤치마킹을 할 때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곤 했다. 이미 갖고 있는 웹 템플릿을 회사들의 요구에 맞게 변형해주며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곤 했다.

디자인이라는 말은 굉장히 오묘하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디자인을 1. “빌딩, 의류 등 아이템, 혹은 어떠한 물건이 실제로 만들어지기 전에 그 외관, 기능, 작동을 보여주기 위한 기획 또는 그림 (a plan or drawing produced to show the look and function or workings of a building, garment, or other object before it is built or made.)” 혹은 2. “패턴이나 장식을 형성하기 위한 선 혹은 모양의 배열 (an arrangement of lines or shapes created to form a pattern or decoration.)” 이라 정의했다. 그래픽적인 창작물부터 제품의 기획까지 그 쓰임새가 매우 광범위하다.

공통으로 갖고 있는 성질은 바로 “새로움”이다. 어떤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디자인이라는 말은 어울린다. 서비스디자인, 경험디자인, 동선디자인 등 그 범위도 확대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기획을 할 때 자주 인용된다.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생각의 전환을 지칭할 때 디자인씽킹을 하라 말한다.

디자인은 외관을 예쁘게 해준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 외관이 탄생하기까지 사용자의 경험과 타겟 고객의 분석, 해당 브랜드의 가이드 등을 모두 고려해서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낸 결과물일 때가 많다. 결과물이 외관적인 것이니, 그 과정의 기획보다는 결과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종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것이 디자이너이다.

유행이라는 것은 결국 혁신적인 디자인이 효과를 볼 때 그것을 여러 타사들이 따라하며 나타낸 흐름을 일컫는 말이다. 유행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해달라는 것은 해당 디자인 언어를 비슷하게 베껴 달라는 요구일 때가 많다. 굳이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디자이너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유행을 이끈 회사와 베껴달라는 회사의 주요 고객이 다르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를 경우가 많다. 그저 유행이기 때문에 따라하게 되면, 결국 2류의 이미지와 타겟에 맞지 않는 마케팅으로 이어져 마케팅 실패 사례가 된다. 전략적인 접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한탕장사와 눈앞의 돈을 쫓는 사업방식을 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디자인이란, 그저 겉치장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회사들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만들어주는 것은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인 기능사면 족하다. 운 좋게 얻어 걸릴 때까지 디자인 기능사들의 건강, 노동법, 성공업체 따라하기 등을 적절이 섞어 갈아 마시면 된다는 마인드로 정확한 프로세스 없이 들이받기를 반복한다. 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문화 형성은 덤으로 따라온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문화에 혹시라도 발이 젖게 된다면, 디자인 기능사가 아닌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당 디자인 고객의 전문가가 되어 의뢰인을 설득해야 한다. “주 사용자는 10대 청소년들이고, 현재 이러한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여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하게 UI를 디자인 해야 이질감 없이 의뢰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라던가, “요즘은 온라인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의 파급효과가 뛰어나므로, 전문적인 장비와 비싼 모델 대신 B급의 웹툰으로 광고를 만드는 것이 가격대비 효과가 뛰어나다. 나는 B급 웹툰을 이러이러하게 그리고 있다.” 등으로, 이 사람은 단지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나의 사업을 도와줄 아군이라는 인지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사업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브랜딩 디자이너는 로고 기능사이다. 회사, 타겟, 마케팅방식, 경쟁사분석 등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기업을 대변하는 이미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브랜딩 디자이너이다. 잘못된 분석에서 나오는 요청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설득해서 그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대에 협조할 수 있어야 브랜딩 디자이너라고 지칭할 수 있다. 로고를 그릴 줄 안다고 해서 브랜딩 디자이너가 아니다.

‘이 바닥이 이렇지 뭐’ 라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는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인 기능사가 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나오면 나 정도는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디자인 기능사가 아니다. 나는 새로움을 만드는 디자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