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시절 /사진:픽사베이
9급 공무원 시절 /사진:픽사베이

 

군에서 제대하고 농사철이 시작되어 안개울 논에서 모내기 준비 하고 있는데 동네 마을앰프에서 “김운영 씨 전화가 왔으니 받으세 98 원칙을 지켰더니 해결되더라 2부 공직생활의 보람과 아쉬움 99 요”하고 방송이 나와서 달려가서 전화를 받았더니 공무원 발령이 났으니 내일 사령장을 받으러 용인군청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당 시 마을에 이장 집에만 전화기가 한 대뿐이라서 전화가 오면 누구 네 집에 전화가 왔다고 방송을 하고, 방송이 나오면 달려가서 전화 를 받았다.

1982년 5월 1일 용인군청에 가서 사령장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 는 외사면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동기생인 영선이와 같이 발령을 받았다. 사령장을 받고 면사무소를 찾아갔더니 직원들과 인사도 하 기 전에 산불이 났으니까 산불을 끄러 가라고 하여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산불을 끄러 갔다.

공무원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공무원으로 일생을 보낼 생각은 없 었다. 그리고 당시 풀무원에서 생활하며 성경공부를 할 때 공무원 사회가 썩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부 정과 연루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무슨 선거가 있었는데 담당마을에 나가서 유권자들의 성향을 알아오라는 것이었다. A당 은 “○”표를, B당은 “△”를, C당은 “×”를 해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왜 공무원이 그런 것을 해야 하느냐며 끝내 성향조사서 제출하기를 거절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내지 않으면 면장에게 불 이익이 따른다며 내 대신 부면장이 작성해서 제출했다는 소리를 들 었다. 그만두라면 그만두지 그런 일에는 협조할 수 없다고 끝까지 거절하니까 윗사람들이 거짓으로 아무나 적당히 표시해서 내면 되 는 것을 뭘 그러냐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공무원이 해야 할 일 이 아니라며 끝내 거절했다.

여름철이 되었을 때 전직 농림수산부 장관들이 지나간다며 민원 실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은 주요도로변에 있는 논에 나가 피(논에 서 자라는 잡초로 벼처럼 생겼지만 잎을 햇볕에 비쳐보면 피의 잎 은 벼 잎보다 연하게 보이며 뽑아내지 않을 경우 피 씨가 논에 떨어 져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사리를 하라는 것이었다. 피사리를 나가 는 직원들이 낫을 가지고 나갔다. 직원들은 피사리를 하는 것이 아 니라 낫으로 피 이삭을 툭툭 쳐나갔다. 내일 장관이 지나가니까 지 나가면서 피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다. 피라는 잡초는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오랜 기간 동안 없애려고 해도 없애지 못 하고 있는 생명력이 아주 질긴 잡초로 피 이삭이 논에 떨어지면 이 듬해에 피가 엄청 많이 나오기 때문에 농부들은 피를 발견하면 뿌 리째 뽑아 버린다.

나도 농사짓는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 피사리를 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피사리를 할 작정이면 뽑겠다며 나 혼자 피를 뽑았다. 다른 직원들이 그러지 말고 그냥 낫으로 이삭만 치라고 했다. 농부가 어 떻게 피 이삭을 낫으로 쳐낼 수 있단 말인가. 왜 장관이 지나간다 고 하여 공무원이 도로 옆에 있는 논에 피사리를 해야 하는지, 도 로 옆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왜 피살이를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 지 않았다. 나의 아버지는 어디 가시다가도 논에 피가 보이면 양말 100 원칙을 지켰더니 해결되더라 2부 공직생활의 보람과 아쉬움 101 을 벗고 피를 뽑아내고야 발길을 옮기셨다.

재무계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전산화가 되 지 않아서 모두가 수작업으로 일을 해야 했다. 토지분 재산세, 건 물분 재산세, 면허세, 취득세, 농지세, 사업소세, 주민세 등을 수작 업으로 해야 했다. 대장은 왜 그렇게 많은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 을 해도 일은 끝이 없었다. 계장님과 내가 일거리를 집으로 싸가지 고 가서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은 나가 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놀음을 하기도 하였지만 같이 어울 릴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은 다 나가고 평소에 열심히 일을 하는 직 원들이 몇 명만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야! 이 개새끼야. 너는 왜 안 나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사람한테 욕을 해대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저 새끼는 뭐야?” 했다. 그 사람이 부면장에게 “저 새끼 인사기록부 가져와”하는 것이었다. 부면장은 나의 인사 기록부를 그 사람에게 가져다주었다. 다른 직원에게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보았더니 군청 농산과장이라고 했다.

