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일/사진제공: pixabay
내가 하고 싶은 일/사진제공: pixabay

내가 젊었을 때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직생활이 아니라 농사 를 짓고 싶었다. 공직생활은 1년만하고 농사를 지으려고 했다. 그 러나 1년만 하기로 했던 공직생활이 벌써 30년이 지났다. 이제는 퇴직을 하고 농사를 본업으로 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 다. 그렇지만 지금도 내가 먹는 채소는 내가 직접 재배하여 먹고 싶다. 무공해 채소를 가꾸며 농촌에서 생활하고 싶다.

농사일에는 정년이 없지만 공직생활은 내가 직장을 더 다니고 싶 어도 법에서 정한 60세가 되면 떠나야 한다.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퇴직을 맞이하게 되면 당황하게 될지 모른다. 정년은 예 고되어 있는 것이니까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전에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정년을 맞는다. 나 역시 아직까지 이 렇다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매일 출근하던 직장에 나가지 않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 도 되니까 잠깐은 편할지 모르지만 게을러지고 나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돈은 벌지 못해도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까 실감하지 못한다. 아직은 실업자가 아니기에 곧 닥치게 될 일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제 퇴직이 몇 년 안 남아서 그런지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면서 국민기초수급자의 대부분이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미리미리 노년준비를 하지 않 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렵게 사는 이유가 미리 대비를 하지 못 한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들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노년을 준비해 왔지만 불가항 력적 사정으로 인해 갑자기 어려움을 맞게 된 사람들도 있을 테고 젊었을 때 허랑방탕한 삶을 살거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게 “공무원들은 연금이 나오니 노후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얼마나 좋으냐”고 하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연금을 받는 다. 그러나 연금만 가지고 생활한다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에는 부 족하다. 호화롭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초라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공직생활을 할 때는 시간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 들이 많이 있다. 퇴직 후에는 유럽의 노부부들처럼 우리 부부도 함 께 여행도 즐기고, 문화생활도 하면서 살 수는 있으면 좋겠다. 손 자가 오면 다만 얼마라도 용돈을 줄 수 있고, 혹여 딸들이 어려움 에 처하게 되면 얼마간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더 좋고, 최소 한 아이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내게 퇴직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내게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퇴직 후에는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말한다. 아직 까지 농지가 준비되지 않았지만 퇴직하면 농촌으로 가서 농사를 지 으면서 살 생각이다. 물론 농사를 본업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내 가 살 집에는 큰 나무를 심어 여름철 더울 때는 나무 그늘에 누워 쉬면서 책도 읽고, 색소폰도 불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언젠가 오 스트리아 여행을 할 때 아파트 건물 위에 큰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 을 본 적이 있다. 가을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중에 그런 집을 짓고 살고 싶어서 판매하는 사진을 한 장 구입해 온 적이 있다.

집 뒤쪽에는 야산이 있었으면 좋겠다. 산에 더덕, 장뇌삼, 두릅, 엄나무, 취나물, 버섯 등을 심어 놓고 철마다 조금씩 채취하여 맛을 보고 싶다. 울타리에는 내가 어릴 때 따먹던 복숭아, 보리수, 앵 두, 감, 밤 등 유실수를 심어 철따라 따먹는 맛을 느껴보고 싶다.

텃밭에는 딸기, 상추, 고추, 배추, 열무 등 야채를 심어 놓고 농 약을 주지 않은 무공해 채소를 먹고 싶다. 집 근처에 조그마한 연 못을 만들어 놓고 미꾸라지, 우렁도 기르고 새우, 송사리도 키워 이따금 얼개미로 건져 추어탕도 끓여먹고 싶다. 토끼와 닭, 강아지도 키워보고 싶다.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황토 찜질방을 만들어 놓 고 오랜만에 나를 찾는 친구나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나와 인연이 있었던 지인들이 찾아오면 부담 없이 하루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내가 어릴 때는 따로 연료를 구할 수 없어 누구나 산에 가서 어렵게 나무를 해 와야 했지만 지금은 나무를 하지 않아 산에 가면 얼마 든지 구할 수 있다. 틈나는 대로 죽은 나무나 잡목을 베어다 장작을 만들어 쌓아 놓고 겨울에 누가 오면 군불을 지피면 따끈따끈한 온돌방에서 편하게 하루 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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