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계장님은 안하는 게 뭐예요/사진제공: pixabay
도대체 계장님은 안하는 게 뭐예요?/사진제공: pixabay

나는 가끔 직원들로부터 “도대체 계장님은 안하는 게 뭐예요?” “계장님은 도대체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라는 이야기 를 듣는다.

이른 새벽에 갯골생태공원이나 그린웨이로 운동을 나가다 보면 직원 몇 명을 만나게 된다. 그 직원들로부터 들었는지 내 배가 나 온 것을 보고 “운동도 많이 하신다면서 배는 안 들어갔네요”하는 직원들이 있다. 그리고 그림동아리 전시회에 전시된 내 작품을 보 고는 한마디씩 한다. “계장님은 그림도 그리시네요” 그리고 색소폰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을 보고는 “계장님은 예술에는 재주 가 있으신가 봐요.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시고 정말 부러워요”라 고 하는 직원들도 있다.

“거북이 나눔회 회장을 하시면서 봉사활동도 하시고 가족봉사단 활동도 하신 다면서요. 항상 바쁘신 것 같은데 언제 시간이 나서 그런 일들을 하세요. 계장님이 정말 부러워요” 직원들이 나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중에는 “바쁜 가운데서도 금 년도에 책 25권을 읽었느냐?”, “바쁜데 어떻게 시정연구논문까지 작성하느냐?” 직원들이 한 마디씩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몸에 류마티스 관절염 인자가 많아서 몇 년 전부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배드민턴, 마라톤까지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

직원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따금 ‘거북이 나눔회’ 활동을 하면서 보도자료를 제공하지만 ‘거북 이 나눔회’ 회장이 김운영이라고 밝히지 않고 있다. 공보부서 직원 에게 신문에 내 이름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도 몇몇 기자는 구태여 내 이름을 기사화했다.

‘거북이 나눔회’ 활동을 시작한지 4년이 넘다 보니까 이제 ‘거북 이 나눔회’ 하면 회장이 김운영이라는 것을 직원들뿐만 아니라 시 민사회에서도 많이 알고 있는 상태다. 청내 잡지인 ‘늠내바람’, 시 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시흥시민뉴스’, 지방지에 기사화되는 것이 이러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 된다. 물론 나도 나름대로 최대한 시간 을 아끼고 효과적으로 쓰려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작성해 온지도 벌 써 12년이 넘었다. 플래너를 작성하면서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해 왔지만 그렇다고 크게 이루어 놓은 것도 없다.

이제까지 내게 중요한 것을 찾아서 실행에 옮기기 보다는 그날그 날 급한 것을 처리하는데 중점을 두며 생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이 든다. 이제 공무원 생활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준비해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가 미래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이 있지만 정작 나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78세라고 한다. 병에 걸리 거나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까지 합쳐서 평균수명이 78세이니까 큰 병에 걸리거나 큰 사고로 사망하지 않는다면 80세 이상은 산다는 이야기다. 지금 평균수명이 78세이지만 앞으로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20년 이상은 살아야 한 다는 것이다. 노후가 결코 짧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리 준비를 하 지 않는다면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취미로 우표 수집, 기념주화 수집, 관광일부인 수집 등 여러 가지 를 하고 있는데 수집하는 데는 돈이 소소하게 들어간다. 혼자 있을 때는 그림이라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악기라도 하나 연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 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여러 해가 되어 간다. 동아리와 그림 전시회도 세 번이나 가졌다. 2007년에는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 지만 한번 전시회를 가져 보자며 멋모르고 전시회를 가졌고 2008 년에는 전시회를 대비하여 백두산의 4계를 그렸다. 냇가에 쌓인 눈 이 녹아내리는 장면까지 5작품을 그렸으며 나의 얼굴을 그렸다. 2009년에는 그림그리기를 게을리 하여 몇 점 그리지 못했고 회원 들의 출석율도 떨어져 작품수가 모자라 서예 모임과 함께 전시회를 가졌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나 색소폰을 부는 시간에는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일찍 출근하여 색소폰을 부는 날도 있었다. 하루라도 쉬게 되면 왠지 뭔가 빠진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 가 그림을 그리거나 색소폰을 연습하는 것은 프로가 되기 위한 것 이 아니라 노년준비 중에 하나다. 아무 할 일이 없을 때나 마음이 울적할 때 위로 받기 위한 것이다. 사람에게서 받지 못하는 것을 그림을 그리면서 색소폰을 불면서 느껴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노년에 경로당에 나가서 고스톱이나 치고, 잡담이나 하는 것보다 는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이 되 었다고 하더라도 할 일이 있는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경로당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 직업 으로는 아니더라도 그림전시회도 갖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색소폰 을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은 되게 하려고 한다. 색소폰을 잘 불지 못 하더라도 색소폰을 불면서 마음이 편해지면 그만이지만 남의 앞에 설 때에는 듣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듣는 사람이 편안하고, 마음의 위로가 되는 수준이 되면 좋겠다.

직원들로부터 “도대체 계장님은 안하는 게 뭐예요?”라는 이야기 를 듣는 것보다 뭔가 결과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난 뭐를 하든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끝장을 보고 야 마는 성질 때문에 이러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너는 최선을 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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