다음 날 감사계라며 어제 농산과장이 내려갔을 때 남아 있었던 직원 3명은 내일 9시까지 감사계로 오라고 전화가 왔다고 했다. 함 께 있던 선배 공무원이 감사계로 전화를 했다. “감사계에 근무하는 직원이 공무원을 부를 때 어떻게 부르는 것도 몰라? 공무원을 공적 으로 부르려면 공문을 보내고 사적으로 부르는 것이면 여비를 내려 보내, 내가 올라가면 너희들은 죽을 줄 알아.”

잠시 후 전언 통신문(공문 내용을 전화로 불러주는 대로 적는 것) 이 왔다. 다음 날 세 명이 군청 내무과로 갔다. 감사계가 어디냐고 했더니 저 쪽이라고 하여 그 쪽을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감사계 직원은 한 명도 없었고 내무과장이 우리를 맞았다. 우리는 내무과 장에게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왜 열심히 근무하는 직 원을 오라 가라 하느냐고 물었다. 내무과장이 어제 일은 알아보니 까 농산과장이 잘못한 것 같다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래서 우리 는 내무과장에게 한마디 했다. “과장 자격도 없는 놈이 무슨 과장 이냐,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욕이나 해대는데 그게 과장 자격이 있는 놈입니까?” 그랬더니 내무과장이 우리를 달랬다. “농산과장이 잘못한 것이고 여러분들에게는 신분상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을 테 니까 그냥 내려가십시오”했다. 그럼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무슨 신분 상의 조치냐, 감사계 직원 놈들은 어디가고 안보이냐는 등 거세게 항의를 했다. 얼마 후 우리에게 욕을 했던 농산과장이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인가 군청에서 이런 사람이 갈 테니까 민원을 잘 처리해 주라고 전화가 왔다.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군청 에서 전화를 받았느냐고 하여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었더니 민원처 리를 요구했다. 그 사람이 처리해달라고 내미는 민원은 법령에 위 반되어 처리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법령에 위반되어 처 리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랬더니 “군청에서 전화를 못 받았어” 102 원칙을 지켰더니 해결되더라 2부 공직생활의 보람과 아쉬움 103 하는 것이었다. 나는 “군청에서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법에서 허용 하는 범위에서 친절하게 처리해 드린다고 했지 법에서 허용하지 않 는 것을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한 마디 했다. “이거 도지사에게 얘기해야겠구먼” 나는 그 사람에게 이것은 도지사님에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한테 가서 법을 바꿔달라고 하세요. 그러면 군소리 안하고 친절하게 처리해드리겠 다고 했다.

그 사람이 화가 나서 뒤돌아 나가는데 문 밖을 나가기도 전에 나 는 한 마디 했다. “이 나라가 발전하기는 다 틀렸어. 나라의 유지라 는 놈들이 불법이나 저지르려고 드니 이 나라가 발전할 수 있어?” 해버렸다. 그 사람은 그 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건물분 재산세를 부과하기 위해서 조사를 나갔는데 산으로 길이 나있어 따라 올라가 보았다. 폭이 50미터 길이가 150미터인 건물 7 동이 있었다. 과세하기 위해서 가옥과세부과대장에 등재했다. 다음 날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무허가 건물을 합법 적인 건물로 등재를 해달라고 했다. 당시에는 가옥과세대장에 있는 건축물을 건축물대장에 옮겨 등재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담당자가 마음만 먹으면 불법건축물을 합법적인 건축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에 집으로 그 여성이 찾 아왔다. 무허가 건물을 건축물대장에 등재해 달라며 500만 원을 내밀었다. 당시 쌀 1가마가 10,000원도 하지 않던 시대이니까 지금 돈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돈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받지 않 으려고 하여 그럼 내일 우체국에 가서 입금시키겠다고 했더니 정말 입금시킬 것이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돌려 달라고 하 여 돌려준 적이 있다.

취득세를 부과하면서 담당자들은 자진납부하지 않은 것을 부과 하고 계장은 자진 납부하는 것을 부과했다. 담당자들은 취득가격 을 토지등급가격으로 계산하는데 계장은 실제 매매가격에서 조금 빼주는 것처럼 해서 계산했다. 이렇게 계산하다보니까 고지분에는 20%의 가산세가 부과됨에도 고지분이 자진납부 하는 것보다 훨씬 금액이 적다. 그래서 나는 자진납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진납부 하 는 것이 손해니까 자진납부하지 말라고 알려줬다. 자진납부 하는 사람들은 20%의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으려고 자진납부 하는 것인 데 자진납부 하는 사람들에게 깎아주는 것처럼 하면서 바가지를 씌 우는 꼴이다.

9급 공무원 시절 나는 새내기 공무원이기는 했지만 불법을 저지 르거나 양심에 가책을 받을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터였다.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근무했었 기 때문에 두려울 것도 없었다. 소신껏 양심껏 내게 맡겨진 일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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