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작은거인 '문밖세상' 변희정 대표

'텃세', '배신', '사기'...이 모든 것들은 그 단어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런데 이것들을 하나도 아니고 모두 겪은 사람이 있다. 처음 변희정 대표를 만나기 전, 배경설명만 들었을 때에는 나는 너무도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희정'이라는 이름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막상 만난 변희정 대표는 내 선입견을 비웃듯이 정말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는 자그마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진행되며 내가 느꼈던 것은 변희정 대표는 거인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성별, 나이,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이미 땅에 단단하게 다리를 딛고 서 있는 사업가였다.

문밖세상 변희정 대표
문밖세상 변희정 대표

Q. 안녕하세요! 변희정 대표님  ‘도전하는 사람을 위한 신문’ 한국투데이 독자여러분께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문화예술단체 ‘문밖세상’을 경영하면서 문화예술 관련 컨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서예 하는 문화예술기획자’ 변희정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꿈꾸며, 이상을 현실로 실현시키기 위해 항상 마음이 전하는 메시지 즉, 지표에 귀를 기울이며 그 지표가 안내하는 곳으로 여행하듯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렇지만 사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일인입니다.

Q. ‘문밖세상’라는 기업을 운영 중이십니다. 어떤 회사인지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문밖세상은 ‘문화예술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다’, 라는 슬로건을 아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서예와 미술 등 시각예술 중심의 문화예술교육(마인드필)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각종 워크숍 기획 및 이벤트&체험행사(아트시리얼)/공간운영(문밖세상 Art Space)/연구 및 컨털팅(예술적 브런치)/유통 플랫폼(문화곳간) 운영 등의 사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영리와 비영리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는 사업의 약 80%정도가 비영리사업(사회공헌사업)에 해당합니다. 문밖세상은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정적인 구조는 아닙니다. 따라서 2019년에는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저희가 해왔던 사업들을 낱낱이 뜯어보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각 분야별로 기획과 브랜딩 작업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올해 사업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그럼 올해의 중점 사업은 어떤 것일까요?
- 저희가 아무래도 무형의 것을 다루다 보니 컨텐츠들이 사장되는 경우도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문화예술컨텐츠’가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화예술컨텐츠도 돈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문화곳간(www.culture-depot.kr)’이라는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서 저희가 기획&개발한 컨텐츠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저희 자체 컨텐츠만을 판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희와 협업하는 외부 협력사나 강사님들의 컨텐츠도 유통하고 판매할 수 있는 ‘진짜 플랫폼’의 형태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올해는 ‘아트시리얼(문화예술 스낵컨텐츠팩)’, ‘예술적브런치(문화예술 전문컨설팅)’ 등의 신규 사업 모델을 구축해나가는 것에도 중점을 두고 실행해나가고 있습니다.

