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알아야/사진:픽사베이
정확하게 알아야/사진:픽사베이

연성동 사무장으로 근무할 때 동정자문위원장의 종중사당 건축 물신축 신고 건에 대한 결재가 올라왔다. 결재를 반송했더니 직원 이 85㎡ 이내의 건축허가는 동장 전결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왜 반려를 했느냐고 물었다. 내가 직원에게 주택용 건물 중에 85 ㎡ 이하의 증개축만 동장이 처리할 수 있는 것이지 신규 건축물이 나 다른 용도의 건축물은 85㎡ 이하라고 하더라도 동장에게 권한 이 없는 것이라고 했더니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럼 관련 부서 에 알아보라고 했다.

그 직원은 시청의 담당 부서, 경기도 담당부서 심지어 건설교통 부 담당부서까지 알아 본 모양이다. 알아보고 나더니 내가 이야기 한 것이 맞는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건축허가를 신청하 기 전에 이미 건물을 건축해 놓은 상태였다. 담당직원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게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이미 무허 가 건축물이 지어진 상태임에도 건물이 없는 것처럼 하여 결재를 올린 것이다. 당시 동에서 그린벨트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무 허가 건축물이 지어진 것을 알았다면 계고를 하고 철거해야 했지만 건축허가가 나가지 않았으니까 건축을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담당직원과 동장은 신고처리해 줄 수 있다며 건축을 하게 했고, 합법적인 건축물로 만들어 주려고 했던 것이다. 나중에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 건축물이 무허 가 건축물인데 왜 조치를 하지 않았냐고 훈계장이 날아 왔다. 만일 그때 그냥 결재를 해줬다면 훈계가 아니라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이 사실을 속이고 건축허가 결재를 올린 것에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 동장도 그 사실을 알고 결재를 하 라고 강요했지만 나는 끝내 결재를 거부했었다.

문화진흥과 예술진흥계장을 하면서 게임장, 노래연습장 관련 행 정 처분을 하면서 담당직원이 행정처분을 하면서 영업정지 10일 처 분을 해야 하는 사항인데 무슨 사례집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며 행 정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그때 유심히 검토를 하지 못해서 직원의 말이 맞는 것으로 생각하고 행정처분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그것을 감사에서 지적 받아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 다. 다행히 표창감경을 받아 불문경고를 받았지만 그것은 내게 많 은 불이익이 받게 했다. 2007년에는 청백봉사상 후보로 추천되어 공적내용으로는 대상후보라고 했지만 불문경고를 받았었다는 이유로 수상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일을 처리하면서 부하직원을 믿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때로는 결재권자가 잘 검토해야 할 경우가 있다. 특히 결재권자를 속이면 서 결재를 신청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원을 의 심의 눈으로만 쳐다보면서 일을 할 수도 없다. 업무를 정확하게 파 악하고 있어야 하고 직원이 결재권자를 속이면서 결재를 올리는 사 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도 파악하며 업무를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직생활 시작할 때는 정년퇴직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직마무리 시점인 말년에 몸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33년 넘게 근 무하면서 나보다 선배들만 먼저 나간 것이 아니라 후배들도 많이 공직을 떠났다. 스스로 선택해서 퇴직을 한 경우도 있지만 이런저 런 사유로 불명예 퇴직을 당한 경우도 많다. 말년에 몸조심하라는 얘기는 군대에서 제대할 무렵에 듣던 얘기인데 공직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 또 다시 그 소리를 들으니 낯설지 않다. 징계를 받으면 명 예퇴직을 하고 싶어도 명예퇴직을 할 수가 없다.

결재를 올릴 때도 그렇지만 결재를 할 때도 정확하게 알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 결재를 올리는 직원이 정확하게 결재를 올리는 것 은 본인을 보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사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 다. 또한 결재권자가 결재를 처리하면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본인을 보호하는 동시에 부하 직원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때까지 수많은 결재를 올려보기도 했고, 결재하기도 했다. 부 하직원이 압력에 시달릴 때는 부하 직원에게 결재를 올리라고 하고 내가 결재를 하지 않고 문서를 붙잡아 두고는 부하 직원에게 압력 전화가 오면 결재를 올렸는데 내가 결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 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부하직원에게는 압력전화를 하면서도 내게 는 압력전화를 하지 않는다. 압력 전화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소문 이 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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