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SHAREMELON, LLC
그림 : SHAREMELON, LLC

"포토샵 크랙버전 어디서 구하나요?" 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디자인공급소(이하 '디공소')에서 단골로 올라오는 질문이다. 다들 불법으로 쓰고 있다며, 아주 당연하게 물어보는 이 질문은 매우 불편하다. 이어서 다운받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현자들이 등장한다. 누구에게는 구세주일지 모르는 이들은, 다른 이에게는 악이며, 최대의 적일 수밖에 없다. 모두 다 불법을 쓰고 있으니 당연히 써도 된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합리화 하여 자신이 악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평소에 방에서는 지적재산이 존중되지 못하는 현실을 통탄하며, 개선방안을 갈구한다. 한국이 외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많다던가, 해외의 성공사례를 분석하여 사업을 하는 방식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시도보다 많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고간다. 이 때만 보면 이들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이자 희망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성장할 발판을 제공해주는 차세대의 리더들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들은 자신들에게는 굉장히 관대하며 기회주의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사람의 지적 재산을 훼손하고 크랙버전을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으니, 그것을 하지 못하는 자가 무식한 자로 치부된다. 그들이 혐오하던 한국의 디자인 사정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미리 외주업체로부터 시안을 요구하여 아이디어를 받고, 자신의 내부 직원에게 카피를 시켜 사용하는 사업체의 저작인격권 훼손을 나무랄 수 있을까. 다른 업체가 열심히 시장조사를 하고, 천재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개발한 디자인을 한순간에 베껴나가는 디자인 기능사의 방식을 과연 비판할 자격이나 있을까. 다른 사업체들이 모두 디자이너의 피를 빨아먹고 있으니, 사업체 또한 하지 않으면 무식한 자라고 인정해야 하며, 이로 인해 침체되는 디자인 전체의 시장이나 낮은 월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선 안 된다.

내로남불이다. 거대한 대한민국이라는 흐름에 편승하여 개인의 이득만 취하는 자들의 저급한 자세이다. 내가 바로 대한민국이며, 내가 행하는 행동이 흐름을 만든다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 디자인 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디자이너 본인들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자에겐 권리가 부여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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