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호 전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전라북도는 예향이며 국악의 본고장이다. 그 중심에 전북도립국악원이 있다. 도립국악원은 권삼득로 400번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권삼득은 전라북도가 배출한 19세기 전반 조선 팔대 명창 중의 하나이다. 전북도립국악원은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국악을 전담하고 있는 기관으로 권삼득로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 보다는 필연이 아닌가 싶다.

전북도립국악원이 지난 32년간 도민은 물론 원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전수하고, 공연과 연구활동을 하는 국악교육의 요람으로서 국악의 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 10월 15일 다양한 전통 문화예술의 수요증가 및 높은 기대를 반영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명창, 명인, 명무를 교수로 모시고 개원한 이래, 현재는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을 갖춘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국악 종합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원 당시 250명의 정원을 채우고도 100명을 넘긴 350명이라는 엄청난 연수생이 몰려들었을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는 연인원 3,200여 명이 판소리, 민요를 비롯한 우리 전통악기인 해금과 아쟁 등을 수강하고 있다. 또한 창극단 등 3개의 예술단에서 매년 정기공연 5회, 기획공연 23회, 찾아가는 국악공연 등을 포함해서 크고 작은 50~60회의 공연을 펼치고 있어, 전북도립국악원에 가면 단가 한 마디, 북 한 장단 소리를 연수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도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전국의 국공립예술단체를 살펴보면 예술교육과 연주 그리고 연구를 병행하는 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국악을 교육하고, 전문 연주단을 갖추고 수준 높은 공연을 하면서 국악 전반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는 기관은 국립국악원과 전북도립국악원뿐이다. 인근 경북에서는 경북도립국악원이라는 명칭으로 연주단만 운영되고 있고, 대전에서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주 기능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 교육은 주 1회 6과목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도립국악원은 주 5일 교육을 통해 야금, 거문고, 대금 등 전통예술 13개 과정과 25개 반이 주·야간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악 꿈나무들을 발굴하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 국악체험 교육의 날을 운영하고 있고 찾아가는 국악 연수를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계층에게도 문화 나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간다는 말이다. 전통예술 역시 고정화된 역사의 산물이기 보다는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이루어내는 결과물이다. 국악과 같은 전통예술이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전북은 타 시도와 다르게 전통예술에 대한 다양한 무형문화재가 지정되어 있다. 특히 판소리와 농악에 대한 문화재와 이수자가 많은데, 그것은 지역의 판소리와 농악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조직이 있고, 민간의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예술을 함께 보고 들으며 느끼고 배우고자 하는 우리 도민들의 열정과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도립국악원의 체계적인 역할도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0여 년 전 도립국악원이 개원했을 때부터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그 역할을 지켜온 국악원 단원들과 지도교사 선생님들의 노력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악서(樂書) ‘악학궤범’의 서문에는 “음악은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늘과 자연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소리가 되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음악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 국악은 수천 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이다. 국악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희로애락으로 되살아나고 있고, 끊임없이 전승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악은 팝송이나 가요에 비해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음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청소년들이 국악에 대해 좀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공연과 교육에도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국악교육과 공연, 그리고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전북도립국악원의 역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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