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면서 ‘2차 무역전쟁’이 초 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2019년 12월 18개월을 거친 미중 무역 분쟁의 1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역사적 전환점을 맞은 듯했었다. 하지만 대선을 5개월 앞두고 본인의 치적으로 삼았던 경제가 쑥대밭이 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대표 공적연금인 연방공무원저축계정(TSP)에 중국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종용해 금융전쟁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해외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기술에 기반한 제품을 하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수출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업체들에 하웨이 공급 중단 조치를 내린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주 양회를 앞두고 있는 중국내에서도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축소, 보복관세는 물론 중국이 들고 있는 1조달러대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자는 주장도 불거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면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금리가 상승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 간 이동이 제한으로 글로벌 분업 체계가 붕괴되고 무역이 크게 줄며 이미 침체되어 있던 세계 경제가 한층 어려워졌다. 1분기 미국·유럽 성장률은 -14~-20%에 달했고 중국도 뒷걸음을 했다. 2분기엔 더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경제 후폭풍에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무역분쟁에서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경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난 2018~2019년 미중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던 국내 기업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중국(45.6%)과 미국(7.1%)은 한국 메모리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양대 시장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직접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기존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시장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코로나19사태 초기에 중국 정부가 정보를 숨겨 확산을 방치한 걸 따져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악화에는 각국의 방역 체계의 실책도 있어 모든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것은 과도하다. 중국도 자국 내 상황 호전 후 애국심을 부추기며 중국 책임론을 회피하는 자세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각국의 식량 사재기 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식량 민족주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평가한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각국 지도자가 비난의 리더십을 멈추고 글로벌 공조를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