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8년의 무명을 견디고 스타가 된 유재석
[기자칼럼]8년의 무명을 견디고 스타가 된 유재석
  • 이두용 동기부여 전문기자
  • 승인 2019.07.2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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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아이
"제발 저에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사진:유재석
사진:유재석 / 출처: V라이브 FNC

 

유재석은 어릴 때부터 남달리 웃기는 아이였다. 반에서 오락부장이었고 고등학생 때는 방송 출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웃기는 능력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 능력으로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학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대학개그제’에 출전했다. 

유재석은 이 대회에서 자신만만했다. 그는 자신이 이 대회에서 대상을 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의 말에 의하면 이 당시부터 자신은 건방지고 오만했다고 한다. 이렇게 건방지고 오만했던 유재석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상이 아닌 장려상을 받았다. 장려상으로 그의 이름이 불리어졌을 때 유재석은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은 귀를 파면서 무대로 내려갔다. 이 행동은 ‘내가 왜 장려상이야? 내가 잘못 들었나?‘ 하면서 자신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그 모습이 방송으로 나가고 있는지 몰랐고 그 행동이 앞으로 어떤 일을 일으킬지 전혀 몰랐다. 유재석은 그냥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유재석이 장려상을 받고 처음 방송국에 갔을 때, 이미 그는 선배들에게 나쁘게 찍혀있었다. 선배들은 “네가 장려상 받으면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귀를 후볐던 유재석이냐? 건방지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많은 선배들이 유재석을 좋아하지 않았고 코미디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재석은 선배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자신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때부터 그가 맡는 배역은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대사도 없는 역할이었다. 어렵게 얻은 리포터 자리에서는 멘트를 반복해서 실수하고 외우지를 못해서 결국 잘렸다. 이때 유재석은 자신이 카메라 울렁증과 무대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카메라 울렁증과 무대 공포증이라니, 이런 반전이 어디 있겠는가? 

이후에도 유재석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물이나 곤충의 탈을 쓰고 나와서 지나가는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유재석은 훗날 이 탈을 쓰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한다. 그렇게 데뷔 초기 방송 생활은 건방진 행동과 오만, 실수, 카메라 울렁증과 무대 공포증으로 엉망진창이 됐고 유재석은 주춤했다. 그의 동기들과 후배들은 방송에서 끼를 보이며 승승장구 하는데 유재석은 무명 생활이 점점 길어지게 됐다. 그의 대학개그제 동기는 남희석, 박수홍, 김수용, 최승경, 김국진, 양원경이고 학교 동기는 김원준, 군대 동기는 이정재였다. 방송에 나오는 그들을 보면서 유재석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보라. 많이 씁쓸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한 방송국 PD는 "넌 C급이야"라고 평가했고 유재석은 이 말 또한 견디어야 했다. 

유재석은 이렇게 절망 속에 있었다. 자신의 끼를 보이지도 못하고 매일 아침에 고통스럽게 눈을 떴다. 코미디언을 포기할까 수없이 고민했다. 나보다 잘 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시기와 질투로 괴로웠다. 다행히 유재석은 괴로움과 질투에만 빠져있지는 않았다. 그는 매일 밤 간절히 기도하고 다짐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인기를 얻고 쉽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싸구려가 되지 않겠습니다. 나는 변함없이 겸손하게 일하겠습니다. 제발 저에게 단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항상 겸손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무한도전 촬영 중인 유재석

유재석은 8년 동안 세상에 대한 불만, 시기와 질투, 자신의 한계에 빠져있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 감사하며 일상을 행복하게 지냈다. 놀랍게도 그 순간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유재석은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곤충 탈도 기쁘게 쓰기 시작했다. ‘자유선언 토요일 60년을 이어라'에서 스스로 메뚜기 탈을 쓰고 진행하며 큰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은 '메뚜기'라는 별명을 처음 얻었다. 

성실히 일하던 유재석에게 드디어 큰 기회가 찾아왔다.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의 메인 MC로 발탁된 것이다. 유재석은 당시 평범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배우 최진실의 강력한 응원과 추천으로 메인 MC가 됐다. 이 프로그램으로 유재석은 2000년 MBC 연예대상 MC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때부터 유재석의 시대가 열렸다. 그는 각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메인 MC를 맡았고 무한도전을 통해 최고의 스타가 됐다. 

요즘도 유재석은 자신이 기도한대로 항상 겸손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체력을 위해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외출도 자제한다. 겸손하기 위해 남을 배려하고, 자만과 오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기 얘기를 말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유재석은 동기와 후배들보다 8년이라는 시간을 늦게 출발했지만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자신의 분야에서 신뢰받는 사람이 됐다. 

유재석의 실패는 무려 8년이다. 8년 동안 잘 나가는 동기와 후배를 보면서 참고 참아야 했다. 자신의 처지는 항상 단역이었고 카메라와 무대 울렁증으로 성공의 대열에 설 수 없었다. 상상해보라. 8년 동안 아무 발전도 없이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당신이라면 참을 수 있겠는가? 유재석이 8년 동안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의 의지가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실패를 인정하고 감사와 행복을 찾았을 때 실패는 성공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