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시사항이라고?/사진:픽사베이
시장 지시사항이라고?/사진:픽사베이

언젠가 시장비서실장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시장님의 지시사항 이라며 무슨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고 불법행위를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 고는 시장님 결재를 받으러가며 시장님께 시장님이 이런 일을 하라 고 비서실장을 통하여 지시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시장은 비서실 장을 통하여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시장비서실장이 와서 시장님이 지시하셨다고 하면 시장님이 시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무원 들이 시장님의 지시면 설사 시장님의 지시가 정당한 지시가 아니라 고 하더라도 시장님의 지시에 따르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시장님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지시 가 아니면 불가하다고 직언을 하는 버릇이 있다. 나로서는 불법행 위를 하라는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님께 직접 여쭈 어 볼 수밖에 없었다.

시장 본인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까 비서실장이 시장님의 지시라고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얼마 후 비서실장이 찾아와서 시 장님 지시사항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내가 시장님을 직 접 만나 시장님께서 그 일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장 님이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시던데 왜 시장님의 지시사항이라며 하 라고 하느냐고 했다. 시장님의 지시사항이라면 시장 지시사항이라고 공문을 보내라고 했다.

그 후로는 다시 내게 더 이상 시장 지시사항이라며 무슨 일을 하 라고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비서실장은 여러 부서를 다 니면서 시장 지시사항이 아닌 자신의 민원을 시장 지시사항이라며 여러 가지를 요구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시장의 이름을 팔 아 요구하면 공무원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여 공무원들 에게 자기의 민원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시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생 각으로 시장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못하고 비서실장이 요구하는 것 이 시장 지시사항인지 아닌지도 확인도 하지 않고 들어주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시장 지시사항 중에 공문으로 시장 지시사항이라고 보내 지 않거나 당사자에게 직접 구두로 지시하지 않는 지시사항들이 있 었기 때문에 발생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당한 것이 아니거나 은 밀한 것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시 장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와 같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시장이라고 하더 라도 부당한 지시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서실장이나 비 서실 직원이 시장 지시사항이 아닌 것을 시장 지시사항이라며 요구 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설사 시장이 비서실장을 통하여 불법행위를 하라고 지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 찾아가 지시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지시했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시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면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하여 부담을 갖 지 않아도 되고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부당한 요구나 압력을 받을 때가 종종 있 다. 거절하자니 불이익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고, 그 일 을 하자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 도 못하며 끙끙 알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와 같이 부당한 지시를 직설적으로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부당 한 지시를 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거절할 때도 나처럼 직설적으로 거절하기 보다는 상대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거 절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더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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