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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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의사 공소혜입니다. 건강을 지키는 상식에도 유행이 있는 듯 합니다. 얼마전에 한 지인이 지방을 빨리 소모시키기 위해 식초를 항상 복용한다는 말을 듣고, 과연 식초를 먹을 때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좋고 또 어떤 사람들이 먹어야 좋을지에 대해서 궁금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식초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식초를 뜻하는 고주(苦酒)

식초는 한의학 용어로 고주(苦酒)라 불립니다. 식초는 알코올을 먹고 사는 초산균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술과 식초의 역사는 비슷한 시기로 추정됩니다. 곡물이 알코올 발효되어 술이 된 다음, 이 술이 계속 남아 있어 초산발효까지 되었을 때 식초가 됩니다. 고주(苦酒)라는 이름을 한글로 풀이하면 쓴 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초가 술에서 유래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옛날에 어떤 양조장에서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게 되었고 다 소비되지 못하고 발효된 술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발효된 술인 식초를 먹고는 지나치게 시고 먹기 힘든 맛에 고주(苦酒)라는 이름을 붙였다라는 속설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식초의 작용

식초는 pH가 3.5 정도로 강한 신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산성이 강한 염산, 황산 등은 단백질, 지방 등을 녹이는 역할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강한 산성이 흩어주고(散) 녹이는(消) 역할을 잘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강한 신맛은 인체 내에서 작용할 때, 뭉친 것, 회충을 녹여버리고 적취(積聚)를 흩어 몸에 만져지는 멍울 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본초학 책에서는 살충(殺蟲), 개위성비(開胃醒脾), 도체행수(導滯行水), 산어소종(散瘀消腫), 소설기혈(疎泄氣血), 하기제열(下氣除熱), 제사황단사담반상산제약(制四黃丹砂膽礬常山諸藥)이라 하여 식초가 어혈을 헤치고 적취를 제거하며, 지혈시키고, 회충으로 인한 배앓이를 치료하며, 해독시킨다고 나와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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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를 먹을 때 주의할 점

강한 신맛은 체내의 뭉친 것, 적취(積聚)를 풀어내어 소화를 돕고 어혈을 풀어주어 체내의 종기나 멍울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지만, 빈 속에 먹으면 산으로 작용하여 위벽을 약하게 만들며 식초를 입에 오래 머금게 되면 이빨을 녹여 이를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식초를 필요이상 장기간 먹게 되면 뼈도 약하게 만들며 근육을 손상시켜 늘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보약을 먹을 때 식초를 먹지 말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습니다. 신 것을 먹으면 진액이 빠져나가는데 보약은 진액을 응집시키고자 함이라 작용이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청매실, 모과, 석류 등의 강한 신맛의 과일을 많이 먹으면 뼈와 이빨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시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식초는 일반적으로 강한 신맛이지만, 발사믹 식초나 흑초, 홍초는 그다지 시큼하지 않고 끝맛이 달아서 약한 신맛입니다. 덜 시큼하고 끝맛이 달며 입에 침이 고이는 약한 신맛은 진액을 수렴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오히려 허약한 사람을 보충시켜주는 보약의 개념이 됩니다. 또한 같은 식초라 하더라도 오래 묵힐수록 덜 시큼해지고 끝맛이 달달해집니다. 그래서 ⟪동의보감 ․ 식초⟫에서는 “약을 넣을 때는 2~3년 묵은 쌀식초가 좋은데, 이는 곡기(穀氣)가 완전하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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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를 알맞게 적당히 먹는 방법

따라서 식초를 소화제, 몸에 쌓은 노폐물인 적취(積聚)를 없애고 어혈(瘀血)을 풀어주어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용도로 복용하실 때는 강한 신맛의 식초가 좋습니다. 기운이 왕성하고 체격이 어느 정도 있으며 피부나 근육 등에 여드름, 혈종 같은 종기가 있는 분들, 혈관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있는 분들이 단기적으로 복용하시면 좋습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사과식초, 와인식초 등 강한 신맛이 나는 식초를 위주로, 복용 시에는 위가 부담되지 않도록 식후에 물을 10:1 정도로 다량 희석해서 2-3숟가락 정도 넣어 타먹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최대한 치아에 닿지 않도록 빨대를 이용해서 드시는 법을 추천드리며 복용 후 반드시 바로 양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복용하시면서 속이 쓰리거나 지나치게 살이 빠지면서 피부가 늘어지는 경우에는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식초를 정액이 새는 것을 막아주고 땀과 기운이 새는 것을 막아주는 보약(補藥)의 개념으로 복용하실 때는 약한 신맛의 식초가 좋습니다. 겨울철보다는 여름철에 기운이 빠져나갈 때에 복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리며 평소 땀이 나면 피곤하고 입맛이 없는 분들, 설사를 하거나 진땀이 나면 극심하게 피곤해지시는 분들, 기력이 약해 말하는 것도 귀찮은 분들이 장기적으로 복용하시면 좋습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같은 식초라 하더라도 오래 묵혀 발효시킨 식초를 추천 드리며 식초를 3년 이상 발효시켜 만든 흑초나 복분자, 산수유, 오미자 등을 이용하여 오랫동안 발효시킨 홍초를 추천드립니다. 약한 식초여도 산성이 있는 만큼 식후에 복용하시기를 추천 드리며 복용 후 1시간 이내로 양치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복용하시면서 속이 쓰리거나 속이 뭉치는 느낌이 나시는 분은 잘 맞지 않습니다. 또한 감기 초기와 같을 때도 기운을 뭉치게 하기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셨다가 감기가 나은 후에 드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한의학에서는 같은 식초라 하더라도 재료, 발효시기에 따라 강한 식초냐 약한 식초냐를 구분합니다. 강한 식초는 노폐물을 녹이는 효과가 더 강하고 약한 식초는 진액을 수렴해주는 효과가 더 강합니다. 식초 하나도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 건강을 유지하고 내 몸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아침편지는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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