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된 감정평가 수수료 규정 /사진:픽사베이
모순된 감정평가 수수료 규정 /사진:픽사베이

감사부서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공영개발사업소 감사를 하면서 은행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의 감정평가 수수료 지급관련 서류를 보면서 감정평가 수수료 산정과 관련된 규정이 모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 한 번에 의뢰한 건은 1건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 고 감정평가 수수료 계산이 1건으로 처리할 경우에는 일정 금액까 지는 기본금액이 5만 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이상의 금액의 경우 에는 10,000분의 9부터 10,000분의 4까지 차등적으로 한 번씩만 적용되어야 한다. 적용 요율을 10,000분의 9를 적용하는 것은 한 번만 적용해야 하고, 10,000분의 8도 한 번만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급된 감정평가 수수료 산출내역을 보니까 기본요 금 50,000원 + (할증되는 토지 산정금액에 10,000분의 9에서 10,000분의 4까지 적용한 수수료) + (할증이 되지 않는 토지 산정 금액에 10,000분의 9에서 10,000분의 4까지 적용한 수수료)로 되 어 있었다.

한 건으로 처리하면 10,000분의 9를 적용하는 수수료는 1번만 적용해야 하고 차등으로 10,000분의 8, 10,000분의 7, 10,000분 의 6, 10,000분의 5를 적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모두 10,000분의 4 를 적용해야 하는데 지급된 수수료 산출내역을 살펴보니까 10,000 분의 9부터 10,000분의 4까지 모두 2번씩 계산된 것이었다. 그러 다 보니 감정평가 업체에 지급된 감정평가 수수료가 최소 5,000만 원 이상 과다 지급되었다.

관련 규정상에는 한 번에 의뢰한 것은 1건으로 계상하도록 되어 있고, 1건으로 계산하면 요율이 한 번만 적용되어야 하는데 청구된 수수료는 기본 수수료인 5만 원만 한 번 적용되었고 나머지는 높은 요율이 2번 적용된 것이다. 기본요금 50,000원만 제외하면 분명 2 건이다. 할증이 되지 않는 토지 감정평가 수수료 1건과 할증되는 토지 감정평가 수수료 1건으로 사실상 두 건으로 계상한 것이다. 감정평가업자들은 ‘+’(플러스)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한건이라고 주 장했고 나는 같은 수수료 요율이 한 번만 적용되어야 한 건으로 계 산한 것이지 ‘+’(플러스)는 수수료 요율이 2번씩 적용된 것으로 한 건이 아니라 2건이라고 주장했다.

정당한 감정평가 수수료를 계산하려고 하다 보니까 토지 중에는 할증률이 적용되는 토지가 있고, 할증률이 적용되지 않는 토지가 있는데 한 건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10,000분의 9를 한 번만 적 용해야 해야 하는데 정당한 감정평가 수수료를 산출해 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할증률이 적용되는 토지를 10,000분의 9부터 적용할 때와 할 증률이 적용되지 않는 토지를 10,000분의 9부터 적용할 때의 수 수료 산정금액이 많이 차이가 났다. 할증률이 적용되는 토지부터 10,000분의 9를 적용하는 것도, 할증률이 적용되지 않는 토지부터 10,000분의 9를 적용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었다. 할증이 적용되는 138 원칙을 지켰더니 해결되더라 2부 공직생활의 보람과 아쉬움 139 부분을 10,000분의 9부터 적용하면 감정평가업체에 유리하고, 할 증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10,000분의 9부터 적용하면 시에 유리 하기 때문에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저히 정당한 감정평가 수수료를 계산할 수가 없어서 일단 감정 평가업자에게 유리하게 할증률이 적용되는 토지부터 10,000분의 9 를 적용하여 계산하니까 약 5,000만 원을 회수해야 했다. 5,000만 원을 회수한다고 했더니 감정평가 업자가 건설교통부에서 과장전 결로 질의·회신한 기안지 사본을 제시하며 “건설교통부 장관이 맞 는다고 답변을 하는데 당신이 뭔데 틀리다고 하느냐?”고 했다. 건 설교통부에서 회신한 질의·회신내용에는 감정평가업자들이 산정 한 감정평가 수수료 산정 방법이 맞는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도 나 는 그 질의·회신문을 인정할 수 없다며 5,000만 원을 반납하라고 했다. 만약 반납하지 않을 경우 중앙신문에 보도자료를 뿌리겠다고 했다.

