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공평하다

26일째 날 : 연예인

가끔씩 지구 행성 택시는 지구 행성 연예인을 태운다. 더 자주 태우는데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30살이 지나면서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 어떤 연예인이 나오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내 머리는 90년대 연예인에서 멈춰있다. 그러니 연예인을 태웠다 하더라도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지구 행성 택시에는 가끔 연예인이 탄다/출처:픽사베이

영동대교 근처에서 지구 행성 택시를 찾는 고객이 있었다. 고객을 태우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그때까지 나는 고객이 누군지 몰랐다. 택시에 탈 때 살짝 얼굴을 봤지만, 고객에게서 들은 목소리가 “네”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강남으로 가기 위해 영동대교를 건널 때 고객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 통화 음성을 들으면서 머리에 번개가 쳤다. “와우 연예인이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고객의 얼굴과 목소리가 이제야 매칭이 된 것이다. 한때 내가 좋아하던 형이다. 한동안 뜸하더니 요즘 다시 드라마에 보이는 것 같다. 목적지인 청담동에 내려주면서 얼굴을 다시 봤더니 역시 그 형이었다.

그 형을 본 소감은 두 가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얼굴이랑 똑같다.”와 “형도 많이 늙었네.”다. 세월은 연예인도 비켜갈 수가 없나보다.

잘 생긴 연예인 형도, 잘 안 생긴 나도 똑같이 늙으니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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