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쇼크`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7만 1000명 늘어났지만 전체 실업률은 4.4%이며 실업자 수는 124만 5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동월 기준 최대치이다. 또한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의 증가폭은 4월 기준으로 위환 위기 직후인 1998년 4월 이래 최고치이다. 또한 아예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하면서 일을 하지 않고 일을 구하지도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1년 전에 비해 83만여 명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위기가 업종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충격을 주고 있으며 대면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제조업 부문의 4월 고용보험 가입자수 또한 4만명 가까이 감소하면서 위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청년·여성 그리고 임시직·일용직 등 취약층은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1년 전에 비해 78만여 명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고용 시장 전망도 어둡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4월에는 993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8조원 정도였던 실업급여가 올해에는 12조원가량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3차 추경 때 고용보험기금에서 예산 반영이 필요한 수치이다. 고용은 보통 경제위기가 닥친 이후 3~6개월 정도 뒤에 악화되는 경기 후행적인 지표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에서 2월말부터 고용 악화가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고용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임에도 지난해 2조944억원이 적자를 기록한 고용보험기금에 무리가 온 셈이다.

일자리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해 코로나19의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와 같이 고용보험 대상이 아닌 근로자에 대한 포용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과 120% 이하 청년층 20만~50만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약 50만원 정도의 급여와 적극적 취업지원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형태로 기획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고용보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실업 문제는 고용보험체계 확대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취업취약계층에게는 일시적인 한국형 실업부조보다 일자리 제공이 더 필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직접 일자리 55만개+α 신속 공급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것이다. 기존 일자리 유지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 고용 안전망 확충에 앞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최저임금의 한시적 인하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고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1998년 외환위기를 이겨내는데 원동력이 된 노사정 대타협 같은 노사 협력과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존 일자리 유지와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야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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