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지만 이륙 2분 만에 비행기가 요동치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고 창문 밖으로는 도시의 빌딩들이 보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승무원은 승객들을 안정시키고 있습니다. 곧 기장은 충돌에 대비하라고 방송을 했습니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있었냐고요? 네, 바로 2009년 1월 15일 미국에서 있었던 US 에어웨이스 1549편 불시착 사고입니다.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인들은 또 한 번의 뉴욕 한복판을 향해 날아오는 비행기에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1549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원 생존했습니다.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이륙 2분 만에 새떼와 부딪치며 양쪽 엔진의 동력을 모두 잃었는데요. 하늘 한복판에서 비행기 양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니... 상상만 해도 끔직 합니다. 기장인 체슬리 슐렌버거는 가까운 뉴저지 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려다가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허드슨 강에 불시착합니다. 바퀴 없이 물위에 착수하는 것은 활주로에 비상착륙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네요. 비행기의 균형이 살짝만 맞지 않아도 날개가 먼저 물에 부딪쳐 비행기가 부서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행기는 완벽하게 비상착수했고 주변의 배들은 서로 교신을 보내며 빠른 구조잡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기장인 체슬리 슐렌버거는 남은 승객이 있는지 가라앉고 있는 비행기 안을 두 번이나 살폈다고 하네요. 승무원들도 승객들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 노력했죠. 

기장 한명 뿐 아니라 승객, 승무원, 구조대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전원 생존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활주로가 아닌 물 위에 비상착수 했는데도 단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니. 정말 기적 같은 일인데요. 전 세계 언론들과 사람들은 이 사고를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고 불렀고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이 되어 주었죠. 

이후 이 사고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플라이트’, ‘설리’ 와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지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습니다. 

모두가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기장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승객들을 구조해준 모두, 살아남은 모두가 영웅이라고 했죠. 오히려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된 판단으로 오히려 승객들을 위험에 빠트린 것은 아닐까 고뇌했었다고 하네요.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허드슨 강의 기적이었습니다. 참사를 희망으로 만든 그들의 기적. 우리에게도 참으로 필요했던 기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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