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째 날

지구 행성 택시 운전대를 처음 잡았다. 모든 것이 낯설다. 차를 주차장 밖으로 몰고 나오자마자 콜이 떴다. 첫 손님에게 갔지만 문을 어떻게 여는지 어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친절한 지구 행성 여인이 잘 알려준 덕분에 첫 택시 운행을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한 지구 행성 남성이 탔다. 전화로 내가 지구 행성에서 하던 사업 이야기를 했다. 나도 한 때 그 사업으로 잘 나갔는데 지금은 지구 행성 택시를 몰고 있다. 괜찮다. 난 평생 지구 행성 택시를 몰지 않고 다시 재기해서 성공할거니까.

지구 행성 서울 강남은 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이 어마어마하다. 5시부터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8시까지 ’차야 꼼짝마라‘고 소리친다. 도로가 막히는 게 나 같은 일당제 택시 드라이버에게는 잘 된 일일수도...

한 지구 행성 손님을 태우고 강북으로 이동했다. 강북은 정말 차가 없더라. 한강 이남과 이북은 뭔가 달라. 차이가 느껴진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걸까?

손님이 내리고 주차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잠시 쉬며 운동도 하고 여유를 갖는다.

밤 10시 이후부터는 강남에서 강북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밤 12시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귀가하는 사람들, 그들이 이 대한민국의 일꾼들이다.

나도 귀가 시간이 돼서 지구 택시를 주차하고 올빼미 버스를 탔다. 귀가하는 수많은 사람들, 대리 운전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아버지들, 어머니들, 형, 누나, 동생 같은 사람들,
이들도 대한민국의 일꾼들이다.

지구 택시 첫째 날, 처음은 매우 낯설었다.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고 떨린다. 이 처음을 하지 못해서 도전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처음 입학, 처음 공부, 처음 시험, 처음 졸업, 처음 취업, 처음 이직, 처음 퇴사, 처음 창업, 처음 결혼, 처음 아빠, 처음 할아버지, 처음 집 장만, 처음 부도 이 수많은 처음이 시작은 어려웠지만, 시작을 하고 나면 익숙해진다. 

우리 인생은 처음의 연속이고 익숙함의 연속이다. 처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처음이 곧 익숙함이다. 익숙함이 안정을 주고 전문가를 만든다.

난 오늘 처음이었고 초짜였지만 내일은 처음이 아니고 초짜가 아니다. 난 내일부터 전문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