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소비자를 만든다 (Manners Maketh the Consumer)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커피를 사러 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돌아보니 옆에 알바생을 존중해달라는 작은 메모가 붙어있었다. 요즘 이런 메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갑질 손님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지난 해 11월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손님이 햄버거를 직원에게 던진 사건이 있었다. 차를 타고 주문을 해 제품을 받는 드라이빙 쓰루 매장에서 손님은 자신에게 나온 햄버거를 별안간 알바생에게 집어던졌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직원의 주문 실수는 없었다고 한다. 다른 손님의 제보 영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 사건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 보호와 피해규제를 명목으로 해당 고객을 고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갑질’이라는 말은 계약의 갑을 관계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갑’이 ‘을’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비난하는 단어이다. 2010년부터 대기업 오너, 임원들의 횡포가 뉴스에 나오면서 간간히 거론되었던 이 단어는 이제는 사회 전반에서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지난 8월 한국리서치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우리 사회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생각했고, 갑질을 당해본 경험 역시 90%에 달했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성인남녀가 한 번 쯤은 갑질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끔 이상 자주 갑질을 당했다고 답변한 이른바 ‘갑질 취약집단’은 직군별로 학생(62%), 기능/노무직(62%), 자영업 종사자(60%)가 차지했다. 판매/영업/서비스직은 57%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갑질은 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했는데 바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직장 업무에 따른 정신질환으로 산업재래 인정을 받은 직장인이 5배가량 증가했다. 2017년 한 해만도 126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이 산재 신청 사유 중 3분의 1이 바로 갑질 문제였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갑질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르바이트생에게 예의를 갖춰달라는 안내문도 심심찮게 보이며 아예 티셔츠 뒤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고 써놓은 곳도 있다.

 

사진:브라더코
사진:브라더코

 

‘손님은 왕’이라는 과거 관념이 이제는 바뀌고 있었다. 그동안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한 금액을 댓가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그 과정을 단순히 물물거래로만 판단했던 과거 잣대에서 이제는 그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의 인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 값’ 생각한다고 사람을 하대하거나 모욕을 주지 말고, 예의 바르게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 Pixabay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 Pixabay

이런 시대의 흐름에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2019년 올해의 소비 트렌트로 ‘매너 소비자’를 꼽았다. 여전히 고객은 왕이다. 그러나 왕도 폭정을 일삼으면 결국 쫓겨나게 된다. 이러한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왕 대접을 받고 싶으면 왕답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매너 있게, 격식을 갖춰서 말이다. 어느 마트에서 내건 문구처럼 지금 대하고 있는 사람이 당신의 소중한 가족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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