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주체적인 간호사에게는 주체적인 일을 주어야 한다.
[기자칼럼]주체적인 간호사에게는 주체적인 일을 주어야 한다.
  • 송세실 간호전문기자
  • 승인 2019.09.04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호 인재상에 맞는 병원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선생님, 대체 이런 건 왜 묻는 거예요?”


면접 예상문제 답변을 확인하다 한 학생이 내게 묻는다. 질문 내용은 이러하다. ‘본인의 간호 신념은 무엇인가?’ 사실 이 질문은 이 학생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모두 어려워하며 난색을 표했던 질문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참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이제 간호학과 4학년인 학생들에게 간호 신념이 있을 리가…. 학생들에게 제일 처음 왜 간호학과에 왔냐고 물으면 열에 다섯은 취업이 잘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로 간호사가 하고 싶어서 간호학과에 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도 간호학과에 다니고 간호사로 근무하게 되면 소명의식이 생긴다. 환자와 계속 대면하다보면 없던 사명감도 생기게 된다. 그렇게 진정한 간호사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기는 간호사로서의 신념을 이제 실습 1000시간도 다 못 한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쩌면 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병원에 입사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떻게든 그 답변을 머리를 짜내어 생각해 내야 한다. 남들이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답, 그리고 면접관들의 마음에 흡족할 만한 대답을 말이다. 이것까지도 좋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간호사 취업의 추세는 매년 바뀌고 있고,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즉, 병원마다 자신들이 찾는 인재상이 점점 달라지고 구체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전처럼 스펙이 좋으면 무조건 합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병원들은 간호사를 뽑을 때, 주체적이고 전문적이며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뽑기를 원한다. 물론 친절함과 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성격은 기본으로 하면서 말이다. 그 병원에 들어가고 싶은 많은 학생들은 자신을 그 인재상에 맞추려고 한다. 혹은, 이미 그러한 모습인 학생들은 자신과 맞는 병원에 지원하곤 한다. 그렇게 취업이라는 큰 관문에서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고배를 마시게 된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병원에 합격하면서 신규 간호사들은 큰 기대를 한다. 자신을 뽑았던 인재전형에 맞는 일을 자신이 주체적이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까지도 병원이라는 시스템에서 간호사는 주도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 많이 주체성을 띄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원했던 인재상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신규 간호사들은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게 된다. 그들이 생각하고 바랐던 간호사의 모습과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실습하면서 간호사들을 보지 않느냐고 묻는데, 남이 하는 일을 보는 것과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간호사에게 허락된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게 현타가 온 신규 간호사들은 퇴사를 하거나, 방황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올해 한 대형 병원에 입사한 신규 간호사가 내게 배운 것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혼란스럽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 시스템에서 신규 간호사들은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의 간호를 수행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간호학과에서 배울 때에는 환자가 열이 나면 이유를 사정하고 간호 진단을 내려서 그에 적합한 간호 행위를 수행하라고 배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정과 진단은 건너뛰고, (열이 난다는)사실과 간호 행위만 남게 된다. 물론 차트에 기록하기 위해서 간호 진단을 하기는 한다. 즉, 학교에서는 A→B→C로 배웠다면 현장에서는 A→C→B가 되는 것이다. 이러니 신규 간호사들이 멘붕이 오고 현타가 올 수 밖에….


누군가 내게 신규 간호사들이 사직이 많은 이유를 물어 온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신규들은 2019년을 살고 있는데 병원 제도는 아직도 쌍팔년도라서 그 간극 때문이라고 말이다. 분명 채용을 할 때에는 2019년에 맞는 인재를 채용해 놓고서는 정작 일을 시키는 것은 아직도 80년대인 것이다. 그리고나서 그 이후의 혼란스러움은 간호사 개인에게 맡겨버린 채 말이다.


주체적이고 전문적인 인재를 뽑았으면 주체적이고 전문적인 일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것이면 그런 인재를 뽑지 말아야 한다. 장인이 만든 명검으로 감자를 깎는 사람은 없다. 지금 병원들은 잘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명검을 감자를 깎는데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