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택시가 가장 무법천지인 곳은 신사역 부근이다.

신사역 사거리는 공사 중이다.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 때문에 몇 년째 하고 있다. 이곳은 한남대교로 넘어가는 차들이 언제나 많은데,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언제나 전쟁이다. 

신사역 부근이 언제부터 청춘들의 인기 지역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밤이면 밤마다 택시를 잡으려는 청춘들이 많다. 택시는 손님을 태우려고 난리다. 내가 볼 때 강남에서 택시가 가장 무법천지인 곳이 신사역 부근이다.

신사역은 밤이면 밤마다 택시 무법천지다/출처:픽사베이

처음에는 나도 적응이 안 돼서 신사역 사거리를 빠져나오거나 가로수길을 들어가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이 지역의 생리를 알고 나니까 어떻게 운전해야 되는지 알게 됐다.
 
이런 무법천지 신사역 사거리에서 지구 행성 택시를 찾는 이가 있다. 고객을 태울 장소는 가장 차가 많이 지나다니고 정차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럴 때는 완전 난감하다. 고객을 기다릴 수 있는 방법은 무대포와 앞면 몰수다. 고객이 지구 행성 택시를 길에서 기다린다면 완전 좋고,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늦어도 3분 정도만 고객을 기다리면 된다. 

고객이 부른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고객이 없다. 잠깐 기다리다 바로 전화를 했다. 이제 나온다는 대답을 한다. 이런 악조건에서 지구 행성 택시를 기다리게 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더 큰 일이 생겼다. 자기가 부른 장소에 있는 지구 행성 택시를 자기가 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한남대교 방향에 차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한남대교 방향을 못 찾는다. 이런 낭패가 있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다리/출처:픽사베이

결국 지구 행성 택시는 5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뒤에서 지나가는 차들은 난리가 났고, 고객은 겨우 내 차를 찾아서 탔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지구 행성 택시를 못 찾은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니던지 길치일 것이다. 아니면 둘 다.’

길치란 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서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길에 대한 감각이 무디다. 

길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경험이 최고다. 경험이 쌓이면 길을 외우고, 길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반복되는 경험이 없어서 자신이 길치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지구 행성 택시가 있으니까. 

지구 행성 택시는 길치 고객도 친절하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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