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6,000여 마을공동체 산재

마을이 희망이고 한 아이를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이야기와 마을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사진제공:고니학교

생태마을 공동체다 정보화마을이다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전국에 6천여개에 달한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느끼는 체감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용어와 상관없이 마을사람들과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함께 지내다보면 마을이 희망이고 한 아이를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이야기와 마을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고구마양이 많아져 써는 손들이 바빠지고 버스를 운전해야 해서 바쁘게 직장에서 오지만 행복한 모습이다. / 사진제공:고니학교

매년 경기도 하남에서는 고니학교가 열린다. 겨울철새인 고니가 날아오는 한강변에서 고니를 보며 지구촌 환경을 잘 만들고 가꾸자는 취지로 여는 고니학교는 한 시민단체가 자부담으로 운영하고 있다. 겨울동안 고니학교를 열어 환경교육을 하고 고니에게 줄 고구마를 썰고 새벽안개 가르며 콧물 흘리면서 고니에게 먹이를 주며 겨울을 보낸다.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고니의 숫자가 늘어가고 주변에 고니를 보러 오는 이들이 많아져 버스를 마련하여 운행하면서 오가고 있다. 고구마양이 많아져 써는 손들이 바빠지고 버스를 운전해야 해서 바쁘게 직장에서 오지만 행복한 모습이다. 모두 마을사람들이다.

바로 근처 소극장에서는 고니축제를 위한 기금마련 콘서트가 열린다. 노래와 기타와 시낭송이 한데 어우러져 열린다. 출연하는 이들도 마을사람들이고 보는 이들도 동네사람들이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원하는 이들은 모두 출연이다. 최근엔 어려워진 극장을 살리려고 연극을 준비한다고 분주하다. 시나리오작가도 마을사람이이고 소재도 그들의 이야기이다. 배우도 관객도 마을사람들이다. 세트와 조명과 음악도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간다. 십여 년의 세월속에서 소극장은 마을놀이터로 자리잡았다.

그들이 잘가는 까페와 술집이 있다. 아침마다 천원밥상인 문턱없는 밥집을 운영하다가 적자가 많이 나 이제는 낮엔 커피 밤엔 수제맥주를 판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이곳은 직원의 작은 월급을 제외하고 2층에 마련한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데 쓴다. 평생교육원은 재능 나눔이 가능한 마을사람과 배우고 익히려 하는 이들의 다양한 교육의 장이된다.

사진제공:고니학교
사진제공:고니학교

함께하는 단체 중 청소년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상담활동을 하는 곳이 운영이 어려워졌다. 지원을 받는 곳도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놀이터이기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일일찻집을 열기로 했다. 대안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개인의 일이 아닌 함께 해결해야할 마을의 일인 것이다.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30년이 가까워 오고 있고 정책방향이 마을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여 법과 제도를 열심히 마련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화된 마을 속에서 무언가를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시작하고 성공하는 것은 쉽지만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속이라는 과정을 통해 마을사람들은 인내를 배우고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알게 되고, 함께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해결해나가는 것일 뿐이다. 매일 매일 기적의 하루를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배우고 감동한다. 추운겨울의 긴 여정이 새싹을 만들 듯이 서로가 공기가 되고 흙이 되고 햇빛이 되어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다. 마을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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