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피부색은 아무도 모른다’ 이 문장은 공룡 화석 연구가 시작된 지 180여년 간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공룡의 화석은 몇억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화석이기에 피부 조각은커녕 뼈조각도 복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하물며 피부색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소위 ‘며느리도 모른다’라는 식으로 알려져 왔다. 사실 이전에도 공룡 피부 화석은 드물게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터라 색소가 남아있지 않았고, 공룡의 피부색은 그렇게 늘 오리무중의 상태였다. 물론 그 덕분에 공룡을 복원하는 연구자들은 공룡의 피부색을 매우 자유롭게 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깨지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깃털이 보존된 채 발견된 시노사우롭테릭스의 화석을 면밀히 연구하던 중 공룡의 깃털 부분에 전자현미경주사를 이용해 미세한 조직을 관찰하였고, 그 결과 시노사우롭테릭스의 피부 색소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깃털에는 멜라노좀이라는 물질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멜라닌 색소 세포다. 멜라노좀에는 유멜라노좀과 피오멜라노좀이라는 두 가지가 종류가 있는데, 유멜라노좀은 검은색과 회색을, 피오멜라노좀은 붉은색과 노랑색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이 멜라노좀이 없으면 흰색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깃털들을 분석했을 때 시노사우롭테릭스에게는 유멜라노좀 부분과 피오멜라노좀 부분은 물론, 멜라노좀이 없는 부분도 있었다. 분석 결과 갈색 깃털과 흰색 줄무늬 형식의 깃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노사우롭테릭스
시노사우롭테릭스

시노사우롭테릭스의 피부색이 밝혀진 이후 몇몇 공룡들에게서 추가적으로 색소 세포가 발견되었는데, 가장 작은 공룡 중 하나인 안키오르니스에게는 검은색 깃털과 흰색 깃털이 몸 전체적으로 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안키오르니스는 특이하게 머리에는 붉은색의 깃털이 나 있었는데, 마치 닭벼슬을 연상케하는 모습을 하고 있어, 공룡이 조류와 상당부분 유사한 형태의 신체조직을 지닌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안키오르니스
안키오르니스

소형 육식공룡 미크로랍토르는 마치 까마귀를 연상케하는 검푸른색의 깃털이 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공룡은 앞다리와 뒷다리 모두 비행용 깃털이 있었기에 활강이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크로랍토르
미크로랍토르

초식공룡들 가운데에서는 뿔공룡들의 조상격에 해당하는 프시타코사우루스의 피부색이 2016년에 밝혀졌다. 이전에 피부색이 밝혀진 안키오르니스와 미크로랍토르의 피부색을 밝혀낸 방식처럼 전자 현미경과 첨단 도구를 이용하여 보존된 피부 화석에서 색소 세포를 추출하여 분석하였고, 그 결과 프시타코사우루스는 배 부분은 비교적 밝은 피부톤이었지만, 그 윗부분은 어두운 피부였던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프시타코사우루스
프시타코사우루스

이처럼 공룡들의 피부색은 제각각의 특징을 지녔으면서도 오늘날의 동물들과 유사한 면도 있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룡들의 피부도 현생 동물들의 피부색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늘날의 동물들 중에는 화려한 색을 지닌 동물들도 존재하는만큼 공룡들 중에서도 이러한 유형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추후 보존상태가 좋은 공룡 피부화석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 연구된다면 더 다양한 공룡들의 피부색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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