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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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택시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택시안에서의 일화들이 참 많이 생긴다. 오늘도 택시를 타고 미술활동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엄마, 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네” 라고 아이가 말을 시작했다. 택시 창문 넘어 에는 정말 새 파랗고 청렴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한참 하늘에 시선을 뺏기고있는데 아이가 이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메이가 무서워서 구름이 다 도망갔어요”. “왜? 왜 구름이 메이를 무서워 해?”, “메이가 구름이 오면 저리가 하고 무섭게 했어요”, “구름이 오면 왜 저리가 라고 했어?”, “구름이 있으면 비가 오잖아요, 비가 오면 메이가 놀 수 없으니까, 구름이 오면 저리가 하고 화냈어요” 세상에… 정말 아이가 가지는 생각은 어디까지 일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와서 아이의 생각이 더 궁금해진 나는 더욱 더 질문에 박차를 가했다. “메이야, 구름이 많으면 비가 오지?”, “네, 구름이 많으면 비가 와서, 우리 집에 구름이 못 들어오게 했어요”, “아~ 그래서 우리 집엔 비가 오지 않는구나~ 메이 덕분에 우리 집은 매일매일 맑은 날이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신나게 놀 수 있어요, 엄마랑 아빠랑 메이랑 신나게 놀 수 있어요.” “엄마 아빠랑 신나게 노는게 좋아?”, “엄마랑 아빠랑 메이랑 노는게 좋아요, 옥토넛도 같이 놀고 물감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꼭꼭숨어라도 하고 비가 오면 못하니까 구름이 오면 안돼요”

 

예전에 비가 많이 오는 날, 외출할 때 “메이야, 하늘에 구름 좀 봐, 구름이 어두운 색이지? 무슨색이야?” 라고 물었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 아이는 “엄마, 구름이 엄마 옷 색이랑 똑같아, 검정색 이야” 라고 했었다. “응, 구름이 많아서 이렇게 검정색이 되면 비가 많이 오는 거야” 라고 알려준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는 것 같다. 또 하루는, 집 옥상에서 비누방울 놀이를 하다가 떨어지는 빗방울에 집으로 급히 돌아간 적이 있는데, 이것 또한 아이의 기억 속에서 비가 오면 밖에서는 놀 수 없다라는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이 경험치들이 모여 하늘에 구름이 있나 없나, 구름 색이 무슨 색인가 매일 살폈을 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기특하기도 하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니, 자기 생각과 느낌을 말해주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 물론 말과 함께 말대꾸 말대답 자기주장을 피력하느라 하루 종일 입이 바쁜 아이에게 순간 울컥 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잠시만 참으면, 그 역시도 그저 기특하고 예쁘기만 하다. 오늘 일화처럼 한번 스쳐 지나가듯 해준 이야기도 아이에겐 큰 의미가 되고, 큰 세상이 된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특별해서 나만이 느끼고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같은 경험일 텐데, 이왕이면 부모를 통해 알게 되는 아이의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좋은 마음과 선한 마음의 아름다운 세상을 아이에게 안겨주는 것이 어떨까? 오늘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냈더라도, ‘너는 내 아이니까, 너는 너니까, 너는 너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니까’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하고, 그 눈부신 아이의 마음이 환한 빛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좋은 표현들을 아끼지 말고 넘치도록 쏟아 부어 주는 매일이 되면 어떨까? 이런 매일이 가득 하다면 언젠가 아이의 마음에 먹구름이 찾아 온다 해도, 그 먹구름들이 무서워 도망 갈 수 있게 하는 마음의 힘까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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