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남극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펭귄? 빙하?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힌 남극 대륙은 한반도의 62배에 이르는 거대한 면적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인류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대륙으로의 이미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남극은 가장 낮은 기온이 영하 89.2도로 인류는 물론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살기에는 매우 척박한 환경을 지녀 인류의 접근이 매우 어려웠던 곳이기도 합니다. 평균 기온이 -34도인 이 남극에 과연 과거 중생대에 번성했던 공룡이 살 수 있었을까요?

일반적으로 파충류는 변온동물입니다. 외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화하죠. 따라서 파충류들은 매일 일광욕을 통해 자신의 체온을 올리고 그것을 에너지로 이용하여 생활합니다. 그래서 추운 날이나 흐린 날에는 체온이 충분히 덥혀지지 않아 파충류들은 매우 굼뜬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신체 특성상 파충류들은 남극에서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생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죠. 그렇다면 파충류의 일종인 공룡은 어땠을까요?

크리올로포사우루스
크리올로포사우루스

놀랍게도 남극에서 공룡의 화석은 발견되었습니다.

1994년 크리올로포사우루스라는 학명을 부여받은 공룡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크리올로포사우루스는 남극에서 발견된 공룡으로 쥐라기 전기에 살았던 육식공룡입니다. 머리에는 독특한 형태의 볏이 나 있었고요. 몸길이가 7m에 이르는 크리올로포사우루스는 쥐라기 전기 시대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쥐라기 시대의 남극 대륙은 지금의 극지방보다는 좀 더 윗쪽에 위치하여 다소 온난한 기후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공룡도 파충류처럼 추운 지방에서는 살지 못했던 것일까요?

라엘리나사우라
라엘리나사우라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대륙 이동 방향을 조사하던 중 백악기 전기 때 호주 대륙이 남극 쪽에 더 가까웠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즉, 백악기 전~중기 때 호주에서 서식했던 공룡은 지금의 남극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죠.

백악기 시대가 비교적 온난한 기후였음에도 남극의 기후는 꽤나 추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춥지는 않았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확실히 한랭한 기후였을 것입니다. 이때 이곳에 서식했던 공룡은 바로 라엘리나사우라였습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인 2m 정도의 초식공룡으로 꼬리가 무척 길었는데요. 꼬리 길이가 몸길이의 75%를 차지 했습니다. 이러한 긴 꼬리를 특징을 본 학자들은 라엘리나사우라가 긴 꼬리를 이용해 몸을 목도리로 감싸듯 감싸서 체온을 유지하는데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룡들의 화석이 추운 극지방에서 발견된다는 점은 공룡이 일반적인 파충류와 달리 조류의 신체적 특성처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항온동물이었을 가능성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발견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에는 공룡의 체온 조절 방식이 단순히 항온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체온을 오르락 내리락할 수 있는 중온동물적인 체온 구조를 지녔을 것이라는 학설이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어찌됐건 공룡이 추운 지방에서도 적응했던 생물인만큼 변온동물인 일반 도마뱀들과는 확연히 다른 생물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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