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진 글입니다. 

 

Q. 우리나라 철도 건설계의 영웅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고, 저서나 강의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신데 자유여행가로 변신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변신이라기보다는 병행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어요. 사실 철도는 영국이 태생지이고 다양한 철도를 접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을 보고 시승을 해 보아야 합니다. 어디든 문헌과 인터넷 자료로는 많이 부족하고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또 오래전부터 국제철도분야 학술대회나 전시회 등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병행하게 되었어요. 전에는 철도가 우선이고 여행을 병행했지만, 지금은 여행을 우선하고 여행지의 철도나 도시철도 등은 반드시 타지요.

특히 남미나 유럽 그리고 미주지역도 철도역이 우범지대가 많지만 저는 반드시 가는 곳의 센트럴 스테이션인 중앙역을 찾고 가급적 철도와 도시철도를 이용한답니다. 아직도 아니 영원히 여행과 철도를 동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남극을 다녀오고도 금년 9월 토목 학회지에 “지구의 땅끝마을 우수 아이아, 세상의 끝 기차여행”이라는 회원칼럼을 6페이지에 걸쳐 게제 했습니다.

 

Q.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어디신지요?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꿈의 여행'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여행은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생애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여행으로 손꼽히기도 하지요. 저는 1994년 여름과 2017년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모두 타 보았어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모스크바를 잇는 총 길이 9,288km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연속 철도이지요.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시차가 몇 차례 바뀌는 특별한 경험이 느껴지지요.

거미줄같이 스스로 만든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고 싶다면 멋과 아기자기한 낭만이 있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지구 둘레 4분의 1의 거리를 달려오는 동안 한 뼘 정도 더 성숙한 것 같았어요. 광활한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바이칼호, 우랄산맥, 아름다운 도시와 마을들, 그들이 품고 있는 역사적 사연들, 무엇보다 여정 속 시베리아 횡단철도 열차 안에서 만났던 러시아 사람들의 미소에 아직도 저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남북철도연결과 함께 멀지 않아 대구에서도 부산 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을 기대해 봅니다.

Q. 여행을 하시다 보면 위험한 일도 있으셨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많은 분들이 아프리카, 중미, 인도, 뱅글 라데스 등을 갈 때 강도와 풍토병 에볼라, 말라리아 등 위험을 이야기합니다. 질병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고 사고는 항상 대비를 해야 합니다.

옛날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기 이전이지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야간열차의 침대칸 쿠페를 집사람과 타고 체코 프라하로 가는데 누가 문을 두들겨서 나가니까 군복 차림의 군인이 총을 들고 집사람을 나오라는 겁니다. 제가 대신 나가고 여권을 보여 달라기에 보여주니 가지고 가니 안 따라갈 수가 없지요. 따라가니 제일 뒤 칸으로 가서 잘 안 통하는 독일어로 갖가지 트집을 잡는 거예요. 결국 돈이냐고 하고 다시 내 쿠페로 와서 하회탈 목걸이와 50달러를 주고 해결했습니다. 그때 많이 떨렸었지요. 나보다는 집사람 때문에...

최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브르그에서 새벽기차에 내려서 강도 2명을 만나기도 했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카 주니어스 축구장 앞에서 강도를 만나 칼을 피하기도 했어요. 제가 목에 걸고 있는 미소 짓는 하회탈 목걸이를 벗어 건네면 벌써 반은 넘어가지요. 강도용 비상금을 줄만큼 기차역 등 강도가 많은 지역은 항상 대비해야지요. 당당하게 선입견을 무시하고 여유 있는 자태로 우선 대응자세로 제압해야 합니다. 목에 걸고 있는 이 하회탈을 벗어 목에 걸어주며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주머니에 준비한 돈을 모두 꺼내어 보여주며 절반만 주는척합니다. 받기도 하지만 거절도 하게 됩니다. 20$정도지요. 더 필요하면 숙소로 가자고 제의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강도라도 거의 강도가 아니라 친구 수준의 사이가 됩니다.

