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울게하는 호칭들

작년 1월, 대한간호협회에서 최00 YTN 전 사장을 향해 강도 높은 항의와 함께 공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바로 최 전 사장이 MTN 보도본부장 시절 트위터에 게시한 글 때문이었다. 그의 트위터에 게시된 글은 ‘오늘 간호원은 주사도 아프게 엉덩이도 디따 아프게 때린다. 역할 바꿔보자고 하고 싶당’ 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미 30여년 전 명칭이 변경된 간호사를 간호원으로 호칭하며 간호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비하를 서슴지 않은 것에 대해 전국 38만 간호사와 함께 실망감을 금치 못하는 바”라고 비판하며 “면허를 부여받은 의료인이자 전문인인 간호사에 대한 최사장의 이 같은 비하 발언은 지금까지 가져왔던 간호사의 소명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위험한 발언이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Pixabay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 Pixabay

최 전 사장의 트위터에 게시된 글은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간호사를 지칭하는 호칭의 잘못된 사용이었다. 간호사는 1987년 의료법 개정 때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글자의 변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자로 풀이해보면 ‘간호원(看護員)’은 ‘볼 간’, ‘돌볼 호’, ‘인원 원’자를 쓴다. 환자를 관찰하고 돌보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나 ‘간호사(看護師)는 ’볼 간‘, ’돌볼 호‘, ’스승 사‘자를 쓴다. 환자를 관찰하고 돌보는 사람에서 교육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더한 것이다. 이 호칭의 변경은 간호사를 단순한 의료 인력이 아닌 질병의 치료와 환자와 안녕을 책임지는 전문직임을 확실하게 명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호칭을 변경할 때에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고, 저항이 있었다. 간호원에게 의사와 같은 ‘스승 사’자를 쓰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간호사로 호칭이 바뀐 지 30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얼마 전 한 사설을 읽었는데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관련된 글이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요즘 간호사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도록 환자와 보호자에게 반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60넘은 환자가 20대 간호사에게 선생님이라 부르도록 강제되는 현실은 ‘갑질의 횡포’로 까지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그는 이러다가는 선생님이 학교에는 없고 병원에만 있는 촌극이 빚어질지 모르겠다는 말로 글을 끝냈다. 

우리는 통상 ‘선생님’이라는 말을 가르치는 사람, 혹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부를 때 사용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존대하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의사를 부를 때 우리는 ‘의사 선생님’이라고 한다. 이는 그 사람을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의미와 동시에 존대의 의미를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호사에게 이러한 대우를 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기요,”, “이봐요,”, “언니”, “아가씨”
내가 간호사로 병원에 근무할 무렵,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호칭들로 불려왔다. 지금도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이러한 호칭들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현직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아가씨”나 “어이”같은 호칭으로 불릴 때에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의 직업에 회의가 든다고 한다.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의 내용처럼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간호사들에게는 이 또한 상처이고 좌절인 것이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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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상의 옷’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 하나, 호칭 하나가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사람의 사상과 인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을 비하해서 내 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할 때 진정으로 내 격이 올라간다. 내가 쓰는 단어가 곧 나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간호사에게 “어이”나 “아가씨”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또한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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