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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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부터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기에, 갈등이 시작되고 나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오늘은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결코 사소하지 않으나, 너무도 많은 며느리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 들이기에, 결코 사소하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남겨보고 싶다.

내 아들 아침밥은 차려 줬는지? 반찬은 뭐 해줬는지? 저녁은 뭐 먹었는지? 집안 청소는 제때 하는지? 아들이 번 돈 아껴 쓰는지? 이 모든 것들이 궁금해서 안부전화라는 명목으로 며느리들에게 보고를 받는다. 이런 질문들이 며느리에게 묻고 싶은 안부인것인가?

질문들을 자세히 풀어 보자면 ‘아침밥은 차려줬는지’ 에 대한 질문은 과연, 아침밥을 며느리가 차려 줬는지 가 궁금한 것일까? 아들이 차려 줬는지 가 궁금한 것일까? 그게 누가 됐든 아침밥을 먹었냐는 것이 궁금한 것일까? 이 질문을 받으면 보통 며느리들은 당신 아들 아침밥 안 먹일 까봐 이런 질문을 한다고 느낀다. 기존에 아들이 집에서 밥을 먹었던 사람이던 아니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리고 그럴만한 여유가 되는 사람이 먼저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하고 먹으면 된다. 며느리도 한때는 집에서 엄마가 해준 아침밥을 먹고 출퇴근 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집에 엄마 아빠는 없다. 이제 부부라는 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아침밥은 먹고자 하는 사람이 하면 되고, 만약 부부 두 사람 다 먹어야 한다면 둘이서 분담해서 하면 된다. 이것을 굳이 며느리가 내 아들에게 아침밥을 차려 주니 마니로 신경을 써서, 내 아들이 건강이 나빠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반찬은 무엇을 해주었는지? 저녁은 뭐 먹었는지? 이런 것들이 왜 궁금한가? 반대로 장모님이 사위에게 안부전화라는 명목으로 내 딸 아침밥은 차려줬는지? 라고 물어본다면 시어머님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 것 같은가?

가끔 불쑥 찾아와서 집안꼴이 이게 뭐냐 라는 말을 하는 시어머니들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항상 내 아들 힘들게 돈 벌어 오는데 집에 오면 편안하게 쉬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 하는 말을 덧붙인다. 며느리가 전업주부이든 직장인이든 이런 말들은 굉장한 실례 이다. 불쑥 찾아간 것도 잘못된 행동이지만 집안꼴에 대해서 훈수를 두는 것은 며느리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지 하지 못한 언행이다. 그 집에는 며느리만 사는 것이 아니고 아들도 함께 산다. 그렇기에 그 집안은 부부 둘이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지 며느리 혼자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집안꼴에 대해서 왈가불가 하는 것 자체를 그만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집은 아들만이 편히 쉬는 공간이 아니라 며느리도 같이 쉬는 공간이다. 차라리 불편한 말 한마디 보다 홈클린서비스를 한번 불러 주는 것이 훨씬 고맙게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며느리의 살림과 생활을 간섭하는 시어머니들이 많다. 내 아들이 힘들게 번 돈 허투루 쓰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 하는 분들인데, 집안에 가전제품이 바뀌거나 생활용품이 바뀌거나 심한 경우는 며느리가 입은 옷이 바뀌는 경우에도, ‘아껴 써라’, ‘내 아들이 힘들게 번 돈이다’ 라는 말을 한다. 외벌이든 맞벌이든 살림은 부부 둘만의 일이고, 둘만의 계획이다. 아들이 결혼을 해서 아들 혼자만 고생해서 돈 버는 것 같은가? 그렇다면 반문하고 싶다. 시어머니께서는 당신 결혼 후, 시아버님만 힘들게 고생해서 돈 벌어오고, 정작 당신은 고생 하지 않으셨는지? 결혼을 하면 부부는 부부의 계획으로 인생을 설계 하게 된다. 시어머니 역시 그랬을 것이다. 마냥 아이 같아 보이는 자식이지만 결혼을 했고, 어엿한 성인이다.

결론적으로 시어머니는 아들의 배우자를 아들의 대리모 쯤으로 생각하는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내 아들 밥을 잘 챙겨주는지, 빨래는 제대로 해주는지, 청소는 깔끔하게 하는지, 집에서 편히 쉬게 해주는지, 이 모든 것을 안부전화라는 허울 좋은 이유로 보고를 받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들이 물가에 내 놓은 아이 같은가? 이 정도도 제대로 갖추고 살지 못할 정도로 약하게 키웠는가? 아닐 것이다. 분명 성품이 훌륭한 아들로 키워냈을 것이다. 그러면 믿어주고 응원해주면 된다.

그렇기에 나를 대신할 아들의 엄마라는 인식으로 며느리를 대하지 말고, 아들의 배우자로서 존중을 해주자. 며느리는 아들의 대리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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