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 국제형사재판소(ICC) 출범, 로마 규정 20주년 맞아
● ICC, 최근 다수의 결정에서 강대국의 영향을 받는 이중 잣대 드러나…
● 국제앰네스티, 국제범죄의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 및 배상 청구권을 동등하게 보장할 것을 촉구

사진자료. 우크라이나 키이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사무총장
사진자료. 우크라이나 키이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사무총장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7월 1일 국제형사재판소(ICC) 출범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선택적인 사법제도 접근으로 ICC의 정당성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ICC에서 다수의 결정 및 행보에서 이중 잣대가 드러나고 강대국의 영향을 기꺼이 받으려 하는 것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0년 검찰국은 자체 조사 결과 이라크에서 영국군의 전쟁범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이를 수사하지 않기로 했다. 2021년, 카림 칸 검사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아프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실행 가능성과 예산 부족을 언급하며 수사의 우선순위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칸 검사장은 불과 6개월 후 그의 검찰국 설치 이후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그는 회원국의 '자발적인' 재정 지원을 요청했는데,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조사를 위해 '책정된' 것이었다.

이에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20년 전, 매우 중대한 국제적 범죄에 대한 사법권을 가진 영구적 국제형사재판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적인 판결에 따라 ICC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ICC는 재판도 받지 못했던 희생자와 생존자들에게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 사이 ICC는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국의 결정들은 ICC가 국제사법의 위계적인 제도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 조사가 시급하고 필수적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ICC가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및 다른 국가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더 이상은 예산 문제를 구실로 내세울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은 ICC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검찰국 및 당사국들에 대해 모든 조사가 똑같은 처우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여, 국제범죄의 희생자들이 모두 동등하게 사법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ICC에 전례 없는 지지를 보여줬다. 이전까지 자국민 또는 정치적 동맹이 연관된 ICC 조사에 대해서는 반대하던 국가들도 검찰국의 우크라이나 범죄 조사는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한편, ICC는 최근 자발적 기금을 받고 인원을 차출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상황을 위해 명백히 '배정'된 것이었다. 각별한 주의와 충분한 투명성 없이는, 당사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맞는 상황만 지지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선택적 정의가 될 위험은 더욱 커지고, ICC는 영향력 있는 국가에 조종당할 위험에 더욱 취약해지게 된다.

국제앰네스티는 ICC와 그 대표들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보여줬던 관심과는 반대로, 팔레스타인 상황 및 다른 조사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침묵으로 ICC의 억지 효과가 약해졌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공백은 인권옹호자에 대한 공격과 ICC 활동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채워졌다. ICC의 신뢰도를 위해서는 그 메시지가 정치화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모든 자금이 차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법적 이익에 따라 배정되고 있음을 보장하고, 국제범죄의 모든 피해자가 보상 및 배상 청구권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ICC에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늘어난 자금을 이용해 검찰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당사자에 의한 범죄 수사를 다시 먼저 진행하고 동면 상태에 빠진 나이지리아 조사에 대한 사법 권한을 요청하며 최소한의 진전에 머무른 것을 자원 부족으로 정당화했던 다른 상황에서의 활동도 증가시킬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ICC 20주년을 맞아, 우리는 여전히 ICC가 구제와 배상이라는 보편적 권리 실현을 위한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검찰국은 잔혹 행위의 모든 가해자에 대해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특정 행위자의 정치적 또는 경제적 권한이 얼마나 강력한지와 관계없이, 모든 조사를 차별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ICC 당사국들은 재판소의 모든 조사 및 활동이 충분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조사를 받는 상황 및 당사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들의 자원과 협력을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아직 로마 규정을 비준하지 않은 모든 국가는 반드시 로마 규정을 비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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