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자기 문제와 남의 문제
[부패방지] 자기 문제와 남의 문제
  • 김운영
  • 승인 2019.06.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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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문제와 남의 문제/사진제공: pixabay
자기 문제와 남의 문제/사진제공: pixabay

모두들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다고 하면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다 르다. 아주 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정차위반 과태료 딱지는 많아야 1건에 4만 원 미만이다. 그런데 주정차위반 딱지 한 장만 끊어도 시청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줄을 대서 해결하려고 하는 사 람이 있다.

불법 건축물, 그린벨트 위반 행위, 환경위반 등의 행위가 적발되 면 시청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아는 사람이 없으면 시청의 담당직 원을 아는 사람을 통해서 시청직원에게 봐달라고 금품을 제공해서 라도 자신의 불법행위를 해결하려고 한다.

시화공단에 한 업체를 방문했을 때 환경법 위반으로 적발되었는 지 부하직원을 나무라는 소리를 들었다. “공무원에게 돈을 써서라 도 무마했어야지 그것도 못했냐! 돈 100만 원을 쓰고 300만 원이 들어갔다고 하면 회사에서 300만 원을 주지 않느냐. 그렇게 하면 200만 원은 네가 가져도 되지 않느냐”하는 것이었다.

그린벨트에서 무허가 공장을 하면서 매월 공무원에게 수십만 원 씩 금품을 전달하며 불법행위를 계속 유지해 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금품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금품을 받는 공무원은 엄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기와 관련된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주는 돈을 공무원들이 받기를 바란 다. 공무원이 돈을 받으면 문제를 삼을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해 결되지만 돈을 받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시청직원을 아는 사람을 통해서라도 돈을 주면서 불법행위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막상 자신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공무원들은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공무원에게 돈을 주면 해결된다. 공무원은 부패 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돈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돈을 갖고 찾아온 사람을 수 없이 많이 만났다.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거절하면 액 수가 적어서 그러냐며 더 많은 돈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이때까지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 며 문제를 해결해 왔던 모양이다.

식사를 하자는 사람도 수없이 많았다.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는 지 집으로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 려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참으로 피곤하고 힘들다.

물론 돈을 가져오면 받는 공무원도 있다. 액수가 적으면 거절하 며 돈을 더 가져오도록 유도하는 공무원도 있다. 일부러 찾아가서 돈을 요구하는 공무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바라는 공무원 들은 극히 일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무원은 돈으 로 유혹할 때 쉽게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때로는 돈 봉투를 거절 하면 융통성이 없다느니, 고지식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돈을 거절했다고 해서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핀잔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니까 진급도 못하지’하면서 자존심까 지 건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돈을 받은 공무원이 다시는 공직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금품을 요구하고 받는 사람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금품을 받은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금품을 전달한 사람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금품을 전달한 사람이 돈을 받은 사람보다 경하게 처벌을 받다 보니 돈으로 문제를 해 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고 불법행위를 이어 가려고 하는 것이다.

부패를 끊어내려면, 부패가 중단되기를 원한다면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부정을 해서는 안 되고 나와 관련된 일이라도 공무원 이 돈을 받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부패 행위 가 끊어지기를 원한다면 나와 관련된 일이든, 나와 관련되지 않은 일이든 나부터 부정을 해서는 안 된다. 정당하게 해야 할 일은 무 슨 압력이 있거나 설사 나에게 손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나와 관련된 문제나 나와 관련이 없는 문제의 답은 같아야 한다.

요즈음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방송이나 신문에서 난리 다. 식사는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 넘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대학생이 교수에게 커피 캔을 하나 전달하는 것을 신고했단다. 업무와 관련된 사람에게는 금액의 크기 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골프장이나 고급음식점에 는 예약이 취소되고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완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고 사회가 너무 삭막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 다. 하지만 난 오히려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시행해 나가면서 보완해나갈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너무 완화하여 있으나마나한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