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대학원 상담 공부/사진제공: pixabay
늦게 시작한 대학원 상담 공부/사진제공: pixabay

함께 근무하던 김송진 팀장이 상담공부를 권유했을 때 다 늙어 공부를 계속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망설였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유가 스펙이나 인맥 을 쌓기 위하여 행정대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대학원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에는 행정 공무원들이 많아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료들 중에 내가 대학원에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지인들은 내가 사회복지학을 공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사회복지과 관련 부서 에서 5년 정도 근무를 했고, 불우이웃돕기 모임인 ‘거북이 나눔회’ 를 만들어 회장으로 5년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직원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사회복지 부서에 5년 정도 근무 하면서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 나를 실망시키는 모 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나는 그들에게 직설적으로 ‘양의 탈을 쓴 이리새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 한 복지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영리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은 멀리 하고 싶었다.

사회복지사업을 하시는 분 중에는 정말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5년간 사회복지업무를 하면서 일부 시설에서 사회복 지사업이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업이라고 포장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람을 보면서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선량하 게만 보이지 않았다. 한 번 먼저 의심부터 하게 만들었다.

이제 공직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퇴직 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퇴직 후에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 하지만 돈은 못 벌어도 일거리는 있어야 한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다. 일거리가 없으면 집안에만 쳐 박히게 되고, 부부간의 불화 도 생기고, 건강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봉사활 동을 하면서 이러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가는 것도 좋 을 듯싶어서 심리상담을 공부하기로 했다.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 이 목표가 아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퇴직 후에 소일거리를 얻기 위해서다. 퇴직 후에 다소의 수익도 올리면 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을 듯싶어서 선택했 다. 봉사활동도 할 수 있을 듯싶다. 틈나는 대로 열심히 공부도 하 고 관련 서적도 읽을 계획이다.

다 늙어서 무엇 때문에 고생을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미리 준 비를 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금방 가 버릴 것이고, 퇴직 날은 생각 보다 훨씬 빨리 오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미리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는 것도 좋지만 무엇인가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게을러지고 건강도 지키기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다며 취미생활도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대학원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접어두고 싶지는 않다. 헛되게 시 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늙어 건강 을 지키지 못하여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남을 위해 희생한다기보다는 나 의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몸이 아파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집사람이나 딸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 면 나 자신의 건강부터 지켜야 한다.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어 야 한다.

목감동장으로 있을 때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는데 문화체육과장 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동장으로 있을 때는 내 마음대로 일정을 조 정할 수 있었지만 시청 과장은 본인이 조정할 수 없는 일정도 많 다. 문화체육과장으로 있을 때는 시청에서 행사가 많은 문화예술 과 체육을 합쳐 놓는 바람에 행사도 많고,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학교에 가는데도 눈치를 봐야했고, 어떤 때는 학교에 갈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문화체육과장으로 발령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등록사업소장으로 발령이 났다. 직원들은 왜 차 량등록사업소로 발령이 났냐고 했다. 왜 좌천이 되었느냐는 것이 다. 평소 바른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또 무슨 말을 해서 찍혔냐는 것이다.

업무 중에 시장 공약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직설적으로 이야 기를 했고, 간부회의에서도 바른 소리를 해대니까 그것이 싫어서 나를 차량등록사업소로 발령을 냈는지는 몰라도 공부를 하는 데는 차량등록사업소가 정말로 좋았다. 서운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공부 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등록사업 소로 발령이 나니까 눈치를 볼 일도 없고, 행사나 회의도 많지 않 았다. 부담을 갖지 않고 학교를 갈 수 있고, 특별히 바쁜 일도 없어서 공부를 하기가 좋았다.

상담분야는 처음으로 접하는 분야라서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상담학과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 이 들었다. 퇴직을 하고 수입이 발생할지 확신이 가지는 않지만 나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이 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상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평소 보아왔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가 있어서 좋다고 한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나 직장동료들을 대할 때도 다른 사람을 이해 하는 폭이 넓어졌고 말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선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그냥 혼내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왜 저러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내가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저런 증상을 고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갈등이 생기기도 했으나 이제는 갈등을 피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공직을 마치고 상담소를 개설하여 다소의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면 좋고, 설사 수입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청소년들의 문제를 고민하면 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학점만을 취득하기 위해 공 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기회만 되면 전공서적을 구입하여 공 부했다. 상담에 도움이 되는 서적이라면 구해서 읽어보려고 했다. 필요한 자료는 수집하여 정리를 해 두려고 한다.

동료직원의 권유로 시작한 상담공부이지만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내게 권유했던 직원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인 나에게 하는 행동이나 엄마에게 하는 언행 이 마음에 안 들 때는 부모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 어른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혼내고 관계만 악화시켜왔 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 고,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의 입장에 서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설사 상담공부를 해서 소일거리를 마련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와 가까이에서 지내는 가족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습득한 지식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다.

정왕3동장으로 발령을 받고 보니 인근에 있는 서해중학교에서 징 계 받은 학생을 동 주민센터로 사회봉사명령을 보내는데 상담공부 를 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학생들과 꿈을 얘기하고, 문장완 성 검사, 에니어그램 검사, HTP검사 등을 통하여 상담을 해주고 고맙다는 편지를 받아 보며 잘만 활용하면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 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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