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여행자 모임
[부패방지] 여행자 모임
  • 김운영
  • 승인 2019.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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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모임/사진:픽사베이
여행자 모임/사진:픽사베이

30여 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담당하면서 첫 번 째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로 13번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말이다. 기획평가 부서에서 제안제도, 시정연구논 문, 와우트리상 등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거의 매번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되면서 매번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다보니 세 번이나 반납하였 음에도 13번이나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었다.

2004년 제출한 시정연구논문이 우수논문으로 선정되면서 스페인 과 모로코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자 모임은 그때 함께 다녀온 직원 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모임은 함께 여행을 다녀온 직원 10명으로 구성되었으나 멤버 중에 다른 기관으로 전출을 가거나 개인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은 원년 멤버 4명만 남았다.

여행자 모임은 매년 한 번 해외여행하기로 하고 첫해에 중국을 경유하여 백두산을 다녀왔고, 그 후로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중 국 장가계, 미국과 캐나다, 치앙마이, 중국 곤명, 일본 오끼나와, 중국 황산을 여행했다. 2016년에는 남미 여행을 하기로 했고 매월 25만 원씩 자동이체를 하고 있지만 브라질에 지카 바이러스를 옮 기는 모기가 있다고 하고, 세계 곳곳에서 IS(이슬람국가)의 테러로 불안하여 마음 놓고 여행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매년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포인트가 1년에 120만 원 정도 되는데 이것을 여행하는데 사용 하고 있고, 매월 5만 원씩 자동이체를 하다보니까 부부가 동남아를 여행하려면 추가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다른 직원 들은 복지포인트를 다른 곳에 사용하지만 우리는 해외여행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우리 팀은 처음부터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한다. 2010년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할 때는 여행경비만 1인당 300만 원이고 공통경비와 현지에서 옵션을 하다 보면 1인당 350만 원 이상의 많은 경비가 들어가서 가능할까 걱정 을 했다. 대부분 자녀나 부모까지 함께 가다보니 7명이 가는 가족 도 있었고 나도 4명이 가다보니 여행경비가 1,500만 원 가량 소요 되어 대출을 받아서 여행을 다녀왔다. 타고 있는 차도 11년차로 바 꿀 때가 되어가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지만 앞으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모두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도 참으로 좋은 것 같다. 집사람은 단돈 10원도 벌벌 떨며 아끼지만 해외여행을 함 께 가자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따라 나선다. 많은 돈이 들어 혼자 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하면 자기도 갈 거라며 따라 나선다. 여행 자 모임 외에도 우리 고향 친구모임에서 가는 여행에도 따라 나선 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친구들 모임을 만들어 벌써 두 번이나 여행을 다녀왔다.

앞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기회 만 주어진다면 계속 여행을 즐기고 싶다. 여행을 다녀온 나라 중에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다. 스위스, 스페인, 캐나다, 미국, 뉴 질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해외연수를 갔다 오면 함께 다녀온 멤버들끼리 여행자 모임을 만 들어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오지만 우리 팀처럼 매년 함께 여 행한 팀은 별로 보지 못했다. 우리는 여행계획이 결정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함께 여행에 동참했다. 내가 연장자이다 보니 주로 내 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 별일 없이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처음 여행을 다녀왔던 10명 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는 회원이 4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매년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새로운 멤버가 우리 여행자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회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다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동의가 안 되어 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여행자 모임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멤버들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다른 회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면 여러 사람이 불편해진다. 서로 불편해지면 다음 여행에 동참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빠지다보 면 결국 모임이 깨지고 만다. 우리 멤버들은 여행을 할 때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피곤하지만 누군가의 방에서 소주 한 잔하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져왔다. 때로는 서로 의논하여 여행일정을 변경할 때도 있었다. 우리는 매월 회비 5만 원을 자동이체를 통하여 납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 회원들이 회식을 할 때도 회비에서 집행하고 나중에 여행을 할 때 정산하여 회원들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젠가 다른 팀들과 해외여행을 하면서 공통경비를 각출하였고 여행을 하면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추가하려고 하면 누군가가 이의 를 제기하여 당초 계획된 일정만 소화하고 돌아왔던 적이 있다. 돌 아와서 남은 경비로 저녁이라도 함께 먹으며 해단식을 하자고 했더 니 남은 경비를 돌려달라고 하여 해단식을 포기하고 남은 돈을 돌 려준 적도 있다. 함께 여행을 다녀왔던 직원들끼리 여행자 모임이 만들어지기는커녕 한 끼 식사도 함께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그 일을 겪으며 여행자 모임을 만들어 매년 한 번씩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한 것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10년이 되었는데도 한 번도 결정된 내용에 대해 이론이 없 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여행이 지속될 수 있었다. 이때까지 여러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여행자모임이 결성된 것은 하나뿐이다. 어 떤 여행자 팀은 모임을 만들자고 하여 모임을 만들기는 했지만 한 번도 여행을 하지 않은 모임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누가 싫어서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여 아예 모임이 구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 여행자 모임은 꽤 괜찮은 멤버들로 구 성된 모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미 여행은 여행기간도 최소 2주 이상 소요되고 여행경비도 1인 당 1000만 원 이상 소요되다 보니 과연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생 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때까지 가능했던 것처럼 그때도 가능할 것이 라고 믿는다. 경비가 부족하면 대출이라도 받아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자 모임과 여행을 할 때도 있었지만 표창을 받아서 가는 경 우도 있고, 업무를 추진하면서 업무추진과 관련하여 여행을 하는 경우가 있어 어느 해에는 한 해에 세 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도 있었다.

여행도 중독인 것 같다. 해외여행은 경비도 많이 들어 퇴직을 하 고는 매년 여행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 서 퇴직하면 바로 우리나라 해안가를 도보로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어느 지점에 가서 더 머무르고 싶으면 하루나 이틀 더 머무르 고, 섬에도 한 번 들어가서 하루나 이틀 쉬다 나오고, 산이 있으면 산에도 오르며 우리나라 해안가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 한 달이 걸릴지 6개월이 걸릴지 모르지만 공직생활을 하면서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보고 싶다.

여행자모임 멤버들과 10여 회 이상 여행을 하면서 참으로 아름 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집사람에게 쓰레기와의 사 랑과 전쟁 평가에서 1등을 하면 동유럽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 더니 자기도 자부담을 하고 함께 가겠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돈을 아끼느라고 가자고 해도 가지 않을 사람이 자부담을 하더라도 꼭 함께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여행자 모임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중 독된 모양이다.

오지 체험여행은 늙으면 갈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반 드시 한 번은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