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번지점프/사진제공: pixabay
인생의 번지점프/사진제공: pixabay

시책추진 유공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로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할 기회를 얻었다. 직원들끼리 여행 중이었는데 가이드가 한 명 이라도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하면 번지 점프 장을 들리고 그렇지 않 으면 들리지 않겠다고 했다. 누군가 한 명이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했고 나도 번지점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인솔책임을 맡은 모 과장은 번지점프를 안 하고 싶은데 6명이나 참여한다고 하니까 하지 말라 고 할 수도 없고 얼굴이 굳어졌다. 번지점프에 참여하는 사람은 번 지점프대가 있는 곳에 남아있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번지점프 하 는 모습을 보기 위해 번지점프를 하는 모습이 잘 보이는 건너편으로 이동하여 지켜보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맨 먼저 뛰어내 린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렸다고 한다. 내가 두 번째로 뛰어 내렸는데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건너편에 있던 직원들은 들었던 모 양이다. 인솔책임자인 모 과장의 얼굴이 굳어졌다고 한다.

두 번째가 내 차례였다. 다리에 로프를 묶었다. 뛰어내리면 몸무 게에 의해서 다리가 빠지는 것은 아닌가,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 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막상 뛰어 내리려고 하니까 겁이 났 다. 높이가 47미터라고 하는데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게 밑에 물이 흐르고 있었고, 조그마한 배가 한 대 떠있었다. 가이드가 설 명할 때 이때까지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 은 터라 나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무조건 뛰어내 렸다. 막상 뛰어 내려 보니까 다리에 아무런 충격도 없었고 뛰어 내리는 순간만 겁이 났지 괜찮았다. 설명할 때 밑을 내려다보면 겁이 나서 못 뛰어내린다며 밑을 절대 보지 말고 멀리 앞만 바라보라 고 했지만 자꾸만 밑을 보게 된다.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신청한 일 행 6명이 모두 뛰어내렸다.

언젠가 충주호 근처에서 성과관리 워크숍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번지점프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많은 직원 들이 번지점프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내가 경험이 있다고 하니까 나에게 제일 먼저 뛰어내리라고 하여 내가 제일 먼저 뛰어내렸다. 번지점프는 경험이 있다고 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겁이 나서 손으로 잡고 있는 손잡이에서 손을 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뛰어내렸다.

번지점프에 참여하겠다고 한 직원들이 대부분 남자직원이었는데 여직원 한 명이 도전했다. 여직원이 뛰어내리려고 점프대에 섰다. 하지만 여직원은 밑을 내려다보고 겁이 났는지 조금 물러섰다가 다 시 나왔다. 이번에도 뛰어내리지 못했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끝내 뛰어내리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수없이 많은 두려움과 마주쳐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을 만나면 피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두려움과 정면으로 승부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두려움 을 피해가고 싶지만 피해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두려움과 마주 칠 때가 있다. 두려움을 피하고 싶지만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번지점프대에 섰을 때 밑을 내려다보면 겁이 난다. 떨어지면 죽 을 것만 같아 보인다. 발에 로프가 매어져 있어서 안전한데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점프대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손 잡이를 놓으라고 하면 겁이나 손잡이를 놓지 못한다. 손잡이를 놓 기보다 더 꽉 잡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수없이 많다. 계단을 오를 때도 그렇다. 한 계단, 한 계단, 계단만 보고 올라가면 겁이 나지 않는다. 한참 오르다가 얼마나 올라 왔나 보려고 밑을 내려다보면 겁이 나서 그때부터는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오지도 못 한다.

월곶과 소래포구를 연결하는 철교가 지금은 바닥에 깔판을 깔고 양 옆에 칸막이도 만들어 놓아 아무도 겁을 내지 않고 건너다니지만 전 에는 바닥에 깔판이 깔리지 않았고 양옆에 칸막이도 없었다. 수인선 철로로 쓰이던 곳으로 철로에 놓여 있던 침목을 밟으며 건너야 했다.

발을 헛디디면 갯골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철로를 건너다 떨어져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위험하기 때문에 다리 양쪽에 들 어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당시에는 월곶이나 오이 도가 개발되기 전이니까 소래대교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회를 사 러가려면 철교를 건너가야만 했다. 통행하지 말라고 막아 놓은 철조 망 울타리를 넘어 철교를 건너다니곤 했다. 그 철교를 건너는 것이 겁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스릴도 있고 즐겁기도 했다.

직원 몇 명이 회를 먹기로 하고 다리를 건너는데 잘 걷던 남자 직 원 한 명이 갑자기 엎드려 기기 시작했다. 밑을 내려다보고 겁을 먹은 모양이다. 여직원들도 잘 건너가는데 그 직원은 겁이 많아서인지 걸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기어왔다.

언젠가 큰딸과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까 약 ~” 소 리를 질렀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옆에 있는 내가 깜짝 놀랐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고는 소리를 지른 것이다. 고양이를 보면 왜 무서워하는지 물어봐도 특별히 어떤 일도 없었다고 하는데 고양이만 보면 비명을 지른다. 그래서 친구가 네 뒤에 고양이가 쫓 아오면 100미터 달리기 선수보다 빨리 뛸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덜하지만 아직도 고양이가 지나가면 피해간다. 딸아이는 일 본에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고 싶은데 친구가 고양이를 키워서 친구네 집에 안 간다고 했다.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의 문제는 있지만 누구에게 나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번지점프 뛰어내리기, 고공사다리 오르기, 철교 건너기를 할 때 밑을 내려다보는 순간 두 려움을 갖게 된다. 두려움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밑을 보지 말라 고 하는 데도 사람들은 밑을 내려다본다.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라 고 하는 데도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소돔성이 멸망할 때 뒤를 돌 아보지 말라고 했음에도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다보아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사람 을 피해 가지 사람이 고양이를 피해 가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고양 이를 피해 가는 우리 딸을 보면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어떤 사람 은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주 쉽다고 생각하는 일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 우가 있다. 겁을 먹게 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하는 것을 어렵게 해야 하고 그것을 피하게 된 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극복한다면 더 많은 것에 도전해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번지 점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뛰어 내려야 한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주저하게 된다. 망설이게 된다. 그냥 앞만 쳐다보고 뛰어 내리면 된다.

한국투데이 관리계정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