Q. 그럼 ‘문밖세상’의 주력 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저희가 주로 하고 있는 것은 예술교육과 기획입니다. 저희가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장르가 시각예술입니다. 그래서 붓으로 마음의 마음을 두드려 사람들을 감동시키자는 취지로 교육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에 선정되어 서울/경기 지역의 18개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역사와 예술을 결합한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시간여행 속 예술놀이 ‘문밖세상의 전설’>이라는 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또한,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한화그룹과 KT&G복지재단이 주최 및 후원하는 예술교육사업에도 참여해 약 24개의 복지시설과 지역아동센터에서 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임직원이나 모임의 일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회식 프로그램과 같은 문화예술 기반 워크숍을 기획·운영하기도 하고, 이벤트나 체험행사를 통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예술가 또는 예술 강사들을 에이전시하거나 그들과 함께 퍼포먼스나 아트상품 등을 기획해서 선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문밖세상의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문밖세상의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Q. 정말 멋진 일을 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창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 사실 창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2012년 초에 회사를 퇴사한 후 ‘문밖세상’이라는 이름의 명함을 만들어서 다니긴 했지만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2012 아동복지시설 주말 프로그램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아이와 춤추는 붓 놀이터’라는 사업을 총괄 기획·운영(PM)하게 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74명의 예술 강사가 참여하고, 서울·경기·인천·전북 권역의 지역아동센터에서 7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어느새 집이 창고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아, 이건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급하게 작은 지하 공간(이전 사무실)을 얻어서 일을 지속하게 되었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창업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초기라 운영이 매우 힘들긴 했지만, 문밖세상의 미션과 비전을 정립하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의미 있는 일들을 지속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렇게 8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네요. 하지만 전 지금이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Q.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 지역문화기관인 성북문화원에서 문화 사업 담당자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지역의 역사·문화·예술에 관한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을 토대로 다양한 문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경험도 많지 않고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사업을 직접 기획·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때 진행한 사업들로는 <어르신 문화학교 '희희낙락(연극 프로그램)'>, <지적·자폐성 장애아동을 위한 서예치료교실 '내 마음의 놀이터'>, <김광섭 시인 추모 '성북 창작시 공모전'>, <성북천 깃발전>, <선잠담과 길쌈이야기> 등으로 2년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을 진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중 <성북천 깃발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희희낙락> 역시 어르신 문화동아리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원 근무 당시엔 문화사업 뿐만 아니라 회계가 빠지면 회계도 보고, 문화학교가 빠지면 문화학교 일도 진행하면서 무척 힘들게 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엔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졌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일들이 제가 문밖세상을 운영해나가는 데에 토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말 세상에는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Q. 들어보니 회사에서 정말 만능이셨고 그만큼 인정도 받으셨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일에 치여서 졸업 논문을 쓸 시간이 없었어요. ‘이러다가는 졸업을 못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죠. 또, 직장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순간 제가 시스템 안에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을 받았고, 저에게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을 것 같아 또 다른 기회를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Q. ‘문밖세상’의 활동의 80%가 비영리사업이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비영리사업이 금전적인 이익이 되는 사업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저는 20대 때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대 때 문화기관에서 문화사업을 할 때 대부분이 비영리사업이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렇게 흐르는 것 같아요. 그냥 그 사고가 몸에 베인 것이죠. 사실 저도 중간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기업에는 비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비전을 보고 버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럼 ‘문밖세상’의 비전은 어떤 것인가요?
- ‘창의적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가 하는 일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거창하지도 않고, 아직은 저 역시 그럴만한 능력을 지니지도 못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희가 기획한 일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씨앗 정도는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곧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기에 문화예술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건 문화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삶에 지쳐 그 마음의 문 뒤로 숨고 싶은 이들에게, 저희가 기획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누군가의 꽁꽁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들이 문 너머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와 문밖세상, 그리고 문밖세상과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창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 창업 초기의 에피소드는 사실 기억에 남는 게 많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떠오르는 건 작년에 회사를 이전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질이 나쁜 업자를 만났습니다.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돈과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낭비됐었죠. 무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참 많이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공사로 하반기에 일이 모두 몰려서 수습하느라 작년 한 해를 다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지금의 이 공간을 이렇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Q. 현 정부나 국회나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지원법이나 정책이나 그 범위가 점점 커지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문화예술컨텐츠들이 수혜자에게는 무료로 혜택이 가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소외계층에게는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정부에서 재원을 쓰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무료로 지원을 하려면 그 문화예술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획자나 예술가 즉, 그 일을 수행하는 기업이나 단체도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문화예술이 전 국민에게 고루 지원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제도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배고픈 직업’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퍼포먼스를 펼치는 변희정 대표
퍼포먼스를 펼치는 변희정 대표

Q. 외부수상실적이나 사회 공헌 중이신 내용이 있으시다면 알려 주세요.
- 작년에 성북구에서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유공구민 표창장을 수여 받았습니다. 표창장엔 ‘귀하께서는 평소에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지위향상에 앞장섬으로써 지역사회 발전과 양성평등 촉진 및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제 23회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하여 표창합니다.’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표창을 받으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문밖세상을 창업한 이래, 정부사업(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약 300여건에 달하는 일자리(직원 및 예술 강사)를 창출했으며, 해당 사업을 통해 약 7~8천여 명에 가까운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직원 및 예술 강사의 98%이상이 여성이다 보니 해당 표창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외 2014년도에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에서 주관한 ‘2014 성북 마을‧사회적경제 아이디어 공모전 무한상상공장’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총 3개의 소셜프로젝트를 운영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18명의 예술 강사가 서울·경기·인천 권역의 교육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44개의 지역아동센터 및 복지관 이용 아동·청소년이 문밖세상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변희정 대표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나를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모두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를 잘 살고, 이러한 저의 역량이나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이롭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답은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말하는 지표를 쫓아가며 저를 잘 사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고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