 

Q. 자기 분야의 최고이면서 효자로 알려져 있으십니다. 그리고 아들의 결혼식 축의금도 기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사실 효자하고는 거리가 멀고 제게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능하면 함께 모셔야 하고 며느리나 사위가 아닌 친 자식이 모시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여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모든 걸 내려놓고 어머님과 둘이서 지낼까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축의금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 안 받으면 동료들의 입장이 있어서 일단 받고 상의 후 대구사회공동복지 모금회에 기부했습니다. 언론에 미담을 내지 않는 조건이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나 생각이 참 깊습니다. 효 나 예절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시대에 맞게 더 발전된 모습으로 오히려 제가 배우고 싶을 때가 많아요. 다만 모든 것이 때가 있고 시기가 있으니 특히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함께하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시간은 정말 기다려주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우리 아버님을 생각하면 못난 제가 미워서 죽겠습니다. 이제야 뭣이 중요한지 알 것 같으니 참 철이 늦게 드는 것 같습니다.

 

Q. 자녀들을 훌륭하게 잘 키웠다는 소문이 많이 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저와는 다르게 키 크고 조금 미남인 아들이 둘 있습니다. 자식 자랑이 제일 바보라는데... 큰놈은 고교시절 골든벨을 울리고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졸업전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였고, 작은 놈은 내과 의사입니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넉넉지 못한 박봉에 제대로 학원도 못 보냈습니다만 어릴 때부터 독서량이 대단하고 집에서는 책을 보는 분위기와 모범을 보여주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는 조금 가혹하리만큼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세 번까지 이야기했는데도 잘못하거나 고쳐지지 않으면 엄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3년 이후 지금까지는 정말 자율에 맡겼습니다.

함께 여행을 많이 하기도 했지요. 초등시절 그 당시 해외여행을 빛내서 갔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빠를 잘 만나서 해외에 왔다고 치켜세우더라고요. 아마 그때의 추억과 꿈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인도 속담에 1,000권의 책보다 한 번의 여행이 더 좋다는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Q. 기술직인 토목을 전공하셨으면서도 경제, 문화, 예술 등 다방면의 많은 분들과의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계시는 노하우를 알려 주십시오.

참으로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제가 전공한 분야 맡은 것을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내 일은 30% 다른 분야의 일을 70% 이상은 잘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관리자는 모른다는 말, 안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노(No)라는 말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법, 예산, 관례, 민원 등이 문제이지요. 이 또한 모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 일이나 사업이 시민을 위하고 정당한 일이라면 단지 시간이 필요하고 개정이나 확보하는 방법상의 문제이지요. 이건 해결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니 제가 필요해서 또 함께 해야 해서, 하고 싶어서 각 분야를 뛰지 않으면 안 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두루 찾아다니고 함께 하고 많이 배우기도 하는 과정에서 인맥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그게 큰 자산이 되고 제겐 더없이 소중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Q. 장기간 극지와 오지 등을 여행하고, 골프도 싱글이시고, 다양한 활동도 왕성하게 하시는데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을 알려 주십시오.

이제 건강과 친구 그리고 좋은 취미활동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사실 건강은 습관으로 매일 2시간씩 끊임없이 운동을 아침으로 해왔어요. 그게 지칠 줄 모르는 제 가장 큰 자산입니다.

그리고 직장이나 업무로 만난 친구가 아닌 정말 언제나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친구는 제가 먼저 찾아가고 부르고 함께해야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만의 아이덴 테가 있는 취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아! 그리고 여기에 반드시 나만의 비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1막 퇴직 20년 전부터 준비했어요. 절대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 아닙니다.(이거 누가 알면 큰일인데요..)

요즘은 제가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면서 시간을 여유있게, 마음을 너그럽게, 돈을 규모있게 쓰면서 원칙대로 가급적 정직하게 살자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아마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가슴에 열정이 식으면 되려나 봅니다. (하~하~하)

‘영웅’의 백과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모노레일이 생기기전 시민들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력으로 승부하여 최고의 모노레일을 건설하였으며 자유여행가 가 되어 오지와 남극 여행까지 열정과 모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며 무엇보다 ‘최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품의 겸비로 효자, 훌륭한 자녀 양성’의 모두의 본보기가 되는 그를 우리는 대구 ‘영웅’이란 단어보다 ‘인생의 롤 모델’ 대한민국 최고의 ‘영웅’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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