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산삼을 캐는 횡재를 얻기도
[부패방지] 산삼을 캐는 횡재를 얻기도
  • 김운영
  • 승인 2019.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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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을 캐는 횡재를 얻기도/사진:픽사베이
산삼을 캐는 횡재를 얻기도/사진:픽사베이

2009년 봄에 목감동장으로 근무 할 때 동주민센터 뒷산에 올라 가면서 개나리 울타리 뒤쪽에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목감동주민센 터와 목감종합사회복지관 사이 야산에는 윗몸일으키기, 수평대, 몸 비틀기 등 몇 개의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체육시설이 설치되 어 있는 곳과 도로 사이에는 개나리 울타리로 가로 막혀 있어 도로 에서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술, 담배 하는 장소 나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장소로 변해버렸다.

체육시설을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개나리 울타리를 모두 베어내고 야산에 있는 잡목들을 베어내기로 했다. 매일 아침 에 일찍 출근해서 30분 정도는 개나리와 야산에 있는 잡목들을 베 어내기로 했다. 누가 시키는 일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몇 개 되지는 않지만 체육시설들을 주민들이 이용하고 주민들의 쉼터가 되게 하기 위해서 주변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듯싶어서 하루에 30 분 정도 잡목을 베어내는데 썼다.

어떤 사람은 직원들을 시키지 동장이 직접 하느냐고 말하지만 업 무로 추진하는 것이라면 직원들이나 유관단체와 함께 하자고 할 수 도 있었겠지만 야산에 있는 잡목을 베어내는 일은 업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도 아니니까 함께 하자고 하기 도 그랬다. 면적은 넓은데 하루에 30분 정도만 하다보니까 진도가 아주 느렸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속하다보니 날이 가면서 제법 넓 은 면적에 있는 잡목들을 베어낼 수 있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근 반년은 되었나보다. 봄이 되니 나무에서는 잎이 나고 땅에서는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잡목을 베면서 푸른 잎이 달린 것은 모두 걷어내다가 잎이 인삼처 럼 생긴 것을 발견했다. 혹시 산삼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 럽게 캐어보니 정말 산삼이었다.

산삼은 한 뿌리만 있지 않고 근처에 여러 뿌리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주변을 자세히 살폈으나 더 이상 발견하지 못했다. 사무실에 와서 직원들에게 산삼을 캤다고 자랑을 했더니 한 번 가 보자고 하여 함께 갔는데 한 뿌리를 캐면서 자세히 둘러 볼 때는 보 지 못했던 세 뿌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그날 이후 매일 아침마다 잡목을 제거하러 가면 먼저 산삼이 더 있나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며칠 후 한 뿌리를 추가로 더 발견하여 모두 다섯 뿌리를 캤다.

산삼을 캔 곳이 등산로 바로 옆이었는데도 어떻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내 눈에 띄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왜 나무를 베어내느냐고 묻기도 하고, 무엇을 하려고 하느 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건 간에 주변을 보기 좋 게 하고 싶어서 매일 아침에 30분 정도 잡목을 베어내는 작업을 지 속하다 보니까 산삼 다섯 뿌리를 캐는 횡재도 만났다. 산삼을 다섯 뿌리나 캤다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동장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복을 받은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 다 보니까 복을 주신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무슨 의도를 갖고 설치했는지 모 르지만 사용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손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청소를 하면서 쓰레기는 줍지만 도로변에 난 잡초는 뽑지 않는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등산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걸리는 나뭇가지가 불편을 주고 있음에도 잠시 피해서 가거나 자기에게 불편을 주는 가지만 꺾어 놓기는 하지만 나뭇가지 를 베어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전거도로에 심어 놓은 가로수 가 지가 늘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걷는 사람에게 걸려서 불 편함을 겪으면서도 걸리는 나뭇가지를 베어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로변에 설치된 화분에 잡초가 자라서 보기 싫게 되었지만 잡초를 뽑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점포 앞, 집 앞 도로상에 잡초가 자라 보기가 좋지 않음에도 잡초를 뽑지 않는다.

이러한 일들은 누구에게 하라고 하면 잔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 고, 왜 그런 일을 내게 시키느냐고 불평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일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도 아니다. 하루에 30분만 투자하면 누구에게 시키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 누구에 게 시키지 않고 내가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씩 한다.

자신의 주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 아 주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누군가가 해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고,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워질 것 같다. 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가 자신의 주변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 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반년 가까이 잡목을 베어낸 곳에 요즈음 낮이면 노인 서너 명이 와서 책을 보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침 시간을 투 자해서 잡목들을 베어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이 좋아 하는 운동시설 몇 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벤치를 몇 개 더 만들어 놓 으면 좋을 듯싶다. 산삼 다섯 뿌리를 캐는 횡재도 얻었고, 아침마다 운동 아닌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사람 들이 와서 쉬는 모습을 보니 좋다.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고 이삼 년 후에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 들렀더니 계단도 만들어 놓고 체육 시설도 보강하여 주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자리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든지 하루에 30분 정도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할 생각이다. 남이 알아주든 알아 주지 않던, 때로는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냥 매 일 매일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약초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게 되었고 매 년 산삼을 캐는 행운을 얻었다. 여러 명이 함께 갈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산삼지도를 보고 혼자서 무작정 길을 나서기도 한다. 어떤 때는 허탕을 칠 경우도 있지만 가면 산삼을 1뿌리라도 캐는 경우가 많았다. 허탕 치는 날은 취나 물을 뜯거나 고사리, 고비, 머위, 드룹, 개드룹 등 산나물을 뜯기도 한다. 산삼을 못 캐더라도 그 산에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