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속 무리 지어 사냥하는 재빠른 육식공룡 랩터, 무리 생활 증거는 없어
공룡들 가운데 인상적인 공룡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 후보들이 나올 것이다. 거대하고 강력한 사냥꾼 티라노사우루스, 머리에 커다란 뿔들이 나 있는 트리케라톱스, 목이 기다란 브라키오사우루스 등등. 그런데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본 이들이라면 빼놓지 않고 그 이름을 거론하는 공룡이 있으니 일명 ‘랩터’, 즉 벨로키랍토르다. 벨로키랍토르는 흔히 영화에서 영어식 줄임 표현인 ‘랩터’라고 칭해지며, 덩치는 작지만 재빠른 몸놀림과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 그리고 무리지어 먹잇감을 코너로 몰아 사냥하는 공포의 포식자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진짜 랩터들은 영화에서처럼 무리를 지어 먹잇감을 사냥했을까?
사실 공룡학자들은 이 물음에 의문을 품은 지 오래되었다. 랩터(벨로키랍토르)들의 화석에서는 사실 무리 생활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벨로키랍토르의 화석은 1923년에 처음 발견된 이후 1971년에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와 싸우다 죽은 화석으로 그 이름이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싸움의 모습 화석에도 프토토케라톱스와 벨로키랍토르의 일대일 싸움이었지 무리 싸움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벨로키랍토르의 무리 생활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우선 영화 ‘쥬라기 공원’ 속 벨로키랍토르는 실제 벨로키랍토르보다 오히려 그 친척뻘 공룡인 데이노니쿠스나 유타랍토르에 더 가깝게 묘사되었다. 실제 벨로키랍토르는 몸길이가 불과 1.8m 정도이지만 데이노니쿠스는 길이가 4m에 가깝고 유타랍토르는 6m에 이른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는 랩터의 화석이 미국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실제 벨로키랍토르는 몽골에서 발견된 공룡이며 데이노니쿠스와 유타랍토르가 미국에서 발견된 랩터류의 공룡이다. 따라서 영화의 랩터는 데이노니쿠스와 유타랍토르를 모델로 두고 새롭게 만들어진 영화 속 공룡 캐릭터라고 봐야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랩터의 모델이 된 데이노니쿠스의 경우 초식공룡 테논토사우루스와 함께 여러 마리가 함께 발견된 화석이 있어 이를 근거로 무리생활설을 주장하는 학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사냥을 하다가 여러 마리가 함께 묻힌 것인지 다른 이유에서 묻힌 것인지는 분명치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노니쿠스 외에 그 어떤 랩터류 공룡들 중 무리 생활 흔적이 제대로 나타난 공룡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랩터가 무리 생활을 했다는 근거는 생각보다 많이 미흡한 편이다.
어쩌면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영화 속 공룡 캐릭터가 실제 공룡 이미지에 대한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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