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바꾸면 세포의 기억을 바꾸고 무의식까지 변화한다
암이라는 질병의 메시지를 잘 알아듣고 잘 반응하면 결국은 깊은 성장을 이루게 된다

한국투데이에서는 ‘다시 보는 한방’을 주제로 분야별 전문 한의사를 찾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주인공으로 해암요양병원 이재형 병원장님과 현대인들의 주요 질환인 암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심신통합 면역 암치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진: 해암요양병원 이재형 원장
사진: 해암요양병원 이재형 원장

Q. 안녕하세요, 이재형 원장님. 한국투데이 독자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해암요양병원 원장 이재형입니다.

저는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후 대구한의과 대학에서 한방생리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동,서양의 만남’, ‘여성성과 남성성의 만남’, ‘몸과 마음의 만남’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미국 듀크의대통합의학센터에서 1년간 그룹스터디를 하였고, 국립암센터에서 정신종양학 전문과정(APPO)을, (사)대한통합암학회에서는 통합종양전문가 과정을 거치고, (사)한국가족상담협회에서 가족상담전문가 1급을, (사)한국코치협회에서는 KPC 전문코치 의 이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비전을 펼치고자 현재 물 맑고 공기 좋은 청평에서 암치유 전문 요양병원을 열어 암환우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Q. 일반 요양병원이 아니라 암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그 일을 하게 되셨나요?

현대인의 사망률 1위인 암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모델을 넘어서는 양,한방 통합치료, 몸과 마음의 통합치유 모델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연구하고 임상해왔던 경험을 잘 살려서 ‘만병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암의 근본원인치유를 하고 싶어서 암치유 전문요양병원을 열게 되었습니다.

Q. 암 환자를 위한 심신통합 면역 암치유를 하시는 걸로 압니다. 심신통합 면역 암치유는 기존의 암치유 방법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건강한 세포는 산소(天氣)와 영양분(地味)을 다 사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데 비해서, 암세포는 산소라는 기(氣)없이 오로지 영양분이라는 물질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물질 쪽으로 편벽하게 기울어져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건강한 상태를 회복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 눈에 잘 보이는 물질보다는, 눈에 잘 안 보이는 마음이라는 기(氣)를 잘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원리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암을 키우는지에 대해 분자생물학적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만약 마음의 치유를 소홀히 하고, 오로지 약물 등 물질적 치료에만 전념한다면 이는 마치 비오는 날 하늘을 덮는 지붕이 구멍이 난 상태로 이쪽 저쪽 벽과 바닥의 물을 틀어막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쏟아지는 비로부터 지붕과 벽, 바닥을 함께 막아낼 수 있는 심신통합치유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치료가 특효약을 찾는데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암의 치료율이 크게 향상되지 않은 이유가 이해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Q. 양방과 한방에서 암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차이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양방은 나무 하나를 수치화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한방은 숲 전체를 조망하여 그 현상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0가지 질병의 합’ 이라고도 불리는 현대인의 최고의 난치병인 암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장점이 통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암치료 성과의 많은 부분에 양방치료의 공이 큰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재발, 전이암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재발전이암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여러 암학회에서 제시되고 있는 두 가지가 바로 심신의학과 복합천연물치료입니다.

이 점을 생각할 때 이젠 한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빠르게 분열 증식하는 암세포를 잘 제압해왔던 단일화학 성분의 서양항암제가 암의 재발전이의 주원인인 암줄기세포의 치료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은 바로 전체성,복합성의 특성을 갖는 한방 복합천연물 치료법과, 마음까지 같이 통합적으로 치유하는 심신통합치유가 될거라는 겁니다.

Q. 여러 임상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죄책감의 무의식이 자신의 암을 만든 사례가 생각납니다. 제 저서 <암, 습관을 바꾸면 반드시 낫는다>에 수록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사례: ‘내 탓’이라는 죄책감을 내려놓다

50대 위암 여성 사례입니다. 늘 표정이 어둡고 얼굴이 유난히 하얗고 혈색이 좋지 않은 환자였는데 수술 이후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도 떨어지고, 계속 우울했습니다. 그리고 소화가 안돼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환자분은 가족이 많았는데 아버님은 한량 같은 분으로 술과 노래를 좋아하셨지만 누구에게 폐를 끼치는 분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경제력이 없어서 어머니가 주로 살림을 챙기셨는데 그 어머니가 갑자기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늘 전교 5등 안에 들었던 환자분은 대학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자 농사짓는 강원도의 가난한 집이었기에 환자분은 이른 나이에 가기 싫었던 시집을 가게 되었고, 남편은 착한 사람이었지만 힘든 시집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가끔 친정에 가면 아버지한테 울면서 왜 시집을 보냈냐고 떼를 썼는데 아버지는 쓸쓸한 표정으로 이 얘기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울지 마라. 네 눈에 눈물이 나면 내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분은 아버지의 슬픔보다 내 현실이 너무 괴로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징징대며 울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선 이 분에겐, 꿈 많던 어린 시절에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도 있을 거라고 느꼈습니다. 집단상담에서 엄마에 관련된 역할극을 하면서 꾹 참았지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펼치게 했습니다. 환자분은 왜 나를 남겨두고 갔냐고 한참동안 통곡을 했고 그 뒤 개운해 하셨습니다.

