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간호사는 소모품이 아니다.
[기자칼럼]간호사는 소모품이 아니다.
  • 송세실 간호전문기자
  • 승인 2019.06.14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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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근본적인 간호사 처우대책 필요

며칠 전 암 진단을 받은 간호사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인사이동을 한 서울의료원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해당 간호사는 병원 측의 처사에 대해 “칼만 안 들었지 칼질을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서울의료원의 처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병원 사람들은 문상도 오지마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서지윤 간호사의 진상 조사 또한 병원 측의 비협조로 별다른 성과 없이 현재 마무리가 된 상태이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3달간의 활동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어 활동 기간을 한 차례 늘렸으나 결국 상당수의 제대로 된 자료를 병원에서 제공받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하게 되었다.


이 같은 사실에 많은 간호사들이 분노하는 한 편, ‘그럼 그렇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간호사들의 처우는 딱 이정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의사는 병원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간호사는 그렇지 않다. 사실적으로 간호사가 친절하고 전문적이어서 병원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간호사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병원들이 많다. 그 한 예로 작년에 A병원 수면양말 사건을 들 수 있다. 밤에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듣기 싫다는 환자의 불만에 간호사들에게 수면양말을 신으라고 지시했던 병원. 이는 간호사를 진정으로 위하고 존중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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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공통적으로 이 간호사가 없으면 다른 간호사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 자체가 몹시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예를 들어, 숙련된 수술실 간호사가 있다고 치면, 그 간호사는 병원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간호사의 자리에 다른 간호사를 대신한다면? 새로 온 간호사는 기존의 간호사만큼의 숙련도가 없기 때문에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은 환자 안전의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은 병원 수익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앞에서 간호사가 친절하고 전문적이라고 병원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간호사의 역량에 따라 그 병원에 충성하는 충성고객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던 병원의 환자분들은 “여기 간호사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잘해줘서 웬만하면 이 병원으로 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전문적이고 친절한 간호사는 의사의 미숙함이나 병원 환경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호사들은 간접적이고 장기적으로 병원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간호사들이 이와 같은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스스로 권익을 찾으려고 한다면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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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는 꾸준하게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 간호사들이 느끼기에 그들의 대우가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서는 간호사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데 처우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간호사가 소모품이 아니라 환자 안전에 중요한 존재이고 나아가 병원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이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그들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호사의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 태움, 처우개선, 이 모든 것들을 결국 하나의 고리로 끊임없이 순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의 대책으로 나오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간호사는 다른 사람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은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고유의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