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인식개선 운동을 되돌아보다.

얼마 전, 저녁 뉴스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보도되었다. 청주에 있는 한 노인 요양기관에서 간호사가 85세 노인을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때려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너무나 경악스러운 소식에 더욱 놀란 것은 기자의 멘트였다.

화면에는 버젓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띄워지는데 기자는 계속해서 간호사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 호칭은 어느 누구도 정정해 주지 않았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마저도 말이다.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복장이 터질 노릇이지만,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는 그게 그거인 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나마 요새는 하도 말을 하니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은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다른지 아느냐고 물으면 열에 여덟은 대답을 못 한다. 이것이 지금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정도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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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숭고하고 멋진 직업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간호학을 배운 우리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만 알고 있을 뿐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간호계는 인식개선 운동을 통해 올바른 간호사의 이미지를 확립시키려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그것이 우리 내부에서만 외치는 외침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청주 사건 보도처럼 말이다.

간호계는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30일 광화문에서 열렸던 ‘간호정책 선포식’이 바로 그 한 예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간호법이 따로 제정될 것이다. 그러면 간호사는 이제 완연히 하나의 주체적인 의료인으로 평가받게 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바라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우리의 생각은 간호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전달이 되었을까? 깊은 산 속에서 외치는 것과 사람들이 몰려있는 광장에서 외치는 것은 그 전달력이 다르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우리는 어떤 방법을 써 왔을까? 간호정책 선포식이라고 광화문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진행했지만, 그 사실을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현직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다 알고 있을까? 내부에서조차 충분히 수용되지 않은 의견들이 외부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리라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의문들은 뒤로한 채, 외치기만 해 왔다. 그래도 오랫동안 외치니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 또한, 이러한 외침의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간호사에 대한 많은 오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오해를 정정하는 것은 우리 간호사들이 해야 할 숙제이다.

그동안 간호계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협회 차원은 물론이고, 여러 단체들에서 다양한 켐페인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 노력들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을까? 아직도 공중파 방송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 없이 부르고, 그 사실을 그 누구도 정정해 주지 않는다면 그동안 해 왔던 활동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의 외침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효과적인 장소에서 효과적인 수단으로 전략을 짜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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