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쓰고 있는 플래너/사진제공: pixabay
16년째 쓰고 있는 플래너/사진제공: pixabay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고 하는 책을 읽고 나서 앞으 로 계획된 삶을 살아가자며 프랭클린 planner를 쓰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planner를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17년째 쓰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처음 planner를 처음 쓰기 시작한 2000년 planner를 열 어보며 당시의 일을 회상해 보려고 했으나 요점만 적어 놓고 구체 적인 상황을 기록하지 않아 당시의 상황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았 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다소 사소한 것도 가능하면 자세하게 기록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기록해야 하는 양이 늘어나 어떤 때는 1 쪽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매일 planner를 쓰며 매일 아침에는 오늘 해야 할 일을 기록하고 저녁에는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나가다 보니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꿈의 목 록, 지배가치, 비전, 사명서를 기록해 놓고 매일 아침에 planner를 작성하기 전에 한 번씩 읽으며 내가 제대로 계획대로 길을 가고 있 는지 살펴보게 된다. 금년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달 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게 되고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해 서 노력하게 된다. 이번 주에 할 일이나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 지를 생각하게 하고 그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매일 계획했던 일을 완수했는지 못했는지를 체크하며 작고 사소한 것들 도 실천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은 매일 planner를 쓰지만 집에서 쉬는 날 은 planner를 쓰지 않는 날이 종종 있다. planner를 작성하지 않 는 날은 혈압약 먹는 것을 깜빡 잊고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무실에 출근할 때는 제일 먼저 planner를 쓴다. planner 를 쓸 때 내가 오늘 해야 할 일 중에 혈압약을 먹는 것이 들어있어 혈압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매일 1가지 이상 좋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매일 해 야 할 일 중에 ‘좋은 일하기’ 항목을 추가했다. 그리고 하루를 정리 하며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을 했지’를 생각하려고 해도 어떤 날은 무슨 일을 했는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 어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남을 위해서 무슨 좋은 일을 했 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보기로 했다. 내가 한 일을 구체적으로 기재 하다 보니까 어떤 날은 한 가지도 못한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여러 개가 적혀 있는 날도 있었다. 그냥 “좋은 일하기”라고 막연하게 기 록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하고자 하는 일을 실천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 라도 하루에 한 가지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매일 책을 20쪽 이상 읽기로 계획을 했었지만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 하기로 했던 일 중에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생각해보니 책을 읽기는 읽었지만 무슨 책을 읽었는지, 머릿속에 남는 것이 아 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읽은 책명과 몇 쪽부터 몇 쪽까지 읽었는 지, 거기서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기록하기 시작하다보니 책 을 읽은 것에서 조금이라도 뭔가를 얻을 수가 있었다.

planner를 작성하여 집 책꽂이에 꽂아 놓다보니 집사람이나 가 족 누구나 내가 쓴 planner의 내용을 읽어 보려고 하면 언제든지 읽어 볼 수 있다. 집사람이 읽어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거짓으로 작성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실대로 기록하다 보니 누가 봐도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게 된다. planner를 작성하는 것은 나 를 되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나는 프랭클린 planner를 작성하는 것 말고 공무원 수첩도 비교 적 꼼꼼하게 작성하는 편이다. 책꽂이에는 프랭클린 planner가 꼽혀 있는 것처럼 공무원 수첩도 꼽혀있다. 공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 공무원 수첩에 쓸데없는 것을 기록하면 나중에 화가 된다며 기록하 지 않는 선배 공무원을 본 적이 있다. 매년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공무원 수첩을 받지만 거의 활용하지 않는 직원들이 많다.

과거 공무원들 중에 공무원 수첩에 적힌 내용 때문에 형사사건 에 연루되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언젠가 나도 형사사건과 관 련이 되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가지고 있던 공무원 수첩을 감춘 것이 아니라 가지고 갔다. 담당 검사가 물어보면 공무원 수첩을 뒤져서 답변을 했다. 담당 검 사가 공무원 수첩을 보고는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 보라고 줬다. 담당 검사가 내 공무원 수첩을 한참을 살펴보더니 “이렇게 공무원 수첩을 작성하는 분이면 문제가 될 게 없을 것 같네요”하고 공무원 수첩을 돌려주면서 작성하던 조서도 중단하고 그냥 가라고 했다. 공무원 수첩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화를 당할까봐 공무원 수첩을 활용하지 않는 데 나는 내가 보호받기 위해 공무원 수첩을 가능하면 자세하게 기록하려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선배 공무원의 집을 방문했을 때가 있었다. 책장에 공무원 수첩이 꽂혀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작성한 수첩을 한 권도 빠짐없이 책장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아마 그 선배 공무원이 부끄러운 일을 했다면 그 수첩을 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선배공무원이 공무원 수첩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공무 원 수첩을 잘 활용하기로 했다.

책꽂이에 꼽혀 있는 공무원 수첩을 꺼내어 그때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보려고 했더니 너무 간단하게 작성해 놓아 생각이 나지 않 았다. 그때는 기록한다고 기록했지만 세월이 지나서 그때 일을 돌 아보려고 할 때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수첩 을 작성하면서 언제 열어보더라도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 도록 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자세하게 기록하려고 한다. 자세하게 기록하다보니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게 된다.

 

한국투데이 관리계정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