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된 코로나19가 가져온 의료진 인력난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들썩이고 있다. 연일 몇백명의 확진자가 새로 생겨나고 있고, 사망자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 중 대구, 경북 지역은 이미 확진자의 수가 3천명이 넘어간다. 사망자의 대부분 또한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되었다. 그 중 몇몇분은 병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확진자의 수가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수를 이미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 우한의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병실이 없어서 환자가 입원조차 하지 못하는 지금 이 실정에 의료진은 어떨까? 엊그제 포항의 간호사들이 집단 사퇴의사를 표명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간호사인 필자는 그 기사를 읽으면서 ‘오죽하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의 의견은 달랐다. 대부분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가 높음을 이해하고 안타까워 했으나, 일부 직업의식이 부족하다는 댓글도 보였다. 그것을 보고 잘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억울함에 울컥거리는 마음도 함께 있었다.

해당 병원 간호사들은 벌써 한 달 가까이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3교대였던 근무가 2교대가 된 것은 이미 예전 일이 되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였을 그녀들은 밀려오는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가정을 뒤로 한 채 그렇게 병원을, 환자를 지켰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현실이었다.

한 간호사의 남편이 직장에서 무급휴가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간호사의 가족이라 감염이 우려된다며 회사 차원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정작 그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본지도 너무 오래 되었는데 말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던 초반에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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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매일같이 의사, 간호사의 자원을 요청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오고 있다. 부족한 것은 의료진 뿐만이 아니다. 의료물자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방호복, 보호장구는 물론이고 마스크도 부족해서 의료진들이 며칠씩 재사용해서 쓴다는 뉴스를 보았다.

의사들의 카톡방에서는 자원봉사 갈 때 아예 자신의 마스크를 챙겨가라고 공지가 뜬다고 한다. 가서 가뜩이나 없는 물자 조금이라도 다른 의료진이 쓸 수 있도록 말이다.

앞에서 잠깐 말했지만 3교대가 2교대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다. 교대를 해 줄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차고 땀이 난다. 그런 상태로 의료진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씩 근무를 한다. 특히 음압병동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은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실의 청소, 환자의 배식 등 모든 일들을 하고 있다. 그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보호장비 때문에 얼굴에 자국이 심하게 나서 그 곳에 의료용 반창고를 붙인 한 간호사의 사진을 본 적 있다. 자국이 나고, 그곳에 땀이 차고, 그 상태에서 또 보호구 착용으로 자국이 나고, 또 땀이 차고…이것들이 반복되면 피부가 짖무르게 된다. 그런데 그 상처를 돌볼 시간이 없어서 대충 반창고로 응급처치만 한 채, 다시 현장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뒤로한 것은 가족보다도 자기 자신이 먼저였다. 그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안전과 안위를 뒤로 했다. 오로지 환자를 위해서 말이다. 아마 간호사들이 비난의 화살이 그들에게만 향했다면 사퇴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내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환자의 곁을 지킬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비난의 화살이 가족을 향하자 그들이 무너진 것이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가족들이 피해를 본다는 죄책감은 간호사들이 환자를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에게 누가 비난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방호복을 한 번 입으면 벗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도 가지 못해서 밥도, 물도 잘 먹지 못한다는 그들에게, 피로 누적으로 코피가 터져도 바로 지혈하고 환자에게로 달려가는 그들에게, 과로로 실신한 동료를 뒤로한 채 환자를 챙겨야 하는 그들에게 대체 누가 비난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현재 의료진의 절대 부족으로 대부분의 공중보건의들이 대구로 파견되었고, 어제 임관식을 마친 간호 장교들 또한 대구에 투입되었다. 지금 보호장비가 부족한 그곳은 감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으로 누군가의 가족이고 소중한 사람들이 사명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비난이 아닌, 환자를, 가족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는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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