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느 간호사도 죽음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어느 간호사도 죽음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 송세실 간호전문기자
  • 승인 2019.05.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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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

지난 3월 故 박선욱 간호사의 자살이 산업재해로 판정이 되었다. 간호사 자살로는 최초로 산재 판정을 받은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현장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간호사 처우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또, 지난 1월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오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故 서지윤 간호사 자살 사건의 진상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또 다른 간호사의 죽음이 있었다. 이러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을 막기 위한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이 1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는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의 사회로 권동희 노무사(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김경희 간호사(고 서지윤 간호사 시민대책위), 최원영 간호사(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병곤 사무관(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홍승령 간호정책 TF팀장(보건복지부)의 발제 및 토론을 진행되었다.

앞선 권동희 노무사, 김경희 간호사의 발제에서는 故 박선욱, 서지윤 두 간호사의 자살사건의 진상조사와 산재신청에 한계점을 밝혔다. 

- 악조건 속에서도 인정된 산재는 유의미하나 사업장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한계

故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 신청을 담당했던 권동희 노무사는 이번 산재 승인이 사업주의 비협조 등 산재 불인정 주장에도 불구하고 병원 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것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그 의의가 있지만 직,간접적인 괴롭힘의 증거나 과도한 업무 상 스트레스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 사업주의 비협조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 그리고 현실적인 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을 한계로 꼽았다. 김경희 간호사(故 서지윤 간호사 시민대책위) 또한 공공조사단이 꾸려지기는 했으나 병원의 비협조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서울의료원을 언급하면서 강제적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故 서지윤 간호사의 진상대책위에 보장된 조사기간 2달이 지났으나 서울의료원과 서울시의 미온적인 협조로 그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조사기간을 1달 더 연장하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나 동료 간호사들의 인터뷰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발제에 이어 이루어진 토론에서 최원영 간호사는 2018년 발표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대책」의 ‘2022년까지 신규간호사 10만 명 확대’라는 정책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였다. 최원영 간호사는 간호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간호인력 확충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뿐더러 지난 10년간 진행해온 일이기도 하고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간호학과 지원율은 정시 기준으로 2017년 6.03%, 2018년 5.59%, 2019년 5.07%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교육환경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간호대 정원 확대는 양질의 간호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자율 질문 시간에는 자리에 참석한 간호사들의 분노에 찬 날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들은 본질을 해결하지 않는 형식적인 정책과 실현되지 않는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하였다.

이에 자리에 함께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고병곤 사무관은 하반기에 예정된 병원 특별기획감독을 통해 병원근로환경도 점검할 계획을 알리면서 특히 자살 사건이나 태움이 보고된 병원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하게 감독할 것임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홍승령 간호정책 TF팀장 또한  2월부터 시작된 TF팀이라 이제 시작단계라며 부족한 점들이 있겠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故 박선욱 간호사와 故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도 함께 자리했는데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어 다시는 우리 딸들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여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회를 맡은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간호사들은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데 그 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올바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