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개그맨

최근에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예비부모교육, 아빠육아 등 강연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 보급형 남편 이정수씨


이정수씨를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약속 시간 보다 일찍 도착한 그는 남다른 패션센스를 지니고 있었다. 자신은 옷을 정말 못입기 때문에 외출 전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옷을 입고 나온다고 한다. 약속장소를 용산으로 정한 이유를 물어보니  최근 주부들의 워너비 아이템, 전기건조기 결제 때문이라고 한다. 전기건조기와 청소기에 대한 후기들을 나누며 어느새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마치 옆집 아줌마를 만난 기분이다. 


보통의 남자들과는 뭔가 다른, 전업주부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남자전업주부이다. 그는 자신을 반전업주부 남자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남편과 비교하면서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자신을 아내들과 같은 반전업주부 입장에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Q: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은?

 

요즘에 육아, 가정, 결혼에 관한 칼럼을 주로 쓰고 있고요. 칼럼을 쓰다 보니 강연이 같이 따라오고 있어요. 방송도 간간히 하고 있지만 방송이 주업은 아니에요. 강연, 행사, 글쓰기 등이 주업인 반전업주부입니다.

 

Q: 반전업주부라고 하셨는데, 인터뷰 전 오늘 아침이 궁금하다.

 

오늘은 아내가 유독 일찍 나가서요. 보통의 경우는 라떼를 만들어주거나 평소잘 까먹고 다녀서 까먹을 것 같은 물건을 현관 앞에 챙겨줘요. 아내가 일어났을 때 먼저 가서 안아주면서 인사하거나 그래요. 저는 인터뷰를 위해 집에서 10시 출발이 목적이여서 아이를 깨워 밥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이곳에 왔어요.

 

Q: 파워블로거이신데요. 육아/결혼생활에 관한 일상을 올리게 된 계기는?

 

저의 취미이자 즐거운 활동이에요. 매일매일 하루의 일상을 올리는데 하루 동안 1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어요. 글을 쓰는데 1시간 반. 댓글이 많을 때는 댓글에 답을 달아주는데만 1시간 이상 걸려요. 일상이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 같고 뭔가 기운이 떨어진 사람들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하이라이트만 있는게 아니라 하루에도 하이라이트가 있어요. 모든 하루가 저에게 다 재료가 되는거죠.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거든. 저는 대단한 로멘티스트도 아니고 꿈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육아 힘든 거 알아요. 결혼 생활 힘든 거 알아요. 저도 힘들어요. 이왕 힘든 건데 즐겁게 하자는거고요. 그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는거에요. 내가 이야기하는 아이디어들이 소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어떤 철학자, 행복 전도사들의 흔히하는 멋있는 이야기들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어요’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어요. 




 

▲ 육아/결혼에 관한 글을 포스팅하는 이정수씨의 "우격다짐 행복다짐" 블로그



Q: 보급형 남편이다. 그 의미가 궁금하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해요. 가족에게도 희생하지 않는 편이에요. 내가 가족을 챙기는 것은 저에게 적극적인 이익에 관련된 부분이에요. 내가 이렇게 해줘야 아내한테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난 사랑받기 위해서 하는 것 뿐이에요. 다 누구나 다 사랑받고 싶어 하죠. 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받으려도 노력하는 거에요. 희생이라고 생각했으면 저는 이미 지쳤을 거에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해요. 결혼생활은 기간이 길잖아요. 가사, 육아는 ‘더 잘해야 된다. 더 잘해야 한다’ 이런 책임감, 채찍질은 가능한 하지 말아야 오래갈 수 있어요. 물론 너무 못했을 때는 잘해야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대충해서 내일도 살아야 되니깐. 내일도 즐겁게 살아야 되니깐. 내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만 하면 그게 최선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Q: 블로그에 전세산다는 이야기를 읽고 조금 놀랬었다.

 

사실 전세도 아니고 월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어요. 저는 부모님 도움 없이 월세로 시작했고, 지금은 전세 살고 있어요. 우리 아내가 안 버는 것도 아니고 저도 벌지만 아내는 더 벌어요. 같이 벌고 있어요. 내가 사는 것들, 내 모습에 걸치는 것, 내가 타는 게 날 증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그게 소위 자존감과 관련된 부분인 것 같아요. 연예인이 인기가 떨어지고 돈이 떨어지면 위축되고 암울해져요. 자존감이 없는 상태. 과거 저의 자존감은 돈, 명예, 사랑, 인기였는데 지금 제 자존감의 중심에는 우리 가족의 사랑이에요. 나는 우리 가족에게 대게 멋진 사람이고 사랑받고 있어서 지금 당당할 수 있어요.

현재 스포티지R 6년 된 차를 타고 다녀요. 우리 아내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거든요. 우리 아내는 직업이 광고스타일리스트로 자기가 그것을 탈만한 능력이 되요. 그렇다면 타야죠. 그리고 기분 좋은 점은 그 차를 처음 살 때 계약금은 제가 선물로 줬어요. 그 정도는 저도 벌어요. 아내는 자기 능력에 맞게 좋은 차를 탔으면 좋겠어요

 


Q: 5년차 부부이신데  “더 살아보면 달라져” 이런 분들이 있다.

 

10년 산 사람들은 ‘5년밖에 안됐으니깐 그런거야. 더 살아봐’ 이런 분들이 있으시다. 저 역시 너무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 그래서 살아가는 걸 증명해드리고 있어요. 제가 그분들에게 되묻는 건, 그렇다면 ‘당신의 3년차, 5년차는 저만큼 행복하셨습니까?’ 라고 물어요. 결혼생활이라는게 결혼한 날부터 시작해서 유지되는게 아니잖아요. 계속 끌어올리려고 해야 올라가고 평생을 유지할 수 있는 건데 다들 그냥 살아봐라 이렇게 하시는거죠. 과연 떨어지는걸 막기 위해 어떤 것을 하셨나요? 되묻고 싶어요.

 

저는 아이에게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데요. 육아라는게 화가 날 수밖에 없어요. 육아가 화나는 이유는 내가 바빠서이거든요. 아이는 안 바쁜데 내가 바빠니깐 화가 나더라고요. 저는 일단 화를 안내고 화를 안낼 수 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랑을 많이 퍼주다 보니깐. 내가 사랑하니깐 해주는거야. 나는 혼내지 않고 화를 안내지만 내가 주는 사랑은 공짜가 아니야. 대신 잘해. 사랑을 받으려면. 그게 저의 생각이에요.

 

 ▲ 보급형 남편 이정수씨

 



Q: 이정수씨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혼이란?

 

저는 사회적 성공도 한 번 해봤어요. 그런데 사회적 성공을 기준점으로 잡으면 행복해지지 않아요. 결혼이라는 자체가 굉장히 멋지다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는 요즘 결혼을 안 하는 세대에서 살지만 그 와중에 결혼을 해낸 우리는 그저 누구나 인생에서 거쳐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유지해내는 것이 중요하죠.

지하는 것 자체가 가화만사성이라고 생각해요. 집이 평화롭기 위해서 익혀야 되는 기술 등 여러 가지 들이 있는데 그게 사회에 나가서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받기 위해서 사랑을 주는 사람인데요.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날 사랑할까 좋아할까라는 마음은 결혼생활에서도 정말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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