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부패방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 김운영
  • 승인 2019.06.0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사진제공: pixabay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사진제공: pixabay

세상에는 오만가지 일들이 있다. 그 중에 재산을 가진 자와 재산 을 갖지 못 한 자 사이에도 여러 가지 일이 많이 발생한다.

내가 차를 갖지 못했을 때 가끔 다른 사람들의 차를 타고 출근을 할 때가 있었다. 차가 없으니까 빌려 타면서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차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쩌다가 내가 늦잠을 자서 차를 타기로 약속한 장소에 5분 이상 늦게 나가 보니 차가 떠나고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기다리지 않고 간 것에 대해 원망 섞인 투정을 했다. ‘차를 갖고 있다고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갔구나!’하는 서운한 감정을 갖고 부랴부랴 버스정거장으로 가서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던 적이 있다. 출근을 해서도 차를 가진 직 원에게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늦었는데 기다리느라고 애 먹지 않았느냐?’고 사과의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단지 차가 없어서 이런 일을 당한다는 서운한 생각만 했다. 평소 차를 태워 주어서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었던 것에 고마워해야 했는데도 말이다. 왜 고마웠다는 생각보다 서운했다는 생각이 앞서는지 모르겠다.

내가 차를 갖고 출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수원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이 태워달라고 하여 태워주다 보니 전에 나를 태워주었던 직 원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나를 태워주던 곳이 출근시간에 차를 세울 수 없는 공간이었다. 내가 차를 구입한 후에 출근할 때 직원을 태워주기로 하고 전에 다른 직원이 나를 태워줬던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일찍 도착했을 때 타기로 한 직원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 리려고 잠시 차를 세우면 뒤에서 빵빵 거렸다. 태워가기로 한 사람 은 오지 않지 그냥 가자니 마음이 찜찜하고 기다리자니 뒤에서 빵빵 거리고 얼마나 불편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다른 직 원의 차를 탈 때는 이곳이 차를 세우기가 힘든 곳인 줄도 모르고 내 가 늦게 도착했을 때 나를 태우지 않고 간 직원을 원망했었다.

화서동에서 사무실로 가려면 화서역 앞으로 가면 길도 막히지 않 고, 신호등도 적고 거리도 가까웠다. 그러나 직원을 태우려면 역전 방향으로 가야만 했다. 그곳은 출근시간대에 차도 많고 복잡해 태 워야할 사람이 나와 있지 않으면 차를 세우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 이었다. 전에 내가 차가 없었을 때와는 달리 ‘차를 빌려 타면서 왜 미리 나와 있지 않고…’하는 푸념을 하면서 전에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던 직원에게 서운했던 것이 생각나서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 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도로 옆에 차를 대고 직원이 오기를 기다린 적이 있다.

차를 태워주는 사람이나 차를 빌려 타는 사람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차를 갖고 있다고 차를 갖 지 못한 사람의 입장을 무시한다면 차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서운할까. 또 차를 빌려 타는 사람이 차를 태워주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 연락이 없이 늦게 나온다거나 나오지 않게 된 다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

살다보면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될 수 있다. 서로 미리미리 연락 을 해주고 출퇴근시간에는 도로가 복잡한 상황을 감안하면 차를 빌 려 타는 사람이 조금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차를 가진 사람도 약속 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를 갖고 있다고 마음대로 늦게 나온다면 차를 빌려 타는 입장에서 뭐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 지만 차를 갖고 있다고 유세를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기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 면 빨리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는 등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내가 수원 고등동에서 전세를 살 때의 일이다. 옥외에 화장실에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어머니께 말하는 태도가 몹시 귀에 거슬렸 다. 나도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세를 사는 입장인데 주 인이 하는 태도가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즉시 집을 보러 나 가서는 화서동에 있는 집을 그날로 계약하고 돌아왔다.

내가 새로 산 집은 위층에는 주인이 살고 아래층에 2세대가 세를 살도록 지어진 집이다. 내가 세를 살 때 느꼈던 일들을 생각하며 가능하면 세를 사는 분들이 서운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최 선을 다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아래층에 사 는 젊은 총각이 술을 많이 마시고 와서는 더러워서 못살겠다며 이사를 가겠다고 했다.

당시 세를 싸게 놓고 올리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었는데 밤늦게 그렇게 하는 것이 기분이 나빠서 다음 날 마이너스 통장에서 전세 금 전부를 찾아다 주고 이사를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다음 날 주변에 세를 얻기 위하여 돌아다녀 보고는 그 돈으로는 도 저히 전세를 얻기가 힘든 모양이었는지 전세금을 조금 올려줄 테니 까 그냥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거절하고 이사를 하라고 했다.

가진 자는 갖지 못한 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야하고, 갖지 못한 자는 가진 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가진 자만 갖지 못한 자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모두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한다면 참으로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보면서 산다는 생각을 하면 그 어느 것 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겠는가. 갈등이 생기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것이 불씨가 되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상한 감정이 쌓이다 보면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게 되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아주 작은 일에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서로 오해의 불씨는 생기 지 않을 것이다. 설사 오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금방 풀리게 되어 서로 좋은 이웃으로 남아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