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지구 행성 택시 드라이버 29일째 날 : 배려
[자유기고]지구 행성 택시 드라이버 29일째 날 : 배려
  • 이두용 동기부여 전문기자
  • 승인 2019.08.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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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란 ‘상대방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3주 전 기침 감기가 심해서 고생했다. 기침이 심해서 밤에 잠도 못자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병원을 두 군데나 가서야 겨우 기침이 진정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구 행성 택시에서는 기침을 해도 고객 때문에 맘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손수건을 놓는다. 기침이 나오면 얼른 입에 대고 한다. 마스크를 쓰고 싶지만 벗고 쓰는 것이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기침 감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어제부터 다시 코가 막히고 콧물이 주르륵 흘렀다. “뭐냐? 이제는 코야?”

기침, 콧물 감기/출처:픽사베이

이틀 전 남자 고객을 태웠는데 목적지에 가면서 기침을 많이 했다. 그런데 입을 막지도 않고 앞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입을 막고 하면 좋을 텐데. 이러다 나 또 감기 옮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오늘 코감기가 또 온 것이다.
 
물론 그 고객의 기침이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좁은 공간에 같이 있으면 감기 옮기는 것이 쉽다. 그래서 내가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운전하는 거다. 고객에게 감기를 옮겨서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또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았다. 의사가 말하기를 코감기 약은 쌔서 점심 약 없이 아침 저녁 약만 처방해줄 테니까 지금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아침 약을 먹으라고 했다. 

출근을 하자마자 아침 약을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변이 마려웠다. 난 출근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는 물을 절대 마시지 않는다. 강남 퇴근 시간에 소변이 마려우면 해결하기가 난감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고객이 내리고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어쩔 수 없이 해결했다. 그런데 두 번째 고객을 태우고 가는 길에 또 소변이 마려운 것이 아닌가. 목적지도 40분을 가야 되는데 도로는 엄청 막히고 난감했다. ’참아야 되나? 아니면 잠깐 주유소에 들렀다 갈까? 주유소는 어디 있지?‘ 1분 동안 엄청난 속도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내비게이션을 보니까 전방 50미터에 주유소가 있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고객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제가 볼 일이 급해서 잠깐 주유소에 들렀다 가도 될까요?”고객은 전혀 문제없다는 듯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주유소에 차를 멈추고 바로 화장실로 달렸다.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면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볼 일 본지 1시간도 안 됐는데 양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볼 일을 마치고 지구 행성 택시로 돌아와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또 신호가 왔다. 고객을 내려주고 다시 생각했다. 생각해보니까 약을 먹고 코에서 나오던 콧물은 사라졌는데, 몸에서 배출되는 소변은 엄청 많은 것이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결론을 내렸다. 코에 모이는 수분을 없애기 위해 소변으로 물을 배출한 것이다. 이 현상은 약을 먹고 8시간 동안 일어났고 딱 8시간 정도가 지나자 코에 다시 콧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다.  
 
이 사건으로 배려에 대해 생각해본다. 배려란 ‘상대방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나는 감기를 옮기지 않기 위해 입을 막고 기침을 했다. 고객은 택시 드라이버가 급한 볼 일을 해결해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양보했다. 배려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사소한 것의 결과는 매우 크다. 

배려란 상대방을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이다/출처:픽사베이

난 지구 행성 택시를 몰면서 내 앞에 끼어드는 차를 무조건 허락한다. 강남 퇴근 시간에는 차선을 바꿔서 간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 그럴 때 양보를 해주면 나도 기분 좋고 그 차도 기분이 좋다. 나중에 그 차도 다른 차를 양보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배려가 전파되면 강남 퇴근길도 짜증내지 않고 갈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얍삽이도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배려를 한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배려는 나비 효과처럼 전파되는 능력이 있다. 나의 사소한 배려가 한 사람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살릴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이 배려로 가득 찬 인생이길 바란다. 배려로 가득 찬 세상은 지금보다 더 서로 이해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내일은 누구에게 어떤 배려를 할까, 어떤 배려를 받을까 기대해본다. 

배려를 받기 위해 내일 약을 먹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