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간호사들 비율 63.2%

우리는 흔히 ‘먹고 살려고’ 일을 한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먹고 살려고’ 일을 하지 못한다. 아니, 먹고 살려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먹는 것, 자는 것 등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시간이 간호사에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하루는 밥을 먹고 오후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그 순간 나는 판단을 해야 했다. 아니, 사실 나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그저 밥 먹는 시간을 포기하고 일을 해야 했다. 그 때 의연한 척, 괜찮은 척 웃으며 넘어가려고 했는데 한 선생님이 “정말 밥 안 먹어도 괜찮아?”라고 묻는 물음에 그만 눈물을 쏟았던 적이 있다.
사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여러 서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밥을 못 먹고 일할 때였다. 분명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 것인데 그 먹는 것이 안되는 상황에 닥칠 때마다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비단 이 일은 나 혼자만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 Pixabay)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 Pixabay)

사람들은 밥을 ‘먹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밥을 ‘마신다.’고 말한다. 간호사들에게는 여유롭게 밥을 ‘먹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형면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노조의 의뢰로 간호사 2만2천85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식사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3.2%가 업무로 인해 주 1회 식사를 거른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주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31.3%에 달했다.

이렇게 밥을 못 먹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근무량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일을 하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것을 포기해야 했듯, 아직도 많은 간호사들이 쌓여있는 일 때문에 식사를 포기하곤 한다. 그럼 대체 간호사들의 일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병원은 모든 것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응급이 없으면 일이 없는 곳 또한 아니다. 각자 간호사들은 하루에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만약 그 일만 한다면 어쩌면 밥을 못 먹어가며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간호사의 일들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 일들에 더해서 갑자기 툭툭 생기는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환자가 보험회사 제출을 위해 서류를 준비해달라고 한다. 미리 말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퇴원에 임박해서 서류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급하게 의사에게 연락하고 전산작업을 해야 한다. 환자가 퇴원처리가 된 경우에는 원무과에 전화해서 퇴원처리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갑자기 환자의 처방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간호사는 환자의 약을 모두 바꿔야 하고, 환자에게 새로운 약에 대한 설명도 해야 한다. 왜 바뀌었는지, 그리고 이 약의 작용과 부작용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러한 일들은 갑자기 생기는 일들이다. 그리고 수행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모이고 쌓이면 간호사들은 결국 식사시간을 포기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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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간호사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력 충원과 더불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3.5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 (53.6%)에 불과하다. 간호사의 인력 충원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간호사의 인력만 충원해서는 결국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간호사의 인력 충원과 더불어 간호사의 역할 규정과 같은 제도적인 방안이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들이 밥을 '먹으며'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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