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으로 소개해 주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먼저 해봐라 /사진:픽사베이
부업으로 소개해 주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먼저 해봐라 /사진:픽사베이

기업지원계장으로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기업지원계는 시청에서 가장 일이 없고 한가한 부서로 알려져 있었다.

소관 업무 중에 구인·구직 알선 업무가 있었는데 내가 업무를 맡기 전인 지난 1년 동안 구인·구직 알선 건수가 총 13건이었다. 1 년 동안 구인구직 알선 건수가 13건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 지 않았다. 구인·구직 업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직자가 찾아와 직업을 알선해 달라고 하면 연결해 주고 찾아오 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는 구인·구직 알선업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체에서는 인력이 모자라 애 를 태우고 있고, 구직자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데 말이다. 어떻게 하면 구인자와 구직자를 찾아낼 수 있을까, 어 떻게 하면 이들을 서로 연결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Easy Fax 광고를 보게 되었다.

Easy Fax는 한 번에 200곳 이상에 동시에 팩스를 보낼 수 있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구인구직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광고를 보고 바로 한국통신에 전화를 하여 Easy Fax 를 어떻게 설치하는지 문의를 하였더니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구직자 정보를 수집해서 구인자에게 Easy Fax를 이용하여 발송 하는 것이다. 업체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어서 설치할 필요 가 있다고 판단되어 바로 설치하고 구인구직알선 전용 팩스기를 최 신형으로 구입하였다.

그리고는 Easy Fax에 관내 1,000여 개의 기업체 팩스 번호를 입 력하고 업체에는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구직자의 성별, 연령, 자 격증소지여부, 원하는 직종, 희망급여, 경력유무 등의 정보를 제공 하고 기업체에서 구인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 시청으로 전화를 하면 원하는 업체에만 구직자의 성명과 연락처를 제공했다.

그리고 알선을 해준 구직자에게는 다음 날부터 아침 일찍 아니면 저녁 늦게까지 취업이 결정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등을 파악하 며 일일이 전화로 확인했다. 매일 아침 7시 반에 출근하여 기업체 에 자료를 보내고 취업여부를 일일이 확인전화 하는 방법을 썼다. 구직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노동부 고용안전센터, 안산시청, 안양시청, 부천시청, 인천남동구청 등 인근 시에 접수된 구직자 정 보를 넘겨달라고 요청하여 정기적으로 구직자 자료를 넘겨받아 정 리해서 구인 기업체에 Easy Fax를 통하여 매주 1,000여 개의 업 체에 발송했다.

자료를 발송하면 일부 업체는 자료가 필요 없다고 하는 업체도 있었지만 입력되지 않은 업체에서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는 전화도 많았다. 전화가 워낙 많이 오다 보니 아침에 일찍 나가는 것만으로는 안 되어 밤늦게까지도 자료를 정리하고 전화 상담을 해 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몸은 힘들고 고달팠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찾아와서 덕분에 첫 월급을 탔다며 조그마한 선물을 사가지고 방문할 때, 어떤 할아버지가 경비에 취업을 하시고는 고맙다며 음료수를 사가지고 방문 하시었을 때, 기업체에서는 사람을 구하려고 노력해도 구하지 못 했었는데 덕분에 사람을 구했다며 고맙다고 하는 전화를 받을 때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1년 동안 매일 구직자 정보를 모아 업체에 제공하고, 취업여부를 확인해 가며 취업이 될 때까지 노력을 했더니 취업된 사람이 무려 2천 600명이 넘었다. 기업지원계가 이제는 시청에서 가장 한가한 부서가 아니라 가장 바쁜 부서로 바뀌었다.

전임자가 처리해오던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내 몸은 정말 편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임자는 어떻게 했기에 1년에 20명도 취업을 시키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전임자가 일해 온 방식을 분석해 보고 전임자가 하던 방법에서 탈피해 보고 싶었다.

전임자가 업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좋은 점 은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개선하면 편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설사 힘들고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끝까지 개선해 보려고 했다.

아이를 가진 주부들이 취업을 할 수는 없어도 가정에서 할 수 있 는 부업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직원에게 우리 부업알선도 한 번 시도해 보자고 했더니 담당 직원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직원의 도움이 없이 추진하기는 쉽지가 않을 듯싶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담 당직원이 부업알선 업무를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먼저 부업을 원 하는 주부를 모집하고 일감을 찾는다는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배포 했다. 대부분의 지방지에서 보도했음에도 부업을 원한다고 하는 주 부가 2천 명이 넘게 접수되었다. 그러나 일감을 제공하겠다는 업체 는 한 군데도 없었다. 며칠 있으면 결과 보고도 해야 하고 일감을 신청한 주부들에게 결과도 알려줘야 하는데 실무자는 그러거나 말 거나 관심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개망신을 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상 공인명부에서 부업감이 있을 것 같은 기업체를 선별하여 일일이 찾 아다녔다. 그러나 일감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일감이 있 는 업체는 이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고, 단가가 높은 일감은 직 원들의 복지후생 차원에서 직원가족에게 일감을 나눠주고 있었다. 어떤 기업체는 기업체의 관리자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있어서 일감 을 확보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부업알선 계획을 차희주 부시장님께 결재를 받으러 갔을 때 차 부시장님께서 우리 집사람도 부업을 해보겠다고 하여 부업을 했던 적이 있는데 여자들은 한 푼 벌어보겠다며 일을 하는데 수입은 몇 푼 되지 않았다며 부업을 잘못 소개해주면 욕만 먹으니 잘 소개해 주라고 하시면서 하신말씀이 생각난다. 부업 중에는 뼈 빠지게 일 을 해도 돈이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 소개해 주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직접 먼저 일감을 가지고 가서 해보고 괜찮다고 판단되는 일감만 주부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일감이 확보되면 먼저 일감을 집으로 가져왔다. 집사람과 같이 일을 하면서 하루는 일을 숙달하기 위해서 해보았고, 둘째 날은 시간을 정해 놓고 한 달 동안 일을 하면 얼마나 수입이 발생하 는지 분석해 보았다. 그런대로 수입이 될 것 같은 일감은 바로 주 부들에게 연결해 주었고 힘만 들고 돈이 안 될 것 같은 일감은 업체 를 찾아가서 단가를 높여달라고 요구하여 단가를 높여주면 주부들 에게 연결시켜주었고, 단가를 높여주지 않겠다고 하면 연결해 주는 것을 포기했다.

집사람은 워낙 깔끔하여 집안에 조그마한 먼지만 있어도 난리를 피우는데 부업꺼리 일감을 집으로 가져와서 함께 일을 하는데 어 떤 일감은 먼지가 심하게 발생하는 일감도 있었고, 어떤 일감은 장 소를 많이 차지하여 집안을 지저분하게 하는데도 한마디 불평 없이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부업을 알선한답시고 괜히 집사람만 고생시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을 잘못 만나 돈도 받지 못하 는 일을 불평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고마웠다.

상공명단을 갖고 부업감이 있을 것 같은 기업들을 부지런히 뛰어 다녔더니 200여 명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0여 명의 주부 들에게 부업을 제공하고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더 이 상 추진하지 못했다.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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