그 다음 환자분에게 아버지에 대해서도 원망과 서운함이 있지 않겠냐고 했는데, 환자분의 얼굴 표정이 엄마 작업할 때와는 달리 냉정해지면서 아버지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 않았겠냐면서 아버지에 대해서는 안 해도 되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분의 표현에서 뭔가 억압된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질문해 가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들으니 아버지에 대한 이 분의 마음이 짐작이 되면서 보여주었던 반응이 이해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친정에 와서 나 힘들다고 울고불고 징징대서 아버지가 너무 가슴아파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목숨을 끊으신 게 아닌가 생각 하시는 건 아닌가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지만, 그런 죄책감 때문에 원망할 수 없는 그런 두 가지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요?”

이런 물음을 받자 환자분은 그때부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없이 고개를 계속 끄덕이면서 소리를 죽여 가며 울었다. 그랬노라고 그것이 계속 마음에 응어리로 있었고 생각하면 늘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처럼 무겁다고. 철없던 시절에 자기가 그렇게 징징대고 원망하는 말을 했던 게 아버지를 자살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늘 무거웠노라고 얘기했습니다.

역할극에서 아버지 역할 맡은 분이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그건 네 탓이 아니다. 그래도 누구한테도 할 수 없었던 그 답답했던 마음을 원망의 소리로 나한테 해줘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나마 네가 후련했겠다는 마음도 들었단다. 그나마 내가 너한테 조금이라도 역할을 한 것 같아서 홀가분한 점도 있었고 나를 믿고 그렇게 해준 얘기가 고마웠다.”

그랬더니 그 말에 환자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말? 정말?”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음의 죄책감, 특히 친족이 자살하는데 자신이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이 되면 우리의 무의식은 스스로를 반드시 정죄(定罪)한다. 벌을 주게 됩니다. 그래야 정당하고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의식의 안내입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늘 무의식이 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의 얼굴 표정이 늘 침울하고 불행해 보였던 겁니다. 

역할극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해주었던 말이 그분이 죄책감으로부터 편해지게 했습니다.

“이제 마음껏 네 삶을 살아라. 마음껏 행복하게 살아라.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네가 활짝 웃으면서 어디서나 걸림 없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란다.”

그렇게 장이 끝나고 나서 그 다음날 그 분을 만났습니다. 주변의 환우들이 이 분의 얼굴을 보며 “얼굴에 뭘 발랐냐,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예뻐졌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계속 싱글벙글하기에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왠지 모르지만 괜히 웃음이 지어지고 굉장히 맘이 홀가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죄책감, 원망, 분노 이런 것이 암 발생의 배경이 되는 핵심 감정임을 느꼈던 사례였습니다.

이 치유작업 이후 지지부진하던 이 환우분의 치료 경과는 급속도로 좋아져서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

Q.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추천해주실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을까요?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이 여러 가지이지만 하나만 골라본다면 오늘은 음식습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최근 연구결과로도 나왔지만 코로나19의 치료에서 장내미생물의 상태에 따라 면역력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유익균이 많은 장내세균총을 위하여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발효된 음식을 먹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 이 장내 미생물이 잘 자라고 잘 유지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외적 요소로는 배를 잘 덮어서 따뜻하게 하고, 내적 요소로는 배꼽 아래쪽으로 호흡하는 단전호흡법의 습관을 통해 배를 따뜻하게 하면 면역력이 크게 향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 면역세포의 7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좋겠습니다.

 

Q. 원장님의 진료철학과 한의사로서의 꿈이 궁금합니다.

“고치지 못할 질병은 없다. 고치지 않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했던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이 저의 진료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습관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흔히 쓰다보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습관을 바꾼다는 말을 다시 표현하자면 세포의 기억을 바꾸고 무의식까지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습관적으로~’ 라는 표현을 ‘무의식적으로~’라고 표현해도 같은 뜻임을 상기해보면 습관이라는 두 글자의 깊이가 느껴지실 것입니다.

저는 이런 무의식을 만나고 변화시키는 일이 근본치유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꼭 정신과 의사의 영역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만성질환의 치료에 있어서 무의식의 개념, 즉 습관의 영역을 아우르는 의료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그런 의료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Q. 추가로 하시고 싶은 한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실 우리 인간의 삶에서 ‘질병이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관점처럼, 질병이나 통증을 그저 없애버리거나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문제로만 보지 않고 질병과 통증을 몸과 마음이 변화와 성장을 위해 보내는 소중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암이라는 질병의 메시지를 잘 알아듣고 잘 반응하면 결국은 깊은 성장을 이루게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임상에서 많은 암극복자 분들을 통해 이런 변화를 항상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깊은 질병일수록 그 메시지를 잘 알아차리면 깊은 성장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는 니체의 명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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