다음 날 바로 감정평가업자들이 5,000만 원을 가져와 반납하며 제발 언론에는 제보하지 말라고 했다. 5,000만 원은 회수했지만 잘못되어 있는 감정평가 수수료 산정기준과 감정평가업자들이 감 정평가 수수료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관행을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법령과 관련된 질의를 하려면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바로 중앙행정부로 질의를 하지 못하고 반드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경유 하여 중앙행정부로 질의하도록 되어 있었다. 감정평가 수수료 산정 방법에 대한 질의서를 작성하여 한 부는 경기도청을 경유하여 건설 교통부장관에게, 한 부는 감사원으로 발송했다. 질의를 할 때 건설 교통부에서 회신한 질의·회신 기안지 사본도 첨부하여 질의했다.

며칠 후 감사원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지적한 것이 정확한 지적 이기는 하지만 감사원에서는 회계 관련 질의에만 답변하고 있어 감 사원에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질의·회신을 받으려 고 감사원에 질의를 한 것이 아니라 감사원에서는 건설교통부 감사 권이 있지 않으냐, 건설교통부를 감사해 달라는 취지로 질의서를 보낸 것이라고 했더니 건설교통부에서 문제점을 인지했고 관련규 정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니까 조금 지켜봐달라고 했다.

다시 며칠이 지나니까 경기도청에서 공문으로 질의·회신이 왔 다. 감히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건설교통부장관의 답변한 질의· 회신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것은 건방진 행위라는 식의 답변이었 다. 화가 나서 바로 경기도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똑 같은 질의서를 2부 작성하여 한 부는 감사원에 보냈고, 한 부는 경기도 청으로 보냈는데 감사원에서는 내가 지적한 것이 맞는다며 건설교 통부에 관련규정을 고치도록 요구했고, 건설교통부에서는 잘못을 인지하고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답변을 해왔는데 당신은 도청에 있다고 시군에 있는 직원들에게 그따위 공문을 보내느냐고 했다. 도청 담당자가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이 아니다. 도청에 있다고 건방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빨리 관련 규정이 개정되게 하기 위하여 다시 행정개혁위원회에 도 안건을 제출했다. 그랬더니 중앙정부에서도 관련규정을 개정하 겠다고 하였으나 그 후에도 몇 년이 지나서야 관련 규정이 개정되 었다.

감정평가 수수료 규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 다고 판단하여 과다 지급된 감정평가 수수료 5천만 원을 회수하게 된 사례와 모순된 감정평가 수수료 산정기준을 개정 요구했던 사 례를 감사원에서 발행되는 계간지인 감사지에 투고했다. 당시 감 사지에는 지방공무원의 글이 실리지 않던 때였지만 감사지 제40호 (1995년 신년호)에 내 글을 실어주었다. 지방공무원의 글이 처음으 로 감사지에 실린 것이다. 감사지에 감사기법/경험담으로 게재하 고 원고료까지 내 통장으로 입금해 줬다.

중앙행정부에서 회신한 답변이 무조건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 는다. 전에 시화공단 인수인계 문제로 한국수자원공사와 갈등이 있 었을 때도 건설교통부 관계자와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다. 이번 사 례를 통하여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개선이 될 때까지 여러 루트를 통하여 개선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중앙정부에 제안의 형식을 빌리기도 하고, 민원의 형식을 빌리기도 하면서 개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요구하 여 미술장식품 설치관련 법령 등 여러 건